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리샹양 中 NIIS원장 "한·중 2단계 FTA 체결해 내수 확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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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베이징 사회과학원 회의실에서 리샹양(李向陽·사진) 중국 사회과학원 직속 아·태 글로벌전략연구원(NIIS) 원장이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이재명 정부의 한·중 관계를 전망하고 있다. 신경진 기자
이재명 정부의 대중국 외교를 자유무역협정(FTA) 업그레이드로 시작하자는 중국 전문가의 제안이 나왔다. 중국의 대표적인 경제 책사인 리샹양(李向陽·64) 중국사회과학원 직속 아·태 및 글로벌전략연구원(NIIS) 원장은 "아시아 역내 내수 확대를 위한 플랫폼 강화"를 주장하며 이같은 아이디어를 밝혔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NIIS 회의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리 원장은 북·미, 북·러, 남북 현안을 논의할 6자회담의 재개도 언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지난해 5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한·중 무비자 정책을 예측했다. 새 한국 정부가 양국 관계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 어떤 정책을 펴야 한다고 보나.
- “한·중 경제협력 강화다. 4년간 멈춰 있는 FTA 2단계 협상을 재개해야 한다. 한·중·일 FTA도 함께하면 좋다. 현재 양국이 직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가 팽배한 보호무역주의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의 문제여서다. 현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대표하는 보호 무역주의는 단기적인 현상이 아니다. 3년 뒤 미 대통령 교체로 해결될 문제 역시 아니다. 지난 10년간 글로벌 가치사슬(GVC)이 변화했다. 수출 주도의 아시아는 최종 소비시장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다른 나라의 대미 무역 흑자를 일자리를 빼앗는 행위로 간주한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 3개월의 유예기간도 곧 끝난다. 아시아 국가의 장기적 해결책은 내수 확대다. 중국은 트럼프 1기에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깨달았지만, 쉽지 않은 과제다. 단기적으로 중국 국내 수요를 확대하는 것 외에도, 아시아 국가들이 무역 및 투자 자유화를 촉진해 역내 소비를 확대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중, 한·중·일 FTA를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
- -이 대통령이 취임 이후 실용외교를 강조하고 있다.
- “대선 외교 공약과 비교해 한국의 국익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다만 실용외교의 중국어 번역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중국어에서 실용주의는 중립적인 용어가 아니다. ‘우유 주는 사람이 엄마’라고 하듯 원칙이 없다는 뉘앙스다. 중국어로는 ‘무실(務實)외교’가 더 적절하다. 독일·프랑스·영국 등 국익 중시 외교는 이미 글로벌 트렌드가 됐다.”
- -미·중 관계에 크게 영향을 받는 한·중 양자 관계의 안정을 위해 새 정부가 염두에 둘 점은.
- “두 가지다. 첫째, 편들지 않기다. 특히 미국과 한국의 가치관을 강조하며 중국을 억제하고 포위하는 선봉에 서지 않았으면 좋겠다. 둘째는 레드라인을 건드리지 않는 것이다. 중국에 대만 문제는 미국을 포함해 어떤 양자 관계도 건드릴 수 없는 마지노선이다. 즉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협상 카드가 되지 않고, 지역 현안에서는 상호존중이 필요하다.”

4일 베이징 사회과학원에서 리샹양(李向陽·오른쪽) 중국 사회과학원 직속 아·태 및 글로벌전략연구원(NIIS) 원장이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경진 기자
- -트럼프 대통령 2기 북·미 접촉도 예상된다.
- “동북아시아에선 중요한 세 가지 양자 관계가 존재한다. 첫째, 북·미 관계다. 트럼프 1기 때 북·미 정상은 3차례 만났다. 이번에도 비슷한 발언을 했지만, 아직 대북 정책은 명확하지 않다. 둘째, 북·러 관계도 불확실하다. 북한과 러시아는 군사동맹 조약을 체결하면서 동북아에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셋째, 동북아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남북 관계의 안정이 시급하다. 중국은 북·미·러의 행동에 개입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동북아의 이해관계자(Stakeholder)들이 과거 6자회담처럼 동북아 전체의 미래를 논의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동북아 전체의 안정을 진정으로 촉진하기 위해선 당사국들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북한과 미국의 관계는 다른 어떤 국가, 심지어 한국의 이익도 고려하지 않을 것이며 최우선 순위가 되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리샹양 중국사회과학원 아·태 및 글로벌전략연구원장
현재 중국아태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중앙재경대학에서 학사, 중국사회과학원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제 경제와 중국 정치, 금융 분야의 중국 내 최고 전문가다. 2008년 17기 중앙정치국 5차 집단학습에서 중국 경제발전 방식의 전환을 주제로 강연하기도 했다. 중국공산당 이론지 '추스(求是)' 기고문 11편을 포함해 100여 편 이상의 저·편서와 논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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