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아이랑GO] ‘추상적’이란 말을 그림으로 표현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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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심심해~”를 외치며 꽁무니를 따라다닌다고요? 일기쓰기 숙제하는데 ‘마트에 다녀왔다’만 쓴다고요? 무한고민하는 대한민국 부모님들을 위해 ‘소년중앙’이 준비했습니다. 이번 주말 아이랑 뭘할까, 고민은 ‘아이랑GO’에 맡겨주세요. 이번엔 혁신적인 형태의 예술을 펼친 거장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추상표현주의 전시를 소개합니다.
‘뉴욕의 거장들: 잭슨 폴록과 마크 로스코의 친구들’전
구체적인 형상을 그리지 않고도 미술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장르가 있다. 바로 추상표현주의다. 추상표현주의는 유럽이 제2차 세계대전의 피해로 복구에 여념이 없을 때 현대 미술의 중심지가 미국으로 옮겨가면서 뉴욕이 처음으로 국제적 문화의 중심에 있게 한 미술운동이다. 추상표현주의는 주관적인 감정 표현, 즉 작가의 감정과 내면을 직관적이며 격정적으로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둔다. 전통적인 미술 규범을 벗어나 자유로운 색과 질감, 선 등을 사용하여 내면의 감정을 강조한 자유로운 표현 방식은 오늘날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기존 미술과는 다른 혁신적인 형태의 예술을 만나볼 수 있는 추상표현주의는 미술사에서 중요한 움직임이지만, 그만큼 어렵게 느끼곤 한다.

미리엄 샤피로의 ‘팡파르’는 화려한 색감으로 시선을 모아 인증샷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서울 노원구 노원문화예술회관 내 노원아트뮤지엄 개관 기념 특별전 ‘뉴욕의 거장들: 잭슨 폴록과 마크 로스코의 친구들’은 현대미술사에서 가장 흥미로운 순간 중 하나로 꼽히는 추상표현주의를 국내에 소개하는 자리다. 추상표현주의를 대표하고 현대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잭슨 폴록, 마크 로스코, 리 크레이스너, 바넷 뉴먼 등 21명 거장의 주요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 그 매력을 쉽고 재미있게 경험할 수 있다. 1940~50년대 뉴욕을 중심으로 현대미술의 변화를 따라가는 여정으로, 미국 미술가들이 어떻게 성장하여 유럽에서 벗어나 미국적 미술을 탄생시켰는지 볼 수 있다. 작가마다 각기 다른 기법과 철학으로 감정과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을 통해 뉴욕화파의 태동부터 미니멀리즘과 개념미술, 팝아트로 이어지는 현대미술의 흐름을 재조명한다.

프랭크 스텔라는 캔버스의 사각형 형태를 뛰어넘어 기하학적이고 독특한 모양의 캔버스를 만들어 그림을 그렸다.
홍다형 도슨트가 먼저 1970년대 제작한 프랭크 스텔라의 추상적인 기념물을 소개했다. 회화인지 조각인지 고민하게 하는 작품이다. “프랭크 스텔라는 그림을 그린다고 이야기하지 않고, 건축물을 짓는다고 하는 것처럼 그림을 짓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단순히 그림이라고 부르기 어려울 정도로 캔버스의 사각형 형태를 뛰어넘고 기하학적이고 독특한 모양의 캔버스를 만들어 그림을 그렸어요. 입체적이고 공간감을 느낄 수 있도록요. 다양한 색감과 여러 가지 물질들을 붙여넣는 콜라주까지 화려한 작품으로 발전합니다. 회화나 조각의 개념을 뛰어넘고 새롭게 재정의하는 미술의 세계를 보여준 화가죠.”

