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대기업 벤처 투자도 줄었다, 1년 만에 53%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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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청년들의 도전과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민간 자본의 유입이 핵심이다. 정부가 모태펀드 등 정책자금 공급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지만, 대기업과 해외 벤처캐피털(VC) 등의 모험자본이 보다 적극적으로 마중물 역할을 해줘야 한다. 이를 위해 투자 규제 완화와 글로벌 자본 유인을 위한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일 민간 비영리 기관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투자액은 총 1조9696억원으로, 전년 대비 9.2% 줄었다. 특히 대기업 CVC 투자액은 2023년 6475억원에서 지난해 3056억원으로 52.8% 급감했다. 투자 활황기였던 2022년(1조7502억원)과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이다.

김주원 기자
벤처업계 관계자는 “2022년을 기점으로 미국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불확실성이 커졌고, 스타트업 트렌드가 플랫폼·이커머스에서 인공지능(AI)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잃었다”며 “이로 인해 투자 매력도가 떨어졌고, 대기업들도 기존 투자 관리에만 집중하면서 신규 투자를 축소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대기업 사내벤처 프로그램 역시 순탄치 않은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SK하이닉스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기준 사내벤처 28개 팀이 분사해 9개 팀이 복귀하면서 32% 복귀율을 보였는데, 올해 들어 누적 복귀율이 40~50% 수준까지 상승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C랩 인사이드’의 경우도 분사한 62개 팀 가운데 일부는 회사로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대기업 자본을 벤처 생태계로 다시 유입시키기 위해선 규제 완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앞서 정부는 2021년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일반지주회사도 CVC를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하지만 외부 출자 비율(펀드 결성액의 40%), 해외 투자 한도(총자산의 20%), 부채 비율 제한(200%) 등 엄격한 요건이 투자 확대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기업의 노하우와 사업 역량을 바탕으로 혁신 기업에 자본을 공급하기 위해선 규제를 과감하게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외 자본의 유입 또한 적극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올해 1월 발표한 ‘글로벌 벤처투자 유치 현황과 개선방안’ 보고서 따르면 국내 전체 벤처투자 대비 글로벌 VC의 국내 투자 비중은 2023년 기준 2.1%에 불과했다. 싱가포르(84%)·영국(74%)·독일(66%) 등 주요국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보고서는 글로벌 VC의 국내 시장 진입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벤처투자조합의 투자 대상 제한 등 자율성 해치는 규제 환경 ▶기업공개(IPO) 중심의 제한적인 회수 구조 ▶언어 장벽 ▶글로벌 VC와의 네트워크 부족 등을 꼽았다. 진달래 예정처 분석관은 “한국벤처투자 글로벌사무소나 재외공관과의 협조를 통해 한국 기업을 글로벌 투자은행(IB) 행사에 참여하도록 하는 등 국제적 가시성을 적극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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