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방산업체 경쟁 붙이는 美, 보잉·록히드마틴도 떨고 있다 [Focus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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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미국 국방부가 육군 재편과 무기 사업 재고 등 다양한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여기에는 ‘프라임(Prime)’이라 불리는 미 국방부와 직접 대형 계약을 맺는 1차 공급업체, 즉 대형 방위사업체들이 긴장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개발 지연과 일정 지연의 대표 명사가 된 F-35 전투기. 미 공군
덩치 키워온 프라임의 그늘
프라임에 속하는 미국 방위산업체는 10~20개로 평가된다. 록히드마틴, 보잉, RTX(옛 레이시언), 노스롭그루먼, 제너럴 다이내믹스, BAE 시스템즈가 주요 업체로 꼽힌다. 1970년대 이후 여러 기업들이 인수·합병(M&A)을 거치면서 덩치를 키워 온 결과, 이들 대형 방위사업체들은 현재 미 국방부 계약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1970~2000년대 미국 4대 항공·우주 방위사업체 인수·합병 과정. 글로벌시큐리티
트럼프 2기 행정부에 접어들면서 미 국방부는 프라임의 행태에 대해 경고를 잇따라 내리고 있다. 5월 9일(현지 시각), 다니엘 드리스콜 미 육군장관은 “앞으로 2년 안에 프라임 중 하나가 더 사업을 하지 않고, 나머지 프라임은 모두 더 강해지면 내가 일을 잘한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반대로 안두릴이나팔란티어 같은 스타트업 기업들과의 계약을 늘리고 있다. 이것은 프라임의 일부 사업 분야와 스타트업을 직접 경쟁시켜 효과를 얻겠다는 의미다.
이런 경쟁 구도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조지 메이슨 대학교 바로니 정부 계약 센터를 이끄는 제프 코자크 교수 등 일부는 “프라임과 스타트업을 경쟁시켜 하나를 도태시키는 것보다 둘 다 같이 가져갈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의회에서도 국방부의 계획에 대한 찬성이 두드러지고 있다.
국내 방위산업도 경쟁이 필요
최근 대한민국 방산은 뛰어난 기술력과 생산 능력이 뒷받침된 덕분에 여러 건의 수출 계약에 성공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수출 같은 국제적인 수요에 대응하려면 국내 생산 능력이 충분히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것은 유럽 방산의 생산량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기에 부족했던 문제에서 중요성이 드러난다.

우리 군 수요와 무관하게 업체 주도로 개발해 수출에 성공한 사례인 레드백 장갑차. 한화에에로스페이스
지정학적 갈등과 분쟁 영향권에 있는 여러 국가가 한국산 무기체계 수입을 빠르게 확대하면서, 우리 방산도 유럽의 한계를 겪지 않도록 보다 안정적인 공급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생산 능력은 군에 납품하는 회사의 생산 능력도 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유사한 무기 체계를 생산할 수 있는 국내 경쟁사를 가졌는지도 중요하다. 우리는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08년까지 특정 방신 기업에 특정 품목 생산을 할당하여 기술 개발을 유도하고 경쟁을 제한해 방산 기술 개발과 투자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던 전문화·계열화 제도를 폐지했다. 폐지 이유는 방산업체들의 경쟁을 촉진해 방위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해외 국들이 급한 무기를 빨리 수입해 투입하고, 현지 면허 생산하는 조건을 충족할 나라로 한국을 선택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력을 높이고 글로벌 시장의 파이를 키울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의 하나는 동일한 무기체계를 각 기업이 각 사의 네크워크와 역량을 인정받는 국가에 동시다발적으로 수출하는 것이다.
현재 방위산업 수출 확대를 위해서 필요한 요소는 방산 기업들의 ‘트랙 레코드’다. 국내 방산 기업들은 국내 사업을 통해 우리 군에 전력화했던 실적을 트랙 레코드로 활용해 해외 구매국에 ‘이미 검증된 체계’라는 신뢰를 줄 수 있다. 록히드마틴과 노스롭그루먼과 같은 강력한 글로벌 플레이어로 한국 방산 기업들이 성장하려면 국내 방산 시장에서 기술력과 역량을 갖추고 있는 기업들이 체계업체로 성장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대형 무기체계의 경우 막대한 공장 투자비가 들기 때문에 진출할 수 있는 업체가 한정적이라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미국도 전차는 제너럴 다이내믹스 한 곳만 설계·생산하는 등 경쟁이 제한되는 사례는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다.
하지만, 공장 설비 투자가 상대적으로 적게 들고, 소프트웨어 의존성이 큰 분야에서는 경쟁을 더 붙여야 한다. 특히 C4I와 같이 소프트웨어가 중요해지고 있는 지휘통제 등 미래 전장을 이끌 다영역·다계층 작전을 위한 체계의 수출로 확대하려면 국내 업체들이 경쟁을 통해 발전돼야 한다.

