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두 섬 플레이어, 미국 대륙 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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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투어 다우 챔피언십에 2인 1조로 참가해 연장 접전 끝에 우승한 이소미(오른쪽)와 임진희가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지난 2023년 말 Q-시리즈를 거쳐 나란히 풀 시드를 확보한 두 사람이 LPGA 투어에서 우승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AFP=연합뉴스]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했죠. 메인 후원사까지 잃고, 다른 선수들과의 기량 차이는 좁혀지지 않고…. 그래도 ‘언젠가는 나도 해낼 수 있다’는 믿음으로 도전했습니다.”(이소미)
지난해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동반 데뷔한 뒤 우승과 연을 맺지 못했던 임진희(27)와 이소미(26)가 30일(한국시간) 미국 미시건주 미들랜드 골프장에서 끝난 ‘2인 1조’ 대회 다우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이로써 두 사람은 김아림(29), 김효주(29), 유해란(24)에 이어 올 시즌 한국 선수의 시즌 네 번째 우승의 주인공이 됐다.
임-이 조는 이 날 최종라운드에서 8타를 줄여 합계 20언더파로 렉시 톰슨(30)-메간 캉(28·이상 미국) 조와 동타를 이뤘다. 이어 18번 홀(파3)에서 포섬 방식으로 진행한 연장전에서 버디를 잡아 파에 그친 상대를 꺾었다. 섬 태생(임진희는 제주, 이소미는 전남 완도)인 두 사람은 ‘BTI(Born To be Island·본 투 비 아일랜드)’라는 팀 명으로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우승 상금은 80만5382달러(약 11억원·팀 기준). 2년짜리 시드도 받았다.
임진희와 이소미는 모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를 거쳤다. 2018년 데뷔 후 빛을 못 보던 임진희는 2023년에만 4승을 올리며 두각을 나타냈다. 다소 뒤늦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클럽을 잡은 탓에 국가대표 등 엘리트 코스는 거치지 못했다. 하지만 ‘독종’이란 별명처럼 가장 먼저 연습장에 나가 스윙을 점검했고, 가장 늦게까지 부족한 부분을 채웠다. 반면 2017년 국가대표를 거친 이소미는 일찌감치 눈에 띄었다. 2020년 KLPGA 투어에서 첫 우승했고, 2021~22년에 2승씩 추가했다. 뛰어난 집중력으로 우승 기회를 놓치지 않는 ‘승부사’ 기질로 유명했다.

우승 직후 샴페인을 맛보는 이소미(왼쪽)와 활짝 웃는 임진희. [사진 LPGA 페이스북 캡처]
두 사람은 2023년 말 Q-시리즈에서 공동 2위(이소미)와 공동 17위(임진희)로 LPGA 투어 풀시드를 확보해 해외에 진출했다. 하지만 LPGA 투어는 만만치 않았다.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는 10개 대회 넘게 치르도록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그 사이 두 사람 모두 메인 후원계약이 종료됐다. 임진희는 지난 4월 신한금융그룹 모자를 새로 썼지만, 이소미는 여전히 새 스폰서를 찾는 중이다.
이번 다우 챔피언십은 두 사람의 팀 워크가 좋으면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는 대회다. 임-이 조는 KLPGA 투어부터 LPGA 투어 Q-시리즈와 여러 대회를 함께했던 터라 호흡이 잘 맞았다. 3라운드까지 13언더파 단독 선두였던 세라 슈멜젤(31·미국)-알반 발렌수엘라(28·스위스) 조에게 1타 뒤졌던 임-이 조는 포볼 방식으로 치러진 최종라운드에서 전반 버디 5개로 따라잡았다. 후반에도 버디 2개를 추가해 20언더파의 톰슨-캉 조에 1타 차로 따라붙더니, 17번 홀(파4) 버디로 끝내 공동 선두가 됐다. 연장전에서 톰슨이 티샷으로 핀 2m 옆에 볼을 붙이자 이소미도 4m 안쪽으로 핀을 공략했다. 임진희가 버디 퍼트로 깔끔하게 마무리했지만, 캉은 짧은 퍼트를 놓쳤다.
임진희는 “선배님들 실력이 워낙 뛰어나 지난해 루키로 들어왔을 때 적잖은 압박감을 받았다. 그래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면서 자신감을 얻게 됐다. 앞으로 더 많이 우승하고 싶다”며 웃었다. 이소미는 “우리는 선배들을 보며 꿈을 키웠다. 최근 ‘한국 선수들 기량이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우리는 정말 최선을 다해 뛴다. 한국 여자골프는 절대 죽지 않았다. 포기하지 않는 한 다시 올라갈 수 있다고 믿는다. 한국 선수들이 얼마나 강한지 증명할 수 있는 시간이 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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