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반란 진압' 후 트럼프법 통과…찍어낸 공석엔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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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요 국정 과제를 뒷받침할 이른바 ‘크고 아름다운 법안’이 1일(현지시간) 미 상원을 극적으로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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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오초피 악어 서식지에 설치된 불법 이민자 수용소를 방문하고 돌아온 뒤 기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정부의 재정적자 한도를 늘려 대폭적인 감세와 불법이민 차단 등을 추진하고 있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정책의 법적 근거가 완성 단계에 접어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독주 체제가 보다 힘을 받게 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3명 이탈…부통령 ‘타이 브레이커’ 행사

이날 상원에서 이뤄진 표결 결과는 찬성 50표, 반대 50표의 동률이었다. 100석의 상원 의석 중 47석의 민주당 의원들은 전원 반대표를 던졌고, 53석을 차지하고 있는 공화당에서도 3명이 반대 행렬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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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의회에서 입장하고 있다. 밴스 부통령은 이날 상원에서 '크고 아름다운 법안'이 찬반 50 대 50으로 갈리자 상원 의장 자격으로 투표에 참가해 법안을 통과시켰다. 로이터=연합뉴스

결국 상원의장을 겸직하는 JD 밴스 부통령이 찬성표를 던지는 ‘타이 브레이커’ 권한을 행사하면서 법안은 상원의 문턱을 가까스로 넘었다.

공화당에서 일찌감치 법안에 반대해온 토머스 틸리스(노스캐롤라이나), 랜드 폴(켄터키), 수전 콜린스(메인) 등 3명의 상원의원이 예상대로 반대표를 행사했다. 찬성을 유보했던 리사 머코스키(알래스카) 의원은 막판 찬성표를 던졌다. 당 지도부가 알래스카에 혜택이 추가되는 쪽으로 법안을 수정하는 조건을 제시하며 설득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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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 의회 상원 회의실에서 사무원들이 법안을 소리 내어 읽는 동안 책상 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940페이지 분량의 지출 및 세금 법안 사본이 놓여 있습니다. 로이터=연합뉴스

27시간 마라톤 표결…수정안 45번 신기록

해당 법안은 지난달 28일 법안 상정을 위한 절차 표결 가결을 시작으로 처리 절차에 돌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오는 4일을 법안 처리 시한으로 못박은 가운데 민주당은 최대한 법안 처리를 지연시켰다.

29일 공식 토론이 시작되자 16시간 동안 940쪽에 달하는 법안 전체를 낭독하는 축조심사를 요구했고, 각 당에 10시간씩 주어지는 공식 토론은 30일 새벽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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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오초피에 있는 불법 이민자 수용소를 시찰하고 있다. 해당 수용소는 악어가 서식하는 늦지대 한가운데 지어지면서 인권 단체들의 강한 비판을 받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후 상원의원들이 무제한으로 수정안을 제시하고 모든 수정안을 표결하는 ‘보트-어-라마(Vote-a-Rama)’ 절차에선 45번의 수정안이 올라와 27시간동안 모두를 표결에 부쳤다. 2008년 예산안 처리 때 기록했던 44번을 넘어선 신기록이다.

상원에서 법안이 수정되면서 해당 법안은 2일 다시 하원에서 표결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하원 의석은 공화당 220석, 민주당 212석으로 상원에 비해 여당이 상대적으로 여유롭다. 공화당 하원 지도부는 이날 “4일까지 법을 트럼프 대통령 책상 위에 올려놓겠다”는 성명을 냈다.

