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넌 AI 하나만 쓰니? 내 뒤엔 'AI 드림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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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AI 업계 달구는 ‘MCP의 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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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받은 e메일 내용을 참고해 고객에게 보낼 초청장을 영어로 써줘.” 그동안 인공지능(AI)에 이런 복합적 요청을 했을 때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았다. 하나의 AI가 요약부터 글쓰기, 번역까지 모든 작업을 혼자 처리해야 하는 한계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MCP(Model Context Protocol)란 개념이 등장하면서, AI들이 서로 소통해 업무를 나눠서 처리할 수 있게 됐다. 당연히 속도도 빨라지고 결과물의 질도 좋아진다. 이런 협업이 가능해진 건 MCP가 그동안 AI마다 서로 다른 언어를 썼던 문제를 해결해서다. MCP는 AI가 외부 세계와 소통하기 위한 ‘공통 언어’ 역할을 한다. 올 초부터 AI 업계 가장 뜨거운 화두이기도 하다. 비단 개발자들에게만 해당되는 변화는 아니다. 필요한 기능마다 찾고, 설치하고, 열어서 실행해야 하는 현재의 앱 생태계도 변화할 수 있다. MCP로 AI는 ‘올인원 비서’가 될 수 있을까? 그렇게 되면 내 일상은 어떻게 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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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주이안

MCP는 AI가 외부 도구나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게 도와주는 공통된 연결 방식이다. 기존엔 AI가 입력받은 정보 안에서만 작업할 수 있었지만, MCP를 통해 스스로 필요한 정보를 찾고 외부 도구를 불러와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마치 AI에 ‘손과 발’을 달아준 셈이다. 과거 각 전자 기기마다 다른 충전 케이블을 써야 했던 불편함이 ‘USB-C’ 타입 등장 이후 해결된 것처럼, AI들도 MCP라는 표준으로 자유롭게 연결되고 협력할 수 있게 됐다.

