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GDP 5% 국방비' 합의한 유럽…美방산업체 군침 흘린다 [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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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후 유럽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에게 이전에 합의한 GDP 2% 국방비 목표보다 훨씬 높은 5%를 주장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스페인을 제외한 대부분 유럽 나토 회원국들이 무릎을 꿇었다. 5% 가운데 3.5%는 직접 국방비로 쓰고, 1.5%는 핵심 인프라 등 기반 시설에 투자하기로 했다. 늘어날 국방 투자를 노리고 여러 업체들이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지정학적 위기의 근원인 미국 업체들은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①유럽에서 미국 업체들은 한몫 잡을 수 있을까?
6월 24일에서 25일(현지시간)까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담에서 스페인을 제외한 회원국들이 2035년까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으로 증액하기로 합의했다. 그동안 5%를 주장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결정이 “유럽과 서방 세계의 큰 승리”라고 평가했다. 유럽 회원국들은 3.5%를 국방에 지출하고, 1.5%를 핵심 인프라 보호, 네트워크 방어, 민방위 및 복원력 강화, 혁신, 국방 산업 기반 강화에 할당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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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주문이 늘고 있는 F-35A 전투기. 록히드마틴

유럽 나토 회원국들이 국방 예산을 대폭 증액하기로 하면서 계약을 따내기 위한 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 업체들이 높은 관심을 보인다. 나토 정상회담 직전인 6월 16일부터 22일까지 프랑스에서 열린 파리 에어쇼는 미국 업체들의 관심을 살펴볼 기회였다.

전시회에서 미국 항공우주 방위산업체 관계자들은 여러 매체와 인터뷰에서 유럽 기업과의 파트너십 확대, 유연한 협력 체제 허용, 엔지니어링 개발부터 제조까지 포함하는 현지 기반 구축 등 복잡한 시장 개척 전략을 소개했다.

하지만, 미국 업체들의 희망이 실현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유럽 연합은 2025년부터 2027년까지 유럽의 방위 산업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15억 유로를 포함하여 총 8000억 유로 규모의 유럽 재무장(ReArm Europe) 지출 계획을 발표했다. 주로 무기 구입에 사용될 15억 유로로 가운데 65%는 유럽 기업에서 조달돼야 한다.

최근 불거진 미국과 유럽 간의 지정학적 긴장과 F-35 킬스위치 논란 등으로 유럽 지도자들이 유럽제 무기 도입을 더 선호하게 했고, 일부 국가의 경우 주권 강화를 위해 방위 장비의 자국 생산을 의무화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미 항공우주산업협회(AIA) 에릭 팬닝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파리 에어쇼에서 미국 국방매체 브레이킹 디펜스와 인터뷰에서 “가장 큰 우려는 아마도 유럽 기업들이 미국과 파트너십에서 물러나거나 서로를 우선시하거나, 심지어 인도·한국·일본과 협력하는 것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②프랑스가 유텔샛 지분 확대 계획
유럽이 미국과 갈등이 깊어지면서 미국에 의존하던 여러 서비스의 대안을 찾으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 재무부는 미국의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인 스타링크의 대안을 찾고 있으며, 이를 위해 유텔샛(Eutelsat)의 자본 증자에 7억 1700만 유로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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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텔샛이 프랑스 군에 지원할 원웹 저궤도 위성통신 위성. 유텔샛

