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강남 집값 연 30% 상승, 대출 죄어야” 한은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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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집값 상승세가 3년래 가장 가파르다는 한국은행의 진단이 나왔다. 특히 강남 3구가 서울 전체 상승 폭의 3배에 달하는 상승률을 보이며, 시장 과열을 주도하고 있다.

‘영끌’ 추세에 가계대출도 함께 불어나면서 금융안정을 위협하는 만큼, 한은은 주택 정책대출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적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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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25일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 1월 셋째 주 이후 상승 전환해 7주 만에 주간 상승률 0.2%에 도달했다. 이런 상승세가 1년간 이어진다고 가정하면 상승률이 연간 10%에 달할 것으로 한국은행은 추산했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의 상승률은 연율로 30% 수준이다. 적기에 집값 상승세를 꺾지 않으면 ‘부동산 불장’이 펼쳐질 거라고 한은이 ‘옐로카드’를 날린 셈이다.

최근 들어서도 서울 아파트 가격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간 상승률은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재지정으로 지난 3월 말 이후 주춤했다가 새 정부 출범 이후 경기 부양 기대감 등에 다시 높아졌다. 지난주 상승률(0.36%)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9월 둘째 주(0.45%) 이후 최대 수준이다. 장정수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최근 서울·강남 지역 집값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재상승하고 있어 엄중하게 지켜보고 있다”며 “서울을 중심으로 주택시장 과열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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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는 사람들이 늘면서 ‘서울 주택시장 위험지수’도 빠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 지수는 소득·임대료·전국 아파트 가격과 서울 아파트 가격의 격차,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등을 활용해 산출하는데 집값이 오를 때 가계신용도 동반 상승하면서 금융 불균형이 심화하는 정도를 의미한다.

서울 주택시장 위험지수는 집값 폭등기였던 2021년 1분기 1.76으로 정점을 찍은 후 고강도 통화 긴축, 건설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2분기 0.62까지 하락했다. 이후 0.66→0.74로 오르다 올해 1분기 0.9를 기록했다.

문용필 한은 안정분석팀장은 “4월 이후 가계대출이 확대되고 주택가격 상승세도 이어지고 있는 만큼 위험지수의 상승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하기, 집값 더 오를 우려”
서울과 지방 간 집값 양극화도 극심해지고 있다. 2023년 1월 이후 올해 4월까지 서울 주택 매매가격은 16.1% 급등했다. 또 경기도와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주택 매매가격은 9.6% 상승했다. 반대로 같은 기간 비수도권 주택 매매가격은 1.7% 하락했다. 2014년 이후 서울과 전국 간 집값 상승률 격차는 중국 베이징, 일본 도쿄 등을 제치고 주요 7개국 중 1위를 기록했다. 이러한 불균형은 소비 제약으로 이어져 경제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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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서울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의 민감도가 높아진 만큼 한은의 금리 인하 시기도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자칫 ‘부동산 불장’에 기름 붓는 격이 될 수 있어서다. 한은은 가계대출금리 수준을 고금리(4.8% 초과)·중금리(3.2% 초과~4.8% 이하)·저금리(3.2% 이하)로 나눈 후, 대출금리가 1%포인트 낮아질 때 어떤 효과가 나타나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저금리 시기일 땐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최대 0.9%포인트, 가계대출 증가율은 최대 0.68%포인트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금리 시기(각각 0.48%포인트, 0.25%포인트)의 약 2배 수준이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기준금리 인하 기조 아래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가격 상방 압력이 크게 나타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향후 거시건전성 정책의 일관성 있는 추진과 함께 안정적 주택 공급이 이뤄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특례보금자리론 등 주택 관련 정책대출에도 DSR 규제를 점진적으로 적용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가계대출 중 정책대출의 비중이 지난해 말 기준 28%까지 커지면서 가계부채 관리에 어려움을 주고 있는 데다, 과도한 정책금융 공급이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다.

경실련 “서울 집값, 문 정부 때 2배 폭등”
구체적으로 수도권 주택의 정책대출에 대해서는 현행 소득 대비 부채(DTI)의 규제 비율(60%)과 비슷한 수준의 DSR 규제를 도입하고, 향후 단계적으로 강화 또는 확대 여부를 검토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정권별 서울 아파트 시세 분석’ 결과를 내놨다. 진보 정권에서 집값이 상대적으로 많이 오른다는 통념이 확인됐다. 시세 변동이 가장 컸던 시기는 문재인 정부(119% 상승) 때였다. 노무현 정부 때는 80%, 박근혜 정부 때는 21% 올랐다. 윤석열 정부 3년간은 1% 상승했고, 이명박 정부에서는 10% 하락했다. 이는 경실련이 부동산뱅크와 KB부동산 시세정보를 활용해 자체적으로 계산한 것이다.

한편 이재명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위원회는 “집값이 오를 때마다 단기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춘석 국정위 경제2분과 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신도시 정책을 통해 지금 수도권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약간 회의적인 생각이 있다”며 “국정위는 단기 시장 대응보다는 중장기 주택 공급 로드맵 마련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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