AI 간 협업을 가능하게 하는 MCP가 IT 업계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빅테크 기업들이다. 시작은 클로드를 만든 앤스로픽. 이 회사가 지난해 11월 MCP를 오픈소스로 공개한 뒤 주요 기업들의 도입이 본격화됐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달 “윈도, 오피스, 깃허브, 애저, 코파일럿 등 거의 모든 제품에 MCP를 적용하겠다”고 선언했다. 구글도 자사 AI인 제미나이에 MCP를 적용한다고 발표하면서 A2A(Agent-to-Agent) 프로토콜까지 추가로 내놨다. A2A란 사람이 개입하지 않고 AI 에이전트끼리 직접 거래하는 구조를 말한다. 챗GPT를 만든 오픈AI도 MCP를 공식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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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기업들이 MCP 도입에 적극적인 이유는 AI 경쟁의 초점이 모델 성능 개선에서 생태계 연결성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과거엔 모델 자체 능력이 경쟁력의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얼마나 다양한 외부 도구와 연결해 실질적인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졌다. MCP를 지원하지 않는 AI는 아무리 성능이 뛰어나도 고립된 섬처럼 제한적인 기능만 제공할 수밖에 없다. 반면 MCP 생태계에 참여한 AI는 수많은 외부 서비스와 연동해 사실상 무한대의 기능 확장이 가능하다. MCP가 AI 업계를 ‘단독 플레이어’에서 ‘생태계 게임’으로 전환시키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기술적 변화는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MCP 기반의 ‘에이전트 경제’라는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해서다. AI가 필요에 따라 적절한 도구를 스스로 골라 쓰게 되면서, 그 도구를 만든 회사들은 사용량만큼 돈을 받는 구조가 생겨났다. 예를 들어 AI 도구들을 모아놓은 온라인 장터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에이피파이(Apify)는 사용자 환경(UI) 디자인 제작, 실시간 뉴스 분석 등 다양한 AI 도구를 제공하고 있다. 얀 처른 에이피파이 공동창업자는 지난 3일(현지시간) AI 엔지니어 월드 페어 행사에서 “사용자에게 요금을 부과하고, 이를 개발자들에게 정산한다. 한 달에 약 25만 달러(약 3억원) 이상을 개발자에게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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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앱 기반 생태계가 바뀔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지금처럼 필요할 때마다 앱을 찾아서 실행하는 대신, “스포티파이에서 음악 틀어줘”라고 말하기만 하면 AI가 알아서 앱을 호출해주는 방식으로 바뀔 수 있다. AI 에이전트가 중간에서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적절한 앱을 골라 연결해주는 역할을 맡는다. 그렇게 되면 사용자는 굳이 앱을 미리 설치해둘 필요가 없어진다. MCP가 AI 에이전트와 외부 앱 간 연결 다리 역할을 하면서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고 있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지난달 연례 개발자 행사 빌드에서 “미래 인터넷은 AI 에이전트가 사용자를 대신해 의사 결정과 업무를 담당하는 개방형 에이전트 웹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하는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마케터를 예로 들면 지금까지는 데이터 분석을 위해 구글 애널리틱스를 열고, 콘텐트 제작을 위해 피그마(웹 브라우저에서 실시간으로 디자인 작업을 할 수 있는 협업 디자인 툴)를 켜고, 반응을 살피려면 여러 웹사이트를 뒤져야 했다. 브라우저 탭을 수십 개씩 띄워놓고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일하는 게 일상이었다. 하지만 MCP 환경에서는 여기저기 사이트를 헤맬 필요가 없어진다. “어제 캠페인 전환율 어땠지?”라고 물으면 AI가 구글 애널리틱스에서 데이터를 분석해주고, “새 배너 만들어줘”라고 하면 피그마로 디자인을 제작해준다. “반응은 어때?”라고 물으면 웹에서 피드백을 수집해 긍정·부정까지 분류해서 보여줄 수 있다. 더 이상 여러 프로그램을 오가며 파일을 복사하고 붙여넣을 필요가 없게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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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하지만 진정한 MCP 기반의 AI 에이전트 시대가 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있다. 가장 큰 문제는 현재 MCP가 도구를 하나씩만 쓸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업무에서는 문서를 요약하고, 번역하고, 이메일로 보내는 식으로 여러 단계를 연결해야 하는데 당장 이런 복잡한 작업을 처리하기는 어렵다. 보안 문제도 만만치 않다. AI들끼리 자주 접촉하다 보면 해킹이나 데이터 유출에 취약해질 수 있다. 특히 금융이나 의료 분야처럼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곳에서는 MCP 도입이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결제 기능을 붙이기 어렵다는 점도 한계로 지목된다. 소비자가 정말 편리함을 느끼려면 장바구니 담기부터 결제, 배송까지 모든 과정이 자동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아직 AI가 스스로 돈을 지불하는 기능은 구현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규제 대상이 될 확률이 높다. 김영무 카카오벤처스 심사역은 “MCP라는 프로토콜 자체가 규제 대상이 되진 않겠지만, 결제 등 민감한 부분에서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며 “예를 들어 AI가 결제를 자동으로 결정하지 못하게 하거나, 결제를 하기 전에 반드시 사람의 승인을 거치도록 하는 식의 가이드라인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들은 MCP로 인한 환경 변화를 양날의 검으로 보고 있다. 스타트업이라도 사람들에게 많이 선택 받는 앱을 만들어 브랜드 인지도를 쌓을 수 있는 현재와 달리, MCP를 기반으로 사용자들이 최종 결과만 경험하게 되면 ‘AI에 호출되는 부품’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어서다. 지금은 소비자들이 ‘오늘의 집’ ‘무신사’ 같은 브랜드를 직접 기억하지만, 미래에 하나의 거대한 쇼핑 에이전트가 탄생하고 그 에이전트가 다 알아서 해주는 구조가 된다면 소비자들을 직접 만날 기회가 없다.

반면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핵심 기능만 잘 구현한 에이전트 하나만 갖고도 시장 진입이 가능해졌다는 차원에서다. AI 스타트업 디노티시아의 한병전 상무는 “MCP 기반의 표준화된 에이전트 생태계가 조성되면서 이제는 AI 기술력이 없는 스타트업도 본인 서비스를 AI 에이전트를 통해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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