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정에서 군정 가는 이란…"이스라엘에 핵 쏘자" 강경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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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행진 중인 혁명수비대. EPA=연합뉴스

계속된 전쟁으로 이란의 정치 체제가 '신정(神政)'에서 '군정(軍政)'으로 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고령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을 이유로 은신하면서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국정의 실권을 장악해나가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간) 짚었다. IRGC는 1979년 이슬람 혁명 당시 팔레비 왕조 지지층이 많은 정규군을 대체하기 위해 설립된 조직이다.

신정 약화설과 관련해선, “최근 이란 국영 텔레비전에 스카프에서 머리카락이 살짝 나온 여성들의 모습이 송출됐는데, 신정이 약화했다는 한 방증”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코노미스트는 “군부 강경파가 성직자들에게서 권력을 빼앗고 있다”며 “이란은 사실상 계엄령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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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AFP=연합뉴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란의 체제가 군정으로 전환된다고 해서 미국의 공습 이유가 된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거나, 속도를 늦출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관측한다.

우선 이란은 지정학적으로 핵 개발 유인이 큰 나라다. 실제로 핵 개발은 팔레비 왕조 때부터 추진됐을 정도다. 로함 알반디 런던정경대(LSE) 이란역사연구소장은 “장기적으로는 어떤 이란 지도자든 이란이 핵 억지력을 갖춰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할 것”이라며 “이란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이스라엘,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사우디아라비아에 둘러싸여 있다”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IRGC를 주축으로 한 이란 군부가 강경파인 점도 한 원인이다. 이스라엘이 IRGC 지휘부를 잇달아 제거하면서 소장파들이 자리를 채웠는데, 소장파가 외세에 더 경직된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란 내부에서는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핵을 폭발시키거나 무기급 우라늄을 씌운 탄두를 이스라엘 최대 도시인 텔아비브에 떨어뜨리자는 주장마저 나온다”고 전했다.

이스파한 핵 시설에 저장돼 있던 408㎏ 상당의 60% 농축 우라늄 역시 행방이 묘연한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란이 이를 가공해 언제든 핵무기 제조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공습이 오히려 핵무기 제조를 위한 반발 심리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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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촬영된 이란 포르도 핵시설 위성사진(위)과 지난 13일 촬영된 같은 지역 위성 사진(아래) AFP=연합뉴스

국제사회에서 이란이 고립되는 현상도 일종의 위험 신호다. 이란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할 드론(무인기) 등을 대량 공급했던 러시아 측에 협조를 구하고 있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국제 석유가격 상승과 우크라이나전에 대한 관심을 약화시킬 수 있어 러시아 입장에선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좋은 것”이라며 “이란이 고립될수록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의존이 커지는 효과도 생긴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팔레비 왕조의 마지막 왕세자인 레자 팔레비(64)는 지난 23일 프랑스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로운 이란을 건설하자”며 국제사회가 신정 체제를 제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팔레비 왕조는 1921년 쿠데타로 카자르 왕조를 몰아낸 레자 샤 팔레비가 25년 즉위하며 시작해 그의 아들 모하마드 레자 팔레비가 79년 이슬람 혁명으로 폐위될 때까지 54년간 이어졌다.

이란인 최초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인권변호사 시린 에바디(78)도 “이란 정권의 끝이 가까워지고 있다”며 “이란 정권은 수백만 시민의 항거를 통해서만 붕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에바디는 민주주의, 인권, 여성과 어린이 권익 증진을 이유로 2003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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