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질문 추첨해 121분간 즉답, 취임 한달 ‘이 대통령 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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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3일 열린 첫 공식 기자회견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로또 이런 게 돼야 하는데요.”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은 이렇게 기자들에게 농담도 던졌다. 추첨을 통해 질문자를 뽑았는데, 그런 운이라면 로또 복권 당첨이 더 낫지 않느냐는 농담이었다. 질문자 추첨함에서 기자 명함을 뽑을 땐 이 대통령이 “주택 추첨도 아니고”라고 말해 참석자들의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친근감을 표현하며 기자회견 분위기를 가볍게 풀어갔다. 옥천신문 기자가 화상으로 질문한 뒤엔 “어디서 많이 보던 분 같다. 그런가요? 인상이 좋아서 그런가”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일본 산케이신문 기자가 질문하자 “전에 점심 먹을 때 같이 한번 봤던 분인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중국 모 언론하고만 (오찬)했다고 이상한 기사가 나왔는데, 그때 만난 그분”이라고 말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외신기자 여러 명과 함께 만났다.

대통령실은 이번 기자회견을 권위적이지 않게 보이려고 노력했다. 과거 정부 대통령 기자회견엔 보통 대통령이 좀 더 높은 곳에 앉도록 연단이 있었지만, 이번엔 없었다. 이 대통령은 참석자들과 같은 눈높이에 앉았다. 이 대통령과 기자단 맨 앞 좌석 간의 거리는 1.5m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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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문재인 전 대통령은 너무 과대 포장해서 보여주려고 했고,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자세 등이 굉장히 권위주의적으로 보였다”면서 “이 대통령은 무대장치를 포함해 상당히 소박하게 연출했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국내외적 상황을 ‘위기’라고 진단하면서도 강한 자신감을 엿보였다. 가장 보람을 느낀 일로 주가 상승을 거론하며 “나라 시스템이 정상화되는 것만으로도 주식시장은 (코스피) 3000포인트를 넘어갈 것이란 확신이 있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눈코 뜰 새 없는 나날들에 대해 “토요일, 일요일은 대개 공관에 갇힌다”며 이야기를 풀었다. 자신이 움직이면 함께 움직여야 할 경호·의전팀 등의 수를 헤아리면서 “눈치가 보여서 주말에는 웬만하면 공관에서 일하는 편인데, 그 시간이 너무 빨리 온다”고 말했다.

남북 관계를 설명하면서는 자신이 변호사로 일할 때 부부 상담을 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제가 부부 클리닉 같은 데 가서 남녀 역할을 바꾸는 것을 해보고 다시 오라고 했다”며 “대개 부부 상담소 다녀온 사람은 다시 오지 않았다. 역할을 바꿔 보니 이해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 관계도, 여당과 야당 관계도, 남과 북의 관계도, 진영과 진영 간 관계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은 100분으로 예정됐지만 총 121분 진행됐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분명히 이렇게 길게 답변하지 않기로 하셨는데 약속을 어기셔서 제가 항의했다”고 가벼운 후일담을 전했다. 이 대통령은 “좀 더 상세하게 국민에게 설명하고 싶었다”고 답했다고 한다.

대통령실은 ‘약속대련’식 진행을 피하기 위해 기자회견 질문자를 추첨으로 뽑았다. 지역 언론 기자들에게 기회가 집중되면서 공공기관 이전 등 지역 사안에 질문이 쏠렸다. 결과적으로 인선과 외교 현안 등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은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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