[국제] '고이즈미 인기'로도 못 막았다…日 자민당 도쿄도의회 선거 참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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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효과도 없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민당이 22일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참패하며 사면초가 상황에 놓였다. 총 127석 가운데 역대 최저인 21석만을 확보하며 제1당 자리를 내주면서다. 제1당은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가 특별고문으로 있는 도민퍼스트회(31석)로 돌아갔다.

7월 20일 치러질 참의원(상원) 선거의 전초전 성격을 띠었던 이번 선거에서 대패한 데 대해 이시바 총리는 23일 “매우 혹독한 심판을 받았다”며 말을 아꼈다. 반면 고이케 지사는 “도쿄도민의 생활을 어떻게 지켜갈지 구체론을 밝히고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후보자의 성과”라며 당선자들을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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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지난 29일 쌀값 인하를 위한 비축미 수의계약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중의원(하원) 선거 대패에 이어 도쿄도의회 선거 참패가 이어지자 자민당 내에선 불안의 목소리가 감지되고 있다. 도쿄도의회 선거가 7월 참의원 선거의 전초전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 마이니치신문은 “과거 도의원 선거 직후에 참의원 선거가 치러진 해에는 선거 결과가 연동한 예가 많다”며 참의원 선거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도쿄도의회 선거의 핵심은 물가와 정치자금이었다. 이시바 정권은 참의원 선거 공약으로 전 국민에게 2만엔(약 18만원) 고물가 대책 지원금을 약속하며 기세를 올렸다. “쌀을 사본 적 없다”는 발언으로 여론을 등돌리게 한 농림수산상을 대중적 인기가 많은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로 교체하기도 했다.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이 수의계약 방식으로 비축미를 공격적으로 풀며 일 년 만에 두배로 치솟은 쌀값을 잡고 나서자 당내에선 ‘신지로 현상’이란 말까지 나왔다. 하락 일로이던 이시바 정권의 지지율(13~16일 지지통신) 마저 전월 대비 6.1% 포인트 오른 27%를 기록할 정도로 자민당에 있어선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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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하라 세이지(왼쪽) 자민당 선거대책위원장이 22일 도쿄도의회 선거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지지통신 AFP=연합뉴스

이른바 고이즈미 효과가 지속되자 자민당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을 격전 지역을 중심으로 지원 유세에 나서도록 투입했다. 자민당의 한 중진은 “기존 의석을 웃돌면 참의원 선거에 순풍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지난해 도쿄도의회 자민당 소속 의원들 사이에서 불거진 정치자금 문제가 아킬레스건이 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출구 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정치자금 (보고서) 불기재 문제가 이어지며 자민당의 지지층 약 50%가 다른 당으로 흘러 들어간 것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마이니치신문은 “고이즈미의 농림수산상 기용 후 내각 지지율이 회복 경향을 보이면서 정권은 ‘신지로 효과’에 기대감을 보였지만 유권자에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마이니치는 “지난해 중의원 선거에서 대패한 이래 퇴조 경향에 제동이 걸리지 않으면서 참의원 선거도 어려운 싸움이 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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