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2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를 이틀 앞두고 불참을 결정하면서 첫 한·미 정상회담 기회가 미뤄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식 양자회담이 아니어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상견례 기회는 있었던 데다 방위비 등 현안에서 협력이 긴요한 나토와의 관계를 강화할 기회를 유보한 것이라는 아쉬움도 나온다.

지난 16~17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는 트럼프가 돌연 귀국하면서, 나토 정상회의에는 이 대통령이 불참하기로 하면서 다자회의를 계기로 한 정상회담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이 대통령이 참석해도 트럼프와 일정 조율이 여의치 않을 수 있다는 점도 불참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다만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이른 시일 내에 트럼프의 단독 방한이나 이 대통령의 단독 방미는 성사가 어려울 수도 있다. 자칫하면 첫 대면 자체가 오는 9월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 혹은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까지 밀릴 수도 있다.

정식 회담은 아니어도 나토 회의에서는 이 대통령이 트럼프와 대면할 기회도 있었다. 의장국인 네덜란드 정부에 따르면 24일 네덜란드 국왕이 주최하는 만찬에 나토 회원국 및 한국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4개국(IP4) 정상을 모두 초청했다. 한·미 정상이 만찬장에서 자연스럽게 만나 인사를 나눌 기회가 될 수 있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3일 “트럼프가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IP4 정상을 초청한 별도 회의를 준비 중”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에 이어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도 불참하기로 했다고 외무성이 발표한 가운데 여전히 유효한 일정은 아닐 가능성이 크지만 이런 행사가 준비된다는 걸 알면서도 정부가 불참을 결정한 것이라면 아쉬움은 더 커진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NYT)는 22일(현지시간)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에 대한 16개국과 유엔의 반응을 정리한 종합 보도를 하면서 한국에 대해선 “긴급 안보·경제 상황점검회의가 열렸고, 이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 불참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가 전날 “정부는 핵비확산 관점에서 이란 핵문제 해결을 중시하고 있다”는 입장을 냈는데, 이는 보도하지 않았다. 외신이 본 미국의 이란 공습에 대한 한국의 반응이 ‘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불참’으로 비칠 수 있는 셈이다.

대통령실은 23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이 대통령을 대신해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호주에서도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를 대신해 리처드 말스 부총리 겸 국방장관이 참석한다. 하지만 앨버니지 총리는 취임 다음 달인 2022년 6월에 이어 이듬해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도 참석했다. 이번이 ‘데뷔전’인 이 대통령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뜻이다.

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불참을 두고 여야도 공방을 벌였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나토 정상회의는 중동 사태로 인한 안보·경제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국제 공조 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중요한 외교적 계기였다”며 불참을 비판했다.

반면에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주장했던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서 “가장 중요한 한·미 정상회담이 어렵지 않냐. 여러 추이를 보면서 차분하게 한·미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가지 않기로 했다고 알고 있다”고 엄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