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팩플] 반려견 짖는 이유도 통역될까?…반려동물 속마음 읽는 AI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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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반려견의 속내를 알 수 있을까? 인공지능(AI) 기술로 반려견의 짖음·꼬리 흔들기 등 행동을 분석해 속마음을 해석해주는 서비스가 나오고 있다. 기존의 시각·청각에 의존한 인간과 반려동물 간의 소통 방식을 한 단계 넘어설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베로AI(BeroAI) 제품을 착용하고 있는 반려견. 사진 베로AI
반려견 ‘속마음’ AI는 어떻게 알까
삼성전자 연구원 출신인 정소영 대표가 캐나다에서 창업한 스타트업 베로AI(BeroAI)는 지난 달 26일 ‘시딜스(SDils·자기주도형 인터랙티브 학습 시스템) AI’를 미국 특허청(USPTO)에 출원·등록했다. 시딜스 AI는 반려견의 소리·자세·행동 데이터를 수집해 21가지 감정으로 분류한 다음 모바일 앱의 3D 아바타로 시각화해 준다. 이를 통해 견주가 반려견이 놀랐는지, 속상한지, 배고픈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베로AI는 올해 안으로 시딜스 AI를 활용한 목걸이 형태 반려견 소통 제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시딜스 AI를 ‘자기 주도 학습(Self-Learning)’ 방식을 활용해 개발했다. 반려견이 짖기 직전의 소리나 움직임 등을 종합해 ‘곧 짖을 가능성’을 예측하고, 실제 결과와 비교하며 학습을 반복하는 식이다. 놀란 감정을 예로 들면, 반려견이 몸을 급격히 움직이거나 귀를 뒤로 젖힌다면, AI는 ‘이런 패턴에선 놀랐을 가능성이 80%’라고 예측한다. 몇 초 뒤 실제로 짖거나 도망가면, 예측을 정답에 가까웠다고 기록한다. 이후 반복 학습을 통해 점점 더 정확하게 반려견의 감정 패턴을 파악하는 식이다. 정소영 베로AI 대표는 “AI가 강아지의 입장에서 판단하고 예측이 틀리면 다시 판단해 훈련하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반려견 ‘속병’ 먼저 아는 기술도

반려동물 건강 모니터링 시스템 개발하는 케어식스의 웨어러블 기기 '센스 1 벳(Sense 1 VET)' 사진 케어식스
반려견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AI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 ‘케어식스’의 목걸이 형태 웨어러블 기기 ‘센스1 벳(Sense 1 Vet)’은 세계 최초로 심탄도(심장 미세 움직임 감지)와 6축 센서(3차원 데이터 측정 기술)를 결합해 반려견 행동 예측 정확도를 90% 이상 끌어 올렸다. AI가 부정맥 변화·배뇨 패턴까지 분석한다. 예를 들어, 소변 횟수가 줄었는데 수분 섭취량까지 줄었다면 식욕 저하로 판단하는 식이다.
케어식스 제품은 현재 국내 대형 동물병원 약 40곳에서 사용하고 있다. 이 회사 김성훈 대표는 “동물병원에서 사용할 만큼의 신뢰성 확보가 1차 목표”라며 “수의료 현장에서 검증을 마친 후 일반 소비자용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AI가 활동량 감소와 식습관 변화 등을 감지해 반려견이 말하듯 ‘요즘 입맛 없어요’ 같은 문장으로 보호자에게 알려주는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동물 번역기’ 실현 가능할까
반려동물 시장이 성장하는 만큼 이 같은 기술에 대한 수요는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2022년 기준 약 400조 원이며, 2030년까지 연평균 7%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AI 기술의 발전으로 동물과 소통을 시도하는 서비스가 나오고 있지만, 한계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AI가 반려견의 꼬리 흔들림을 ‘행복’으로 해석하더라도 실제 반려견의 감정이 어떤지 확인할 수 없어서다. 국내 한 수의학과 교수는 “현재 ‘앉아, 일어서’ 같은 동물과 기본적인 소통도 장기간 훈련을 통해 가능한데, AI가 발전한다고 해도 이를 뛰어넘는 의사소통이 가능할지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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