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제주 바다 갔다가 "물놀이 포기"…이것 습격에 벌레떼 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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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욕하다, 입에 들어갈까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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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개장한 제주 함덕해수욕장 물결 사이로 엄청난 양의 구멍갈파래가 보인다. 최충일 기자

24일 오전 11시 제주시 함덕해수욕장. 투명하기로 유명한 함덕 바다의 파도와 물결 사이로 녹색의 구멍갈파래가 도드라져 보였다. 바다의 불청객 구멍갈파래가 제주 해안을 뒤덮었다. 이날 공식개장한 함덕해수욕장엔 상당수의 관광객이 해변을 찾았다. 하지만 물속에 들어가는 이는 평소 개장일보다 적었다.  해변을 찾은 김모(24·서울시)씨는 “에메랄드빛 바닷물 사이사이 너덜거리는 해초가 너무 많아 깜짝 놀랐다”며 “물속에 들어가면 해초가 입에 들어올 것 같고, 날이 생각보다 쌀쌀하기도 해서 물놀이는 포기했다”고 아쉬워했다.

제주 동·서 해안가 모두 구멍갈파래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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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제주시 동쪽의 조천읍 신흥리 40m 길이의 백사장에 쌓인 구멍갈파래. 최충일 기자

인근의 신흥리 해변 40m 길이의 백사장 구간엔 구멍갈파래가 가득 쌓여 있었다. 쌓인 파래 한켠에는 수백 마리의 날파리떼가 날아다녔다. 전날 찾은 제주시 서쪽의 이호동 몽돌(자갈) 해안과 방파제 구간도 구멍갈파래가 가득 차 초록빛으로 물들었다. 이곳들은 모두 지정해수욕장은 아니지만, 여름철 관광객과 도민이 자주 찾는 해변이다.

제주도, 바다지킴이 뽑아 해수욕장 청결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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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제주시 서쪽의 이호동의 한 포구 인근 바다에 밀려든 구멍갈파래 사이로 한 시민이 힘겹게 걷고 있다. 최충일 기자

제주도는 24일 “이날 조기 개장한 해수욕장과 지역 해안가에 밀려드는 해조류 제거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개장일의 제주도 내 지정 해수욕장 백사장에선 구멍갈파래 등 해조류가 거의 치워진 모습이었다. 제주시는 163명, 서귀포시는 115명의 바다환경지킴이를 채용해 올해 3월 10일부터 10월 31일까지 해안가 정화에 나서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 2021년부터 올해 5월 초까지 구멍갈파래 2만4885t과 괭생이모자반 1만1611t을 수거했다.

수온상승, 저염분화, 양어장 영양염에 확산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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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제주시 동쪽 조천읍 해안가에 쌓인 구멍갈파래가 썩고 있다. 최충일 기자

구멍갈파래는 주로 장마철에 제주해안을 뒤덮는다. 발생원인은 제주 연안의 표층 수온 상승과 지하수 유입으로 인한 저염분화 등이 꼽힌다. 또 해안을 중심으로 운영 중인 지역 양어장에서 인산염, 질산염 등 영양염이 공급되면서 파래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된 것도 확산에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다른 골칫거리, 중국발 괭생이모자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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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일 오후 제주시 조천읍 신흥리 해안도로 앞 갯바위에 들러붙은 괭생이모자반. 최충일 기자

제주바다를 괴롭히는 해조류는 괭생이모자반도 있다. 특히 올해는 평년보다 이른 초봄부터 제주바다에 나타나 관광객의 인상을 찌푸리게 했다. 괭생이모자반은 해양수산부가 2023년 유해 해양생물로 지정했다. 주로 중국 남부 해안에서 대규모 띠 형태로 최대 5m까지 자라다 이탈 후 쿠로시오 난류를 따라 북상한 것으로 추정한다. 이게 남서부 해역과 제주도로 유입된다. 양식장 그물이나 시설물에 달라붙어 어업활동에 지장을 주며, 선박 스크루에 감겨 어업인과 배를 이용하는 관광객 안전까지 위협한다. 제주 토속음식인 ‘몸국’을 만드는 참모자반과 달리 삶아도 좀처럼 부드러워지지 않아 먹지 못한다.

버리는데 한계...화장품 원료 사업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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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제주시 서쪽의 이호동 앞바다의 몽돌(자갈) 위에 쌓인 구멍갈파래가 썩고 있다. 최충일 기자

치우는 방법 외에 뚜렷한 해결 방안이 없는 만큼, 제주도는 수거한 구멍갈파래와 괭생이모자반을 땅에 묻거나 비료로 주고 있다. 또 최근에는 화장품 원료로 활용하는 시범사업을 준비 중이다. 구멍갈파래는 항염증, 항산화 효과와 피부 색조 개선에 뛰어난 올반과 폴리페놀류, 괭생이모자반은 항산화와 보습력이 탁월한 후코이단과 폴리페놀 등 기능성 성분을 확인했다. 제주도가 해상에서 수거한 해조류를 도내 바이오기업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바이오기업은 해조류를 건조·추출해 샴푸비누, 샤워비누 등의 향장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15시부터 30분간 자율 플로깅 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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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개장한 제주 함덕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들. 물결 사이로 녹색인 구멍갈파래가 보인다. 최충일 기자

한편 제주도는 일찍 시작한 더위에 대응하기 위해 금능, 협재, 곽지, 함덕, 이호테우, 월정, 삼양, 김녕, 화순금모래, 표선 등 10개 해수욕장을 이날 조기 개장했다. 이달 26일엔 신양섭지, 30일엔 중문해수욕장까지 순차 개장한다. 주요 해변에 228명의 안전관리요원과 민간안전요원, 529명의 119 시민수상구조대를 배치했다. 오상필 제주도 해양수산국장은 “제주 해수욕장은 청정·공정·안전을 지향해 관리·운영할 것”이라며 “매일 오후 3시부터 30분간 도내 모든 해수욕장에서 이용객이 참여하는 플로깅 타임을 실시, 자율적인 해양정화를 유도하고 바다와 지구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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