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심우정, 9개월만 전격 사의…243자 사퇴문엔 검찰개혁 속도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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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정 검찰총장은 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심 총장은 사퇴 입장문을 통해 검찰개혁과 관련 "결론을 정해놓고 추진될 경우 예상하지 못한 많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1
심우정 검찰총장이 1일 “내가 떠나는 게 조직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임기(2년)를 절반도 채우지 못한 채 취임 9개월만의 중도 사퇴다. 이재명 대통령이 사표를 수리하는 대로 대통령실은 후임 총장 인선 작업에 착수할 전망이다. 법무부는 함께 사표를 낸 이진동 전 대검 차장을 포함한 고위직 검사들의 사표를 수리하고 당일 노만석 대검 차장,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 등 후임 인사를 단행했다.
심 총장의 사의는 국회 법사위가 이날 수사·기소 분리가 골자인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등 검찰개혁 법안을 일괄 상정해 심사에 착수하는 등 ‘추석 전 완수’를 목표로 더불어민주당이 속도전에 나선 시점에 나왔다. 심 총장 개인적으론 김주현 전 민정수석과 비화폰 통화, 자녀 특혜채용 의혹 등 공세에 따른 부담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심 총장은 이날 오후 3시 243자 분량의 짧은 사퇴 입장문을 냈다. 입장문에는 “저는 오늘 검찰총장의 무거운 책무를 내려놓는다” 등 단 두 줄의 형식적 소회만 담았을 뿐 검찰 구성원에게 전하는 마지막 인사말은 생략됐다. 대신 “(검찰개혁이) 시한과 결론을 정해놓고 추진될 경우 예상하지 못한 많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입장문 절반 이상을 검찰개혁에 대한 우려로 채웠다. 특히 추진 과정에서 “학계, 실무계 전문가 등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듣고 심도 깊은 논의를 거쳐 국민을 위한 형사사법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대검 참모들 사이에선 “심 총장의 평소 온건한 성향을 생각했을 때 표현할 수 있는 최대치의 우려를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대검 간부 소집 "내가 떠나는 게 조직 위한 방파제 역할"

심우정 검찰총장은 이날 대검 간부들을 소집해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내가 조직을 떠나는 게 오히려 방파제 역할을 하는 것"이라는 취지로 사의 표명의 배경을 설명했다. 연합뉴스
심 총장은 이날 사퇴 입장문 발표 직전 대검 간부들을 소집해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인사말은 “임기를 지키는 것과 총장직에서 물러나는 것 중 어떤 선택에 우리 검찰 조직에 도움이 될지를 놓고 오랜 시간 생각을 거듭했다”는 고민을 털어놓는 것으로 시작됐다. 심 총장이 지난해 10월 김건희 여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비화폰으로 김주현 당시 민정수석과 통화한 것을 놓고 민주당의 ‘검찰 때리기’가 계속되는 것이 검찰개혁 등의 현안과 맞물려 조직 전체에 대한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고민 때문이었다.
실제 심 총장은 대검 간부들에게 “내가 조직을 떠나는 게 새로 오시게 될 장관님이나 구성원들이 올바른 검찰 개혁을 추진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내가 힘들고 가족이 힘든 건 참을 수 있지만, 내가 조직에 남아있는 게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조직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지는 상황은 막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대검 관계자는 “총장이 검찰개혁의 방향에 대해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갖고 이야기를 한들 여러 의혹이나 논란들이 부각되며 그 진정성이 왜곡된 채로 전달이 된다면 차라리 새로운 총장이 그 이야기를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신 듯하다”며 “총장 본인이 오히려 외부 공격의 빌미가 되니까 오히려 직을 내려놓는 게 조직을 위한 방파제 역할을 하는 거란 이야기로 사의 표명의 배경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與 검찰개혁 속도전…"추석까지 확실히 끝내겠다"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정청래, 박찬대 의원은 추석 전 검찰개혁을 끝내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뉴스1
대대적인 검찰 개혁이 예고된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총장의 사의 표명에 검찰은 안팎으로 뒤숭숭한 분위기다. 특히 민주당은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물리적으로 분리하지 않는 한 정치기소·편파수사 등 검찰권 남용을 막기 어렵다며 속도전을 예고햐 상태다. 민주당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중진 의원들은 “추석 전 귀향길에 검찰청이 폐지됐다는 뉴스를 들려드리겠다”(정청래 의원) “검찰 개혁을 추석 밥상 전까지 확실히 끝내겠다”(박찬대 의원)고 말했다.
당내에선 김용민·장경태·민형배 의원 등 개혁 강경파 의원을 중심으로 지난달 이미 검찰청을 폐지하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 등을 각각 설치하는 법안도 잇따라 발의해 둔 상태다.

조승래 국정기획위원회 대변인은 검찰의 업무보고 전 정부조직개편 초안을 위원장에게 보고한 것에 대해 "검찰의 허락을 받고 (검찰개혁을) 공약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은 이날 검찰청 개편안이 담긴 정부조직개편 초안을 보고받았다. 검찰청 업무보고가 두 차례 미뤄지며 검찰개혁에 대한 검찰 구성원의 입장과 의견을 수렴하지 못한 상태에서 개편안이 먼저 보고된 것이다. 검찰청은 당초 오는 2일 국정기획위에 업무보고를 할 예정이었지만 심 총장의 사의 표명으로 일정이 무기한 연기됐다.
조승래 국정기획위 대변인은 이날 “검찰 개혁과 수사·기소 분리에 대해 우리가 검찰의 허락을 받고 공약한 건 아니지 않느냐”며 “검찰 의견을 당연히 듣고, 검찰도 숙고할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업무보고 일정과 (조직개편안 마련) 스케줄이 불일치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정성호 법무장관 후보 "여야 합의를 통해 결정돼야"

당내 온건파로 분류되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검찰개혁 추진 과정의 의견 수렴과 소통, 국회에서의 여야 합의 등을 강조했다. 뉴스1
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검찰 조직 해체나 이런 표현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민주당·국정기획위가 내비친 고강도 검찰개혁 추진 의지와 온도차를 보였다. 정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에 집중된 권한의 재배분 문제, 이런 문제와 관련해서는 어느 정도 국민적 공감대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국회에서 입법, 여야 합의를 통해 결정돼야 할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정 후보자는 전날엔 “국민의 피해가 없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이) 돼야 한다”고 했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할 경우 생길 형사사법제도의 공백과 혼란 등을 감안해 검찰권 남용을 막을 제도적 보완책을 신설하는 수준에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의 한 원내 지도부 인사는 “기존 기관을 해체하고 새로운 기관을 만드는 문제인 만큼, 사안을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대통령실도 비슷한 기조에서 검찰개혁을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는 뜻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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