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로또가 돼야 하는데” 농담으로 긴장 푼 李…질문 추첨엔 “주택 추첨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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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로또 이런 게 돼야 하는데요.”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은 이렇게 기자들에게 농담도 던졌다. 추첨을 통해 질문자를 뽑았는데, 그런 운이라면 로또 복권 당첨이 더 낫지 않느냐는 농담이었다. 기자는 “(로또 당첨보다) 더 기쁘다”고 화답했다. 질문자 추첨함에서 기자 명함을 뽑을 땐 이 대통령이 “주택 추첨도 아니고”라고 말해 참석자들의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무거울 수 있는 기자회견 분위기를 가볍게 풀어갔다. 기자들에게 친근감도 표현하는 것도 그 방법의 하나였다. 옥천신문 기자가 화상으로 질문한 뒤엔 “어디서 많이 보던 분 것 같다. 그런가요? 인상이 너무 좋아서 그런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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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 기자회견에서 외신기자의 질문을 받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 대통령은 일본 산케이신문 기자가 질문하자 “전에 점심 먹을 때 같이 한번 봤던 분인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당시 이 대통령이 중국 기자와 비밀회동을 했다는 ‘가짜뉴스’를 언급하며 “중국 모 언론하고만 (오찬)했다고 이상한 기사가 나왔는데, 그때 만난 그분”이라며 “저분은 일본 언론인”이라고 말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외신 기자 여러 명과 함께 만났다.

대통령실은 이번 기자회견을 권위적이지 않게 보이려고 노력했다. 과거 정부 대통령 기자회견엔 보통 대통령이 좀 더 높은 곳에 앉도록 연단이 있었지만, 이번엔 없었다. 이 대통령은 참석자들과 같은 눈높이에 앉은 채로 회견했다. 이 대통령과 기자단 맨 앞 좌석 간의 거리는 1.5m 정도밖에 안 됐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문재인 전 대통령은 너무 과대 포장해서 보여주려고 했고,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자세 등이 굉장히 권위주의적으로 보였다”면서 “이 대통령은 무대 장치를 포함해서 상당히 소박하게 연출해서 그런 측면에선 나름 점수를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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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연단을 없애 이 대통령이 참석자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회견을 진행하도록 연출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 대통령이 취임 후 소회를 솔직하게 소개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너무 시간이 빨리 간다는 얘기를 하면서 “토요일, 일요일은 대개 공관에 갇힌다”고 말했다. 자신이 움직이면 경호·의전팀과 대통령실 직원, 경찰이 움직여야 한다며 “눈치가 많이 보여서 주말에는 제가 웬만하면 공관에서 일하는 편인데. 그 공관에 있는 시간이 너무 빨리 온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여름 휴가에 대해선 “휴가를 갈 예정 시기에 전당대회를 한다고 (하는데), 그래서 잘 모르겠지만 좀 쉴 생각”이라고 밝혔다. 자신이 쉬지 않으면 부하 공직자가 쉬지 못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휴가 때 여러분들 따로 한번 자유롭게 뵐 시간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뽑기를 하든지”라고도 했다.

남북 관계를 설명하면서는 자신이 변호사로 일할 때 부부 상담을 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제가 부부 클리닉 같은 데 가서 남녀 역할을 바꾸는 것을 해보고 다시 오라고 했다”며 “대개 부부 상담소 다녀온 사람은 다시 오지 않았다. 역할 바꿔보니 이해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 관계도, 여당과 야당 관계도, 남과 북의 관계도, 진영과 진영 간 관계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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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통신사진기자단

기자회견은 100분으로 예정됐지만 총 121분 진행됐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분명히 이렇게 길게 답변하지 않기로 하셨는데 약속을 어기셔서 제가 항의했다”고 가벼운 후일담을 전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좀 더 상세하게 국민에게 설명하고 싶었다”고 답했다고 한다.

대통령실은 ‘약속 대련’식 진행을 피하기 위해 기자회견 질문자는 추첨 방식으로 뽑았다. 지역 언론 기자들에게 기회가 집중되면서 공공기관 이전 등 지역 사안이 주로 질문으로 나왔다. 결과적으로 한·미 정상회담, 국무총리 인준 문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질문은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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