로버트 마더웰은 십계명, 사다리, 의식용 촛대의 상징을 변형시켜 극적인 조각이나 전사의 들어 올린 팔로 나타냈다.
1900년대 초반만 해도 미국의 작품들은 대부분 무언가를 보고 재현하는 경우가 많았고, 유럽의 화가들을 뛰어넘지 못했다고 한다. “어떻게 70년 만에 이런 식으로 새롭게 만들어지는 미술이 미국에서 발전했는지 그 시간을 쫓아가 볼게요.” 제1·2차 세계대전으로 유럽에 살던 많은 화가는 좀 더 안전한 땅에서 그림을 그려야겠다 마음먹고 미국 뉴욕으로 향했다. 입체파의 파블로 피카소, 꿈과 무의식을 그렸던 살바도르 달리, 기하학적인 도형을 가지고 추상 미술을 보여줬던 피에트 몬드리안 등 우리에게 익숙한 화가들이 뉴욕행을 택했다. 미국에서도 주식시장의 붕괴로 많은 젊은이가 그나마 일자리가 있는 도시 뉴욕으로 향했고, 특히 청년 예술가들이 그나마 화랑이 많고 그림이 잘 판매되던 뉴욕으로 가며 뉴욕은 유럽의 화가들과 미국의 젊은 화가들이 만나는 장소가 됐다. 이들의 만남은 미국 미술계에 엄청난 영향을 줬다.

뉴욕화파의 여성화가 중 종적을 남긴 리 크레이스너의 작품에서 각각의 틀은 선의 시각적 정교함을 포함한다.
여성 추상표현주의 화가 리 크레이스너의 작품을 보면 한 화가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 평평한 탁자 위에 많은 물건이 올라와 있는데 이 물건을 아래에서 보고 그린 건지 왼쪽에서 보고 그린 건지 위에서 보고 그린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시점들이 입체적으로 표현됐다. “이 작품이 제작된 1938년에서 딱 1년 전 파격적인 작품이 등장합니다. 스페인의 끔찍한 전쟁의 참상을 그렸던 피카소의 ‘게르니카’죠. 이 작품은 많은 화가에게 엄청난 영향을 주었고, 리 크레이스너도 입체주의 영향을 받아 이런 화면들을 구상하기 시작했어요.”

초현실주의 화가들처럼 십자가를 표현하며 분리하여 하나하나 조각한 듯 그린 마크 로스코의 초기 작품.
추상표현주의를 이끈 화가 마크 로스코는 캔버스에 크고 모호한 색깔을 사용해 한두 가지 색깔로 다 채워진 작품들로 유명한데, 색을 중심으로 그린 그림을 ‘색면화’라고 불렀다. 그는 색깔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고, 사람들이 색을 보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색면화 이전의 로스코의 초기작은 해외 미술관에서도 찾아보기 힘든데,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이고 상징적인 주제와 종교적인 이미지를 다룬 초기작 ‘십자가’다. 1930년대 후반 유럽의 파시즘 부상에 대응해 유대인 대학살의 공포를 암시한 ‘십자가에 못 박힌’ 연작 중 하나다. “유럽에선 대부분 십자가를 표현한다면 예수가 못 박혀 있는 장면이 적나라하게 표현되는 작품들이 많은데요. 로스코의 경우 초현실주의 화가들처럼 이것들을 다 분리시키고 하나하나 조각한 듯한 장면이 등장하죠.”

잭슨 폴록의 ‘수평적 구조’는 추상표현주의 대표작으로, 금전적 가치는 약 2000억원 이상에 달한다.
영국의 화가 리처드 스미스의 1966년 작품은 프랭크 스텔라의 작품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이를 통해 이때부터 미국의 추상미술을 배우러 수많은 나라에서 유학했던 것을 알 수 있다. 그 전성기를 이끌었던 20세기 미국 대표 화가 잭슨 폴록의 작품도 여럿 전시됐다. 물감을 흘리고 뿌리는 독특한 기법으로 감정과 에너지를 그림에 담아낸 것으로 유명한 폴록 역시 처음에는 전통적인 방법, 실제 모습대로 그리는 그림을 그렸다. 그러다 점점 추상적인 스타일로 바뀌며, 1947년에는 바닥에 큰 종이를 놓고 공업용 페인트를 떨어뜨리거나 붓으로 물감을 흘려 그리는 ‘드리핑’이라는 새로운 기법을 만들었다. 이 방법은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것 이상으로 폴록이 물감과 상호작용하는 하나의 기록이었다. 폴록은 전통적인 방법 대신 즉흥적이고 직관적으로 물감을 사용하며 예술가의 감정과 생각을 그대로 표현하려고 했는데, ‘액션 페인팅’이라고 부르는 이 스타일은 추상표현주의 예술에서 중요한 표현법 중 하나다. 전시된 그의 작품 중 가장 주목받는 건 ‘수평적 구조’다. 액션 페인팅 기법으로 제작된 추상표현주의 대표작으로, 길이 3m에 달하는 이 작품의 금전적 가치는 한화로 약 2000억원 이상에 달한다고 한다. 그의 예술은 팝아트와 같은 다른 미술 운동에도 영향을 주었다.

