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법원이 제동 건 고려아연 신주발행…경영권 분쟁 새 국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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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의 우호지분으로 평가됐던 현대자동차그룹 해외법인 HMG글로벌에 대한 신주발행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고려아연은 “경영상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했지만, 영풍은 “모두가 피해자가 됐다”고 날을 세웠다. 다만 대법원 판단이 남아 있어 당장 경영권 분쟁의 판도가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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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13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고려아연 기자회견이 열렸다. 고려아연은 이날 열린 이사회에서 일반공모 유상증자 결정을 철회했다. 사진은 이날 기자회견장 모습. 뉴스1

法, 영풍 손 들었다…고려아연 우군 줄어들까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부장 최욱진)는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신주 발행 무효확인 소송에서 “고려아연이 발행한 104만 5430주의 신주는 무효”라며 영풍 측의 손을 들어줬다.

고려아연은 2023년 9월 현대차그룹의 해외법인인 HMG글로벌과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 협력 등을 약속하면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신주 104만5430주를 발행했다. 이로써 현대차그룹은 고려아연 지분 5%와 이사회 의석 한 자리를 확보하게 됐다. 발행 당시 영풍 측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31.57%로 최대주주였지만, 현대차 미국법인에 신주 5%를 발행하면서 고려아연 측의 지분율은 32.10%로 역전됐다.

재판부는 “고려아연이 출자에 참여하지 않은 HMG글로벌은 고려아연의 정관상 ‘외국의 합작법인’이 아니므로, 신주발행이 정관을 중대하게 위반했다”며 “신주발행이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해 무효”라고 판시했다. 다만 “친환경 및 중장기적 성장을 위해 신주 발행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으며 경영권 분쟁이 존재한다는 사정만으로 경영권 강화 목적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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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고려아연 회장(左), 장형진 영풍 고문(右). 중앙포토

영풍은 향후 신주 발행 무효가 확정되면 최 회장 측 우호 지분율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영풍은 1심 판결에 대해 “이번 판결은 기업 지배 구조와 주주권 보호에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이라며 “위법한 신주발행으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모든 당사자들에게 사과하고 피해 회복을 위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고려아연은 “경영상 필요에 의한 신주발행이 적법하게 진행됐다”며 즉각 항소하겠다고 했다. 항소심에선 외국의 합작법인과 관련된 고려아연 정관의 제정 취지와 의미를 상세히 소명해 적정성을 인정받겠다는 입장이다. 고려아연 측은 판결이 확정돼 현대차 측 지분이 없어지더라도 경영권에는 영향이 없을 거라고 주장한다. 현대차 측은 지난 1월과 3월 고려아연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았음에도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는 점을 들어서다.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신주의 효력이 유지된다는 점도 관건이다.

길어진 법정 다툼…경영권 향배는  

고려아연과 영풍 간 법적 분쟁은 장기화 할 전망이다. 우선 법원이 1심과 2심에서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준 ‘상호주 제한’에 대한 대법원 결정이 남았다. 현재 영풍·MBK 연합 측은 고려아연 지분 약 43~46%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가운데 영풍이 보유한 25.4%에 대해선 의결권 제한 여부를 둘러싼 법적 판단이 남은 것이다. 이 때문에 영풍은 의결권을 제한한 정기주총 자체를 취소해야한다는 소송도 냈다. 반면 고려아연은 자회사 SMC가 영풍 지분을 보유하면서 형성된 순환출자 구조를 근거로 영풍이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 일부 또는 전부가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길어진 경영권 분쟁으로 당국의 조사와 수사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4월 유상증자 과정에서 부정거래를 한 혐의로 고려아연을 압수수색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지난 5월 고려아연에 대한 조사를 착수하고 자료를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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