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예전보다 날카롭지 않아"…호불호 갈려도 '오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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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3' 출연배우들. 왼쪽 윗줄부터 시계방향으로 노재원, 양동근, 이진욱, 임시완, 강하늘, 위하준, 박성훈, 이다윗, 채국희, 강애심, 이병헌, 황동혁 감독, 이정재, 박규영, 조유리. 사진 뉴시스

“막연하게 시즌2·3을 생각하기 시작했을 때는 지금과는 엔딩이 달랐어요. 본격적으로 캐릭터들을 만들고 이야기 뼈대를 세워 나가면서, 성기훈(이정재)의 캐릭터를 스케치하다 보니 ‘이렇게 끝나면 안 되겠구나’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넷플릭스 글로벌 히트작 ‘오징어 게임’이 성기훈의 비극적 결말을 담은 시즌3(27일 공개)로 마침표를 찍었다. 이 마무리에 대해 황동혁 감독은 29일 공개된 골든글로브 투표인단과의 기자회견에서 캐릭터의 감정선과 성장 곡선을 따라가다 보니 결론이 달라졌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시즌 3는 경제적·정치적으로 갈수록 힘든 이 세상에서 과연 우리가 인간성을 지키고, 믿고,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라며, “성기훈의 여정을 통해 우리가 여전히 희망이 있는지, 다음 세대에게 무엇을 물려줄 것인지 생각할 계기를 주고 싶었다”고 억지로 해피엔딩을 만들고 싶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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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혁 감독은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하고 탐욕을 부추기고 서로에게 분노를 쏟아내는 이 시대에, 우리에게 여전히 희망이 있는가, 다음 세대에게 좀 더 나은 세상을 물려줄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골든글러브 인터뷰에서 말했다. 연합뉴스

성기훈의 충격적인 죽음, 그리고 케이트 블란쳇이 연기한 미국 리쿠르터를 통해 ‘오징어 게임’이 세계 곳곳에서 계속된다고 암시한 결말은 국내외 시청자들로부터 호불호 반응을 가져왔다. 미국 비평사이트 로튼토마토에 따르면 평론가지수 83%를 기록 중이며, 일반인 시청지수는 52%로 평론가보다 낮은 점수에 머물렀다.

틴 보그는 “우리가 애정했던 캐릭터뿐 아니라 미워했던 캐릭터까지 대부분 죽음을 맞이한다. 조현주를 연기한 박성훈과 이명기 역의 임시완은 인간 내면의 선과 악을 상징적으로 보여줘 눈에 띈다”고 짚었다. 뉴욕 매거진은 “작품의 진짜 의미는 이야기 밖에 있다. 자본주의 사회를 향한 날선 비판을 그렸다”고 리뷰했다.

반면 일부 평론가들은 “잔혹함은 여전하지만, 세계관 확장과 캐릭터 서사 깊이는 아쉽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시각적 충격은 있으나 처음부터 예견된 인간의 어두운 본성 이상의 새로운 메시지를 담진 못했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차라리 솔직한 허무주의거나 연민을 이끌어내는 고전적 멜로였다면 이야기에 무게가 실렸을 것이다. 그런 깊이가 없어 얼마나 사람이 죽어갔는지만 기억할 뿐”이라고 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잔혹함은 더 심해지고, 풍자는 점점 사라져간다. 예전만큼 날카롭지는 않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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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정재(왼쪽)과 이병헌이 28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오징어게임 시즌3 글로벌 피날레 무대인사에서 대화 중이다. 사진 뉴스1

극명한 호불호 반응에도 불구하고 '오징어 게임 시즌3'은 공개 하루 만에 넷플릭스 시청률 글로벌 1위를 차지했다. 29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순위 집계 플랫폼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시즌3은 전날 기준으로 넷플릭스 프로그램 부문 세계 1위, 플릭스패트롤이 순위를 집계하는 93개국에서 모두 1위에 올랐다. 이는 ‘오징어 게임’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글로벌 신뢰와 기대감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방증이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시즌3에 대한 평가는 작품 자체보다 기대치에서 비롯된다. 시즌1이 만들어낸 강력한 파급력이 시즌3까지 이끌어온 동력”이라며 “일부 인물 서사가 완벽하게 정리되지 않은 부분이 있으나, 시리즈 전체 흐름을 마무리하는 완주의 개념으론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2021년 공개한 시즌1은 첫 28일 동안 1억4200만 가구가 시청했고 22억의 누적 시청시간을 기록 중이다. 이 누적 시청시간은 지금도 깨지지 않고 있다. 또 250억원을 투입해 1조원 성과를 낸 ‘초대박작’으로 기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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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혁 감독을 비롯한 '오징어 게임' 시리즈의 출연진이 28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오징어게임3 팬 이벤트 행사에 모였다. 사진 뉴시스

황 감독은 앞선 여러 인터뷰에서 시즌3가 마지막이라고 발표하면서도 스핀오프 가능성은 열었다. 케이트 블란쳇의 등장은 미국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장면이다. 황 감독은 “분명한 결론이 있는 이야기지만 여운이 있는 결론이다. 넷플릭스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언젠가 또 좋은 기회가 돼서 의견이 잘 맞으면 다음의 이야기를 할 수도 있는 결론”이라고 밝혔다.

‘오징어 게임’은 한국 문화의 위상을 한층 높인 작품이기도 하다.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 세계관을 이용한 모바일 게임·현실 리얼리티 쇼 등 다양한 확장 콘텐트를 선보인 바 있다. 한국에선 지난 28일 ‘오징어 게임’ 피날레 이벤트와 연계한 서울여행 주간 행사가 진행됐다. 드라마 속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웅장한 퍼레이드, 딱지맨과의 게임, 출연 배우들과의 팬미팅 등 다양한 이벤트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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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서울광장까지 '오징어 게임 시즌3 글로벌 피날레 퍼레이드'가 진행됐다. 극중 마스코트인 영희가 눈길을 끈다. 사진 뉴스1

또 넷플릭스는 이 작품 성공을 바탕으로 한국 콘텐트 중심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2021년 한국 콘텐트에 5억 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했으며, 2023~2026년에는 총 25억 달러 투자 계획을 추가했다. 지난해 기준 연간 투자액이 7억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또 올해 안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제작 스튜디오가 파주에 들어설 예정이다.

최근엔 미국에서 한국 문화를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만들어져 넷플릭스 영화 글로벌 순위 1위에 랭크했다. 케이팝 아이돌에 저승사자, 무당 등 한국적 요소를 섞은 독특한 작품이다.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K팝 소재의 작품이 하나 더 나올 예정이다. 현재 개발 중인 코미디 장르의 ‘피치 퍼펙트: K팝 아이돌’은 한국계 미국인 코미디언이자 작가 조엘 킴 부스터가 집필하고, 영화 ‘피치 퍼팩트’(2012)의 제이슨 무어가 감독으로 나선다. 한 싱어송라이터가 미국 최초의 K팝 그룹 오디션에 지원하면서 삶이 완전히 뒤바뀌게 돼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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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3'은 성기훈 복수 서사의 완전한 해소보다는 자본주의 사회에 질문을 던지는 형태로 마무리됐다. 사진 넷플릭스

정 평론가는 “‘오징어 게임’ 이후, 한국 콘텐트는 글로벌 문화 원형을 생산하는 위치로 올라섰다. 단순히 한국적인 것을 보여주는 단계를 넘어서, 한국적 감성을 정확히 고증한 작품들이 세계 무대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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