이에 앞서 프랑스 방위사업청(DGA)은 유텔샛과 군사급 위성통신 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한 최대 10억 유로 규모의 10년 기본 계약을 체결했다. DGA는 보도자료에서 유텔샛은 군에 우선적인 우주 자원을 제공하며, 특히 원웹 위성 군집 자원을 포함해 운용 중인 위성의 보안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텔샛의 증자에 프랑스 정부가 참여하면 지분은 현재 20%에서 30%로 증가팤다. 영국 정부도 1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DGA와 유텔샛의 계약은 지구 정지궤도에 있는 프랑스 정부 소유의 시러큐스 군사위성을 유텔샛이 인수한 원웹 저궤도 위성으로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유럽 여러 나라의 군대는 우크라이나에서 스타링크 위성 네트워크가 지휘통제, 드론 작전, 전장 통신 유지에 필수적 역할을 하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유럽은 자체적인 광대역 위성통신 시스템인 IRIS²를 구축할 계획이지만, 아직 넓은 지역에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다른 유럽 회사들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한 유텔샛은 2024년 11월 유럽 집행위(EC)부터 IRIS² 위성 군집을 배치하기 위한 업체로 선정됐다.

2023년 9월 말 프랑스에 본사를 둔 유텔샛은 2020년 파산한 저궤도 위성 사업자 원웹을 합병하여 유텔샛-원웹이 되었다. 유텔샛의 정지궤도 위성과 원웹의 저궤도 위성 경쟁력을 결합해 고객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하며 통합된 위성 연결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한편, 신사업과 투자에 대한 재평가 작업을 진행해 민간 위성서비스보다 방산 위성 운영 및 군 통신에 더 중점을 두기로 결정한 한국의 한화시스템은 2025년 6월 초 보유한 유텔샛-원웹 지분 5.4%를 전량 매각했다.

③독자노선 고수하던 튀르키예, 현실적 문제로 유럽과 미국에 매달리는 중
국방비를 GDP 대비 5%까지 늘리자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담에 튀르키예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도 참가했다. 튀르키예는 현재 GDP의 2.09%를 국방비로 지출하고 있다. 그동안 튀르키예는 다양한 자국산 무기 사업을 진행하면서 무기 자급률을 높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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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가 프랑스에 걸림돌 해소를 요구하고 있는 SAMP/T. 유로샘

2024년 8월 자체적인 다층 대공방어 개념인 ‘스틸 돔’ 구상을 발표했다. 스틸 돔은 코르쿠트 자주 대공포와 슐구르 휴대용 대공미사일과 같은 단거리 시스템, 히사르-A+와 히사르-O 같은 중거리 시스템, 로케산 등이 개발 중인 사거리 150㎞인 시퍼 같은 장거리 시스템이 포함된다.

하지만, 국가 미사일 방어 체계 개발을 보완하고 나토의 공중 및 미사일 방어 구조와의 완전한 통합을 보장하려고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합작한 유로샘의 SAMP/T를 자국에서 공동 생산하는 것을 추진해왔다. 2018년 1월 튀르키예는 유로샘과 18개월간의 예비 타당성 조사에 대한 협약을 체결했지만, 2019년 시리아 북부에서 군사 작전을 벌인 후 프랑스와 관계가 나빠져 협력은 중단됐다. 이번 나토 정상회담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정치적 장애물을 제거해 달라고 요청했다.

미국과는 F-35 전투기 프로그램과 관련한 기술적 협상을 재개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튀르키예가 F-35 전투기 획득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2002년 합동타격전투기(JSF) 레벨 3 국가로 사업에 참여한 튀르키예는 116대를 도입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2017년 러시아와 S-400 지대공 미사일 도입 계약을 체결했고, S-400이 나토 시스템과 호환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던 미국은 ‘미국 적대국 제재법(CAATSA)’에 따라 튀르키예를 F-35 프로그램에서 축출과 F-16 관련 기술 수출 금지 등의 제재를 가했다. F-35 프로그램 퇴출에 맞서 튀르키예는 자체적으로 5세대 전투기 칸을 개발하고 있지만, 여러 기술적 문제를 겪고 있다.

SAMP/T와 F-35 문제 모두 공통적으로 러시아제 S-400 지대공 미사일이 걸림돌이다. 미국은 그동안 S-400을 다른 나라에 이전할 것을 요구했지만, 튀르키예는 주권적 문제라고 맞서며 거부하고 있다. 나토 정상회담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들의 주장을 지지할 의향을 보였다고 했지만, 미국측 반응은 나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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