현대 무기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 모두 중요해지고 있다. 사진은 아랍에미리트가 도입한 천궁 II 체계. 아랍에미리트 국방부
경쟁 체제 유지로 연구 인력풀이 늘어나면 국내에서 문제로 지적받고 있는 이공계 연구 인력의 해외 유출도 막는 효과도 있다. 심각한 저출산 문제로 병력 축소로 줄어들고 있는데, 이는 국내 방산이 더 국내 수요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방산 업체의 노력과 정부의 지원 필수
국내 방산 업체들이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 그동안 국내 수요가 바탕이 됐다. 그동안 수요의 기반은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한 중요 기술을 기반으로 업체들이 시제품과 양산품을 제작하는 과정을 거치는 정부 주도 사업 방식이었다.

폴란드 수출로 국제적인 명성이 높아진 K2 전차. 현대로템
하지만, 이제는 방산 업체들이 개발을 주도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우리 군이 채택하지 않은 장비가 업체 주도로 개발한 뒤 수출을 타진하거나 수출에 성공한 사례가 국내에도 나타나고 있다. 한화 에어로스페이스는 레드백 보병전투차를 호주군에 수출했고, 현대 로템은 우리 군이 운용하는 차륜형 장갑차보다 훨씬 무겁지만 방어력이 뛰어난 NWAV라는 대형 차륜형 장갑차를 개발해 수출을 노리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LIG넥스원의 기술을 활용해 자국산 장거리 대전차 미사일을 만들었다.
이런 사례들은 꼭 우리 군이 요구하고 도입한 무기가 아니더라도, 우리 업체들의 기술력만으로 해외 요구사항을 충족할 수 있는 무기와 장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방산 업체들의 자체 경쟁력 확보를 위해 현재 우리 군에 공급하고 있거나 수출하고 있는 일부 무기체계의 브랜드화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지대공 미사일은 천궁이라는 우리말 이름과 함께 M-SAM이라는 영문 이름도 갖고 있다. 그러나, M-SAM 체계에 통합된 레이더는 천궁 다기능 레이더와 M-SAM MFR이라는 제품에 의존하는 명칭만 갖고 있다. 국산 첨단 레이더로 꼽히는 KF-21용 레이더도 KF-21 AESA 레이더라는 이름만 갖고 있다. 미국의 경우 AN/APG-** 이라는 숫자를 붙여 고유한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있다. KF-21용 레이더가 고유 명칭이면 해당 레이더는 KF-21에만 탑재할 수 있으며 다른 기체에는 장착이 어려운 확장 가능성은 없다는 의미일까?
브랜드화의 대표적인 사례는 록히드마틴이 개발하고 미 해군 외 우리나라·호주·스페인 등 여러 나라 해군이 함정에 적용한 ‘이지스’ 전투 체계가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가 딸 아테나에게 준 신의 방패 아이기스(Aegis)에서 따온 이지스라는 이름은 이제 첨단 해군 함정의 전투 체계에 붙는 일반명사가 돼 버렸다. 우리 해군의 차세대 구축함이 될 KDDX도 국산 전투 체계를 장착하지만, ‘한국형 이지스’ 또는 ‘미니 이지스’라는 말이 붙고 있다.
국산 무기와 장비의 수출은 방산 업체와 정부의 협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하지만, 방산 업체가 제대로 날개를 펼치려면 정부의 과감한 기술 이전과 정책 지원이 필수적이다. 국내 방위산업의 수출은 이제 기지개를 켰을 뿐이다. 유럽의 재무장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군비 확대 경쟁은 우리 방산에 긍정적이지만, 도약을 위해서는 업체들 스스로 노력과 함께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

지난 12일 HD현대중공업이 필리핀에 수출한 2400t급 원해경비함 라자 술라이만함의 진수식이 열렸다. HD현대중공업
우리의 방산 수출은 무기를 수출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해당 국가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힘을 수출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우선 우리 자신을 지킬 힘을 만들어낼 방산 업체들의 경쟁을 통해 도약할 힘을 키우고, 그 힘을 통해 방산 선진국과 경쟁에서 승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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