바넷 뉴먼은 색을 나누는 굵은 수직선인 ‘지퍼’로 작품의 구조를 정의하고 형태의 단순함과 컬러를 강조했다.
바넷 뉴먼은 1940년대 말부터 초현실주의를 거부하고 두꺼운 수직선으로 구분된 색상이 있는 단순한 형태로 작업을 시작했다. 그는 색을 나누는 굵은 수직선인 ‘지퍼’로 작품의 구조를 정의하고 형태의 단순함과 컬러를 강조했다. 1955년 비평가 그린버그는 뉴먼을 폴록의 계승자로 지목하기도 했다. 진주 톤으로 채색된 쥴스 올리츠키의 작품도 눈에 띈다. “평평한 화면에 색감과 물감의 두께 정도만 보여지는 작품인데요. 이렇게 폴록 이후의 화가들은 ‘이것도 예술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지점으로 다양한 실험들을 진행합니다.”
래리 푼스는 물감을 자유롭게 캔버스에 흘리고 멀리서 물감을 던지는 독특한 기법을 사용하며 보다 즉흥적이고 표현적인 스타일로 전환했다. 이로 인해 감정적이고 즉흥적인 색상과 질감의 조합을 강조하게 되고 작품들이 시각적 에너지를 발산하며 보는 이에게 감정적 반응을 이끌어낸다. 미리엄 샤피로의 ‘팡파르’는 화려한 색감으로 시선을 모아 인증샷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화가들은 색채의 감각적인 특성을 드러내거나 건축적 형태와 장소에 대한 관심을 표현하는 작업을 했다고 한다. 이 작품에서는 제스처 기법을 사용해 페인트칠한 뒤 캔버스를 닦아 더 매끄러운 표면 효과를 냈다.

원화의 감동과는 다른 감각을 경험할 수 있는 미디어 아트를 통해 작가의 작품 세계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은 팝아트를 수용하기도 하고, 공예 예술의 움직임에 따라 조각보나 펠트를 가지고 작품을 제작하는 등 예전엔 외면받았던 것들이 예술로 환영받는 시대로 이어진다. 홍 도슨트는 “이번 전시는 여러 작가의 작품을 통해 이렇게 추상표현주의에서 팝아트로 이어지는 현대미술의 흐름과 변화도 경험할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며 "오늘날의 현대미술도 과거 세대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았는데, 우리 세대는 다음 세대에 어떤 선물을 줄 수 있는지 같이 고민하며 관람하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제안했다.
‘뉴욕의 거장들: 잭슨 폴록과 마크 로스코의 친구들’
장소 서울 노원구 중계로 181 노원문화예술회관 노원아트뮤지엄
관람 시간 오전 10시~오후 7시(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료 성인 1만5000원, 청소년·어린이 1만2000원
아이랑GO를 배달합니다

이번 주말 뭘 할까 고민은 아이랑GO에 맡겨주세요. 아이와 가볼 만한 곳, 집에서 해볼 만한 것, 마음밭을 키워주는 읽어볼 만한 좋은 책까지 ‘소년중앙’이 전해드립니다. 아이랑GO를 구독하시면 아이를 위한, 아이와 함께 즐길 거리를 풍성하게 받아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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