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실패할 이유가 성공의 이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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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해피엔딩’의 극작가 박천휴가 토니상 수상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뮤지컬 ‘일 테노레’를 미국 뉴욕 링컨센터 무대에 올려, 21세기 ‘왕과 나’로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올해 토니상 6관왕을 달성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박천휴(42) 작가가 밝힌 포부다. 박천휴는 21일 서울 중구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930년대 경성이 배경이든, 2060년대 서울이 배경이든 뉴욕과 한국 관객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과 서울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박천휴는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을 비롯해 ‘번지점프를 하다’ ‘일 테노레’ ‘고스트 베이커리’의 극본과 가사를 썼다. 뉴욕 유학 시절 만난 작곡가 윌 애런슨과 함께 작업해왔다.

이중 ‘일 테노레’는 일제 강점기 조선 최초 테너의 이야기를 그렸다. 그가 나란히 언급한 ‘왕과 나’(The King and I)는 1951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해 지금도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전설의 뮤지컬. 태국의 옛 이름인 시암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로, “동양인 배우라면 모두 참가하고 싶은 공연 중 하나”라는 게 박천휴의 설명이다.

‘어쩌면 해피엔딩’의 성공은 이런 박천휴의 향후 목표가 허황된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2016년 대학로 소극장에서 초연한 ‘어쩌면 해피엔딩’은 21세기 후반 서울을 배경으로 사람을 돕는 로봇인 헬퍼봇 사이의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올해 공연계 아카데미상으로 통하는 토니상에서 최고상인 작품상과 연출상·남우주연상·각본상·작사작곡상·무대디자인상 등 6개 부문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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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에 오른 ‘어쩌면 해피엔딩’. [연합뉴스]

박천휴는 “토니상 트로피를 식탁에 올려놓고 아침을 먹었다. 이 상징적인 트로피가 제 초라한 뉴욕 집에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다”며 “그 무게만큼 앞으로 더 열심히 하는 창작자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작품의 성공 이유에 대해 “정말 모르겠다”고 운을 떼면서도 “‘어쩌면 해피엔딩’이 브로드웨이에서 실패할 거라고 하며 들었던 이유들이 오히려 참신함이 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초반에는 유명한 원작이 없고, 대런 크리스(남자 주인공)가 티켓 파워가 크지 않은 배우라는 점 등에서 성공하지 못할 거라는 예상이 많았어요. 게다가 ‘미래 한국 배경의 로봇을 누가 봐’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잘 되고 보니 이런 점들이 오히려 참신하게 여겨진 것 같습니다.”

박천휴는 한국 팬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한국에서 관객이 공감하지 않았다면 브로드웨이 공연에서 여러 설정이 바뀌었을 수도 있다”며 “공감의 경험을 쌓아준 한국 관객이 미국에서도 내가 만든 설정을 바꾸지 않고 고집을 부릴 수 있도록 한 원동력이 됐다”고 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일 테노레’와 ‘고스트 베이커리’를 하루 빨리 한국 관객과 다시 만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더 나아가 이 작품들을 미국 혹은 해외에서 선보이고 싶다”고 밝혔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오는 10월 30일부터 2026년 1월 25일까지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10주년 기념 공연으로 국내 관객과 만난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 작품 초연에 이어 10주년 공연 제작을 맡은 NHN링크 한경숙 프로듀서도 참석했다. 한 프로듀서는 “지난 10년을 돌아보며 아쉬웠던 부분을 새 극장에 맞춰 보완하려 한다”며 “오래 이 작품을 사랑해 주신 관객들을 위해 원작의 감성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더해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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