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주민들 “부모 가게에 늘 있던 자매였는데 안타깝다”…거실 에어컨서 발화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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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오후 10시 58분쯤 부산 기장군 기장읍 한 아파트 6층에서 불이 나 어린자매가 숨졌다. 사진 부산소방재난본부

부산에서 9일 만에 또다시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어린 자매가 화재로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해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거실에 있던 에어컨 전원선이 연결된 멀티탭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다.

3일 경찰·소방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58분쯤 부산시 기장군 기장읍 한 아파트 6층에서 불이 났다. 화재 발생 경고방송이 울려 현장을 확인한 아파트 관리소장이 검은 연기를 목격하고 119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화재 현장에 도착한 소방 구조대가 집 문을 열고 들어가 현관문 바로 앞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6세 동생을 발견했다. 2분 뒤 비상시 옆집으로 탈출할 수 있는 베란다 경량벽(칸막이) 인근에 쓰러져 있는 9세 언니도 소방대원이 발견했다. 소방당국은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겼지만 이날 오후 11시 36분 사망 판정을 받았다.

당시 숨진 두 자매의 부모는 아이들을 재우고 집을 비워, 불이 나기 20여분 전부턴 아이들만 집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부모는 아파트에서 600m 떨어진 곳에서 최근까지 치킨 가게를 운영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사고가 나기 며칠 전 가게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 사고 당시 부모가 가게 일을 한 것은 아닌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가게 인근에서 자동차정비소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치킨집은 오후 3시부터 자정까지 영업했고, 저녁 7시쯤 치킨 먹으러 가보면 자매가 늘 가게에 함께 있었다”며 “가게 한쪽에 자매가 놀 수 있도록 조그마한 공간도 마련해뒀었다”고 말했다. 이어 “자매끼리 잘 놀았고, 부부 사이도 좋았다”며 “불이 나기 5시간 전인 오후 6시 30분쯤 가게 인근 공터에서 아빠와 두 딸이 배드민턴 치는 걸 봤는데 이런 사고가 터져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돈가스 가게를 운영하는 한 주민은 “2년 전 가게 개업할 때 떡을 주러 치킨집에 갔었다”며 “그때도 가게에서 자매를 봤었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니 마음이 아프다”며 안타까워했다. 자매가 다니던 유치원에서 근무하는 한 주민은 “유치원 친구들이 상심에 빠졌다”며 “언니 초등학교에서도 또래 친구들의 충격이 크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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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오후 10시 58분쯤 부산 기장군 기장읍 한 아파트 6층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났다. 사진 부산소방재난본부

이번 화재로 이 아파트에 사는 주민 100여명이 대피했다. 불은 35분 만에 꺼졌지만, 아파트 내부 84㎡ 대부분이 불에 타거나 그을려 2800여만원(소방 추산)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거실과 베란다 앞쪽이 심하게 불에 탔다.

2007년 3월 준공돼 150여 가구가 사는 이 아파트는 지하 1층, 지상 13층 규모로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진 않았다.

경찰과 소방은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합동 감식한 결과 거실에 놓인 에어컨 전원선과 연결된 멀티탭에서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화재 발생 당시 에어컨이 가동 중이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며 “정확한 원인은 에어컨과 전선 잔해물 등을 추가 정밀 감식해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민복동 기장소방서 현장 3단장은 “내부가 전체적으로 다 그을려 있는 상태이고, 특히 거실 발코니 쪽과 에어컨 부분이 많이 그을렸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는 불이 나기 2시간 30여분 전부터 정전 신고가 다수 접수됐다고 한다. 경찰은 아파트 정전과 화재와 관련 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화재 현장을 찾은 박형준 부산시장은 “아이들 집에 혼자 두고 외출할 때 필요한 안전조치에 대해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긴급 돌봄이나 야간에 아이들만 두고 나가는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여러 제도를 운용하고 있지만, 충분히 활용되고 있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만 남겨두고 나가는 일이 없도록 돌봄 지원 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24일 오전 4시 15분쯤에도 부산진구 개금동의 한 아파트 4층에서도 불이 나 10살 언니가 사망했고, 중태에 빠져 치료를 받던 7살 동생도 하루 만에 숨을 거뒀다. 이때도 자매 부모가 건물 청소 일을 하기 위해 집을 비운 사이 화재가 발생했다. 경찰과 소방은 컴퓨터 등 전자기기 전원선이 많이 연결된 거실 콘센트 부위에서 전기적 원인으로 불이 나 확산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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