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거래 없었다"면서도 매출은 인정한 세무서…法 “과세 취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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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한 매출은 그대로 인정하고도, 해당 물품의 매출원가는 실물거래가 없다며 전액 부인해 세금을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 2부(부장판사 고은설)는 휴대폰 판매 법인 A사가 서울 관악세무서를 상대로 낸 법인세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30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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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서울행정법원 자료사진. 뉴스1

중고 휴대폰을 매입해 국내·외에 판매하는 A사는 서울지방국세청의 ‘2020 사업연도 법인세 통합조사’에서 가짜 거래 의혹을 받았다. 2020년 7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24개 매입처로부터 실물거래 없이 약 21억 9200만원의 매입세금계산서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서울국세청은 이 내용을 관악세무서로 통보했다.

관악세무서는 A사가 실제로 물건을 사지 않았으면서도 물건을 산 것처럼 비용 처리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덜 내고 있었다고 판단, 세금을 늘려야 한다고 봤다. 이에 따라 2022년 7월 A사의 법인세 과세 표준을 21억 5700만원가량 늘린 후 이에 대한 법인세 6억 5000만원을 추가로 부과했다.

A사는 정상적인 거래가 있었다며 처분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세무서는 세금계산서 수취분과 관련해 신고한 매출은 수출신고필증, 국내거래명세서 등에 근거해 정상적인 수입금액으로 인정했으면서도 이에 대응하는 중고 핸드폰 구매비용(매출원가)은 경비로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A사의 손을 들어줬다. “납세의무자의 증명이 불충실하다는 이유로 필요경비를 영(0)으로 보는 것은 경험칙에 반하므로, 추계조사에 의해 산정 가능한 범위 내에서 과세관청이 금액을 증명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면서다. 이어 “추계조사로 산정이 가능한 매출원가에 관해 아무런 입증을 하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 법원은 “IMEI(단말기 고유식별번호)를 통해 휴대폰의 매출액과 휴대폰 구매비용인 매출원가를 1:1로 대응시키는 것이 가능하므로 매출액이 존재하는 경우 그에 대응하는 중고 휴대폰 구매비용인 매출원가도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부합한다”며 그런데도 세무서가 “가공 증빙으로 보아 매출원가를 전액 부인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인세법 시행령상 ‘소득금액을 계산할 때 필요한 장부 또는 증명서류가 허위인 경우’엔 과세 당국이 추계할 수 있다며, 그런데도 세무서가 이를 추계하지 않고 단순히 전액 부인한 것은 잘못됐다고 봤다. “과세관청은 추계조사의 방법에 의하여 산정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는 그 금액을 증명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법원은 “과세 처분은 위법하다. 관악세무서가 A에게 부과한 법인세 6억 5000만원의 경정처분을 취소한다”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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