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갈등조정자’ 자처한 李…“불신 있는 건 국가 단위 제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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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5일 광주광역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광주시민·전남도민 타운홀미팅'을 하며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서로) 불신이라고 하는 게 있으니까 (지역 간 갈등은) 국가 단위에서 제가 책임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개최한 광주시민·전남도민 타운홀 미팅에서 ‘광주 군(軍) 공항 이전’ 문제를 둘러싼 광주와 무안의 갈등을 지켜본 끝에 대통령실에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지시하며 한 말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행사 첫 번째 의제로 광주·전남 지역의 이슈인 광주 군 공항 이전 문제를 올렸다. 앞서 광주시와 전남도는 2023년 12월 광주 군·민간 공항을 통합시켜 전남 무안공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으나, 전남 무안군이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한다”며 반발해왔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해당 문제를 풀겠다고 공언했고, 취임 21일 만에 직접 호남을 찾았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군 공항 이전 문제는 이 지역의 가장 중요한 의제”라며 “국민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눴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를 타운홀 미팅 형식으로 한 것 역시 ‘과제 해결’에 방점을 찍었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었다.

광주와 무안의 대립은 이날도 고스란히 표출됐다. 강기정 광주시장이 “광주에서 1조원을 무안 쪽에 지원하겠다”고 했으나, 김산 무안군수는 “그 말을 믿지 않는다. 군 공항 이전을 반대한다”고 일축했다. 김영록 전남지사가 “군 공항과 민간공항을 옮겨 (무안) 공항을 발전시키고, 서남권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했지만, 김 군수는 “우리 군민 입장에서 보면 지사님은 광주 편”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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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5일 광주시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호남 지역발전을 위한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자 이 대통령은 중재자로 나섰다. 이 대통령은 광주시와 군 당국에 “광주에 1조원이 있나” “탄약고 부지를 함께 이전할 수 있느냐”고 차례로 물으며, 무안군에 실제 거액 지원이 가능한지 타진했다. 반대로 김 군수에겐 “원(遠)거리 무안군민이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소음 피해 반경은 활주로 10㎞ 이내 아니냐”라고 물었다. 김 군수가 “소음 피해가 상상을 초월한다. 인근에 학교도 있다”고 말하자, 이 대통령은 행사에 참석한 인근 대학 총장과 주민에게 일일이 “현재 민간 항공기 소음이 들리느냐”고 묻기도 했다.

비행기 소음과 관련해 일부 참석자의 의견이 엇갈리자 이 대통령은 “직접 가서 (소음을) 재보면 된다”며 “이런 것도 불신의 원인인데, 객관적 데이터라도 피해 예상 주민은 잘 안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 (이 문제를) 주관하도록 하겠다. 전남과 광주, 당사자인 무안, 국방부·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 등이 참여하는 TF를 대통령실에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광주가 지원한다지만, (군 공항 부지 개발 이익이) 1조원이 안 남을 것 같으니 (무안군이) 자꾸 안 믿는 것”이라며 “정부의 재정부담을 일부 넣고, 특수목적법인(SPC)을 구성할 때 무안군이 우선 처분 이익 취득권을 갖는 거로 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SPC 전문이잖나, 대장동…. 뭐 해 먹는 전문은 아니다”라고 농담하자, 참석자들은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광주와 전남이 앞다퉈 지역 산업단지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을 요청했을 때는 “부지만 개발하면 기업이 들어올까” “택지개발만 하면 된다는 거냐”고 되물으며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요구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지방에 세제를 지원하거나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건 저도 이미 다 한 얘기”라며 “이걸 활용해서 구체적으로 어떤 산업을 어떻게 유치할 수 있느냐를 얘기해야 한다. 추상적으로는 누가 못 하겠느냐”라고도 했다.

이날 행사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현장의 사소한 민원부터 중요한 지역 의제까지 다함께 논의하고 토론함으로써 국민주권이 어떤 방식으로 행정에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줬다”고 자평했다. 대통령실은 다른 지역에서도 이와 같은 타운홀 미팅을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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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5일 광주시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호남 지역발전을 위한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의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당초 대통령실은 이날 타운홀 미팅 참석 인원을 100명 이내로 제한하려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이 대통령의 지시로 일반 시민도 참석이 가능하게끔 행사장을 개방했다. 이에 따라 참석 시민 숫자도 200명을 넘겼고, 현장에서 건네받은 쪽지 민원만 100장에 달했다고 한다.

한 시민이 “로스쿨을 나온 사람만 변호사가 될 수 있는데, ‘금수저’인 사람만 로스쿨을 다닐 수 있다”고 질문하자, 이 대통령은 “법조인 양성 루트로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개인적으로는 일정 부분 공감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도 사법시험 부활과 관련한 얘기가 나왔다. (로스쿨이) 과거제가 아닌 음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잠깐 했다”라고도 했다. 음서제(蔭敍制)는 고려·조선 시대 때 고위 관리 자제에게 시험 없이 관직을 주던 제도다. 다만 이 대통령은 “로스쿨 제도가 이미 정착됐으니 폐지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 부부 소록도 방문…현직 대통령 중 처음

이 대통령과 배우자인 김혜경 여사는 이날 오전엔 전남 고흥군 국립 소록도병원을 함께 찾았다. 대선 기간이던 지난달 27일 이곳을 찾은 김 여사가 “선거가 끝나면 대통령을 모시고 꼭 다시 오겠다”고 말한 걸 지킨 것이다. 현직 대통령이 소록도를 찾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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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부인 김혜경 여사가 25일 전남 고흥군 국립소록도병원을 찾아 한센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이 대통령은 “어려운 환경에서 고생이 많으시다는 말을 듣고 꼭 와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며 “시설이 오래됐는데 필요한 것이 많지 않으냐”고 물었다. 병원 관계자들이 이 대통령의 저서인 『이재명의 굽은 팔』을 내밀자, 흔쾌히 서명하고 사진 촬영 요청에도 응했다. 오동찬 소록도병원 의료부장이 “(환우들이) 여전히 사회적 편견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하자, 이 대통령 부부는 환우들의 손을 잡고 “사회적인 편견이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김 여사는 이날 오후엔 광주 남구 양림동 오월어머니집에 방문해 5·18민주화운동 유공자 유족들과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김 여사는 “대선 이후 다시 뵙자고 했던 약속을 지키러 찾았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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