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정책·감독 분리, 한국판 SEC…금융당국 조직 개편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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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위의 금융조직 큰그림

이재명 정부가 금융당국 개편을 예고했다. 정책과 감독 기능 분리가 논의되는 가운데 새로운 감독 기구가 생기면 부담이 더 늘 수 있다는 금융권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26일 국정기획위원회의 정책 해설서인 ‘대한민국 진짜 성장을 위한 전략’에 따르면 금융당국 조직 개편은 ▶정책과 감독 조직 분리 ▶불공정거래 조사 업무 통합 ▶금융 소비자 보호 기구 독립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정책과 감독 기능을 분리하면, 과거 금융감독위원회 체제가 부활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 산업 정책 기능은 기획재정부로 이관되고, 금융감독원은 금감위 소속으로 재편돼 금융시장 감독만 담당하는 방식이다.

그간 금융위가 금융 정책과 감독을 함께 하다 보니, 감독 기능이 느슨해졌다는 비판이 있었다. 국정기획위 경제 1분과 소속인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과거 국회 토론회에서 “금융위가 산업과 손잡아 벌어진 사건이 사모펀드 문제, 동양증권 문제, 저축은행 사태, 가계부채 문제”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금융 산업 정책과 감독 기능을 제대로 분리할 수 있는지다. 금융위 조직을 보면 산업 정책과 감독 기능이 중첩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과거 금감위 체제에서도 정책과 감독 기능을 분리하기보다는 법령 제정 권한은 재정경제부가, 금융 감독 규정은 금감위가 담당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나눴다.

기능 분리 없이 권한만 나누다 보니 업무 중첩으로 감독 업무가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실제 감사원은 2004년 발표한 감사보고서에서 2002년 신용카드 대란의 원인으로 재경부·금감위·규제개혁위원회·금감원 4개 기관의 감독 소홀을 지목했다. 업무 중첩으로 여러 기관이 감독에 개입하다 보니 역설적으로 공백이 발생한 것이다.

주가 조작 같은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조사·제재 권한은 오히려 통합한다는 것이 이재명 정부가 제시한 방향이다. 금융위·금감원·한국거래소에 분산된 불공정거래 조사와 심의·제재 기능을 하나로 모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같은 통합 감독 기구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 경우 불공정 행위 처분 절차가 단축될 수 있다.

문제는 금감원과 거래소의 조사 인력 대부분이 민간인 신분이라는 점이다. 현재 거래소 시장감시본부 직원은 120명, 금감원 불공정거래 조사 인력은 특별사법경찰까지 합해 140여 명이다. 공무원인 금융위 소속 자본시장조사단 조사공무원은 12명에 불과하다.

제재 권한이 커지는데 이를 민간인 직원에게 맡기기에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 조사 인력을 공무원으로 전환하는 방법도 있지만, 급여 등 처우를 둘러싼 금감원 내부 반발이 걸림돌이다.

독립된 금융 소비자 보호 기구 설치도 새 정부 검토 사안이다. 국정기획위는 정책 해설서에서 “금감원 내부 조직인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분리해 금융소비자보호원(소보원)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소보원이 새로 생기면, 소비자 민원 관련 감독이 추가로 더 강화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구가 분리되면, 금융사에 건전성과 소비자 보호와 관련해 이중 지침이 내려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직이 새로 생길수록 관련 기능이 강화되는 순기능은 있지만, 동시에 규제도 더 늘어날 수 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금융 조직 개편 방향은 감독과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건데, 바꿔 말하면 ‘시어머니’만 더 늘어나는 꼴”이라면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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