이탈자 찍어낸 자리에 “최우선 옵션은 며느리”

플로리다 악어 서식지에 설치된 불법 이민자 구금시설을 방문 중에 법안의 상원 통과 소식을 전달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듣던 준 반가운 소리”라며 “이것은 모든 이의 법안으로, 모든 이가 주요한 정책 승리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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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차남 에릭 트럼프와 배우자 라라 트럼프(왼쪽)가 지난 5월 21일 베트남에서 열린 트럼프 인터내셔널 흥옌 리조트 및 골프장 프로젝트 기공식에 참석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백악관으로 돌아오는 전용기에선 법안에 반대한 의원들을 향해 “항상 반대만 하고 지능이 높지 않은 것 같다”고 비난했다. 특히 반대 표결에 앞서 내년 11월 중간선거 출마 포기를 선언한 틸리스 의원의 후임자에 대한 질문을 받자 “라라 트럼프가 내 1순위 옵션”이라며 “그는 노스캐롤라이나를 정말 잘 안다”고 답했다.

라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차남 에릭의 배우자다. 대통령이 법안에 반대하는 여당 의원을 사실상 찍어내고, 그 자리에 자신의 며느리를 출마시키겠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간 라라를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공동의장에 임명해 당의 ‘곳간 열쇠’를 맡겼다. 플로리다 상원의원이던 마코 루비오를 국무장관으로 발탁하면서 공석이 생겼을 때도 라라의 출마설이 돌았지만 스스로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번엔 “타이밍이 맞고 우리 가족에게 잘 맞다면 고려해볼 만한 일”이라며 출마 가능성을 숨기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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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며느리인 라라 트럼프가 지난해 11월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의 팜비치 카운티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트럼프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의 유세를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대규모 감세…반도체 공장 세액공제 35%로 확대
이날 상원을 통과한 법안은 집권 1기 때 시행돼 올해 말 종료될 예정이던 개인 소득세율 인하,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등 각종 감세 조처를 연장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대선 공약인 팁 및 초과근무수당에 대한 면세와 신생아에 대한 1000달러 예금 계좌 지급안도 포함됐다.

반도체법에 따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대한 세액공제는 기존의 25%에서 35%로 확대됐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법 폐지를 원했지만, 해외 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한 지역구 의원들의 강한 반발로 공제액이 오히려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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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이 1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오초피에 설치된 불법 이민자 수용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를 위한 재원은 정부의 부채한도를 5억 달러 상향하고, 취약층 대상의 의료보조 장치인 메디케이드와 저소득층 식료품 지원 예산을 줄여서 충당한다. 전 정부가 중점을 뒀던 청정에너지와 전기차 세액 공제 예산 삭감도 주요 재원이다. 당장 인플레이션감축법(IRA)를 근거로 전기차 구매 때 지급하던 7500달러(신차)와 4000달러(중고차)의 세액공제는 9월말 종료된다.

“소득 상위 0.1%, 매년 10만 달러 이익”

트럼프 대통령은 “가장 큰 승자는 영구적으로 낮은 세금, 더 높은 임금과 실수령액, 안전한 국경, 더 강력하고 힘 있는 군대를 갖게 될 미국인”이라며 “메디케이드, 메디케어, 사회보장 혜택은 삭감되는 것이 아니라 낭비와 사기, 남용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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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약 1180만명의 저소득층이 건강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될 거란 분석에 대해선 “정확한 숫자는 잘 모르겠지만, 그 숫자(1180만명)보다 훨씩 적다고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예일대 예산연구소의 분석 결과 소득 하위 20% 계층은 해당 법안이 발효되면 오히려 연간 600달러(3%)의 자산 감소 효과가 발생한다.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세금 감면 혜택이 축소되기 때문이다. 반면 소득 상위 20%는 6495달러의 소득 증대 효과가 생기고, 최상위 0.1%의 소득 증가는 연간 9만7260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때문에 퀴니피악대학의 여론조사에서 유권자의 55%는 이 법안에 반대했고, 찬성은 29%로 나타났다. 공화당 지지자들의 찬성 비율도 67%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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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법안이 상원을 통과한 것에 대해 “미국인의 승리”라고 자평하고 있지만, 정작 미국 유권자의 28% 법안의 내용을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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