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민음료 '밀크티' 한잔에 설탕 40g…대만도 설탕세 도입 들썩…
-
3회 연결
본문
※[세계한잔]은 우리 삶과 맞닿은 세계 곳곳의 뉴스를 에스프레소 한잔처럼, 진하게 우려내 한잔에 담는 중앙일보 국제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대만 프랜차이즈 '춘수당'의 밀크티.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EPA=연합뉴스
전 세계적으로 당류가 첨가된 음료에 세금을 부과하는 '설탕세'(Soda tax) 도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세계 여러 국가들이 이미 도입했거나 도입을 위한 입법 절차에 돌입한 가운데, 한국에서도 도입 검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최근 연합보 등 대만언론에 따르면 대만건강연맹(THA)이 대만인 11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73.8%가 설탕세 부과를 지지했다. THA는 또 대만 위생복리부 통계를 인용해 "현재 당뇨병 환자 비율이 전체 인구 중 약 10%(약 250만명)에 달해 국민 건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대만 국민음료로 꼽히는 밀크티(500ml 기준)의 경우 약 40g의 설탕이 함유돼 있다. 한 잔만 마셔도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성인 하루 당류 섭취량(25g)을 단번에 초과하는 셈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베트남의 설탕세 도입을 촉구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사진 세계보건기구 홈페이지 캡처
설탕세 도입에 대한 국민 지지를 바탕으로, 대만에선 입법 절차가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달 18일 대만 입법원(국회) 재무위원회에서 '설탕 무첨가 음료에 대한 세금 면제' 조항이 담긴 상품세법 개정안이 통과된 것이다. 무설탕 음료에 혜택을 줘 소비자 선택을 유도한다는 취지다. 이 밖에 2027년부터 당 함량이 100ml당 5g을 넘는 음료에 과세하는 소비세법 개정을 추진 중인 베트남 등 여러 국가가 입법 절차 중이다.
이미 시행 중인 국가들도 많다. 영국의 경우 2018년 '청량음료 산업 과세제도(SDIL)'를 도입, 당류 함량에 따라 세율을 차등 적용하고 있다. 영국 재무부와 세관국에 따르면 제도 시행 결과 청량음료의 평균 당류 함량이 4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은행은 "현재 40개국 이상이 설탕세를 도입했다"며 "이들 국가는 설탕세로 비만 및 당뇨 위험 완화, 세수 확보 및 의료비 절감 등 보건과 재정 측면에서 모두 효과를 거둔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한 상점에 진열된 탄산음료들.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AP=연합뉴스
한국, 58.9% 찬성…2021년 법안 발의, 진전은 없어
일본에선 정책적 논의가 시작됐다. 지난해부터 후생노동성이 설탕세 도입 필요성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 중이다. 당뇨병, 고혈압 등의 만성질환으로 인한 보건예산 사용이 늘어 건강보험 재정을 압박한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학계 자문 단계여서 법제화까지는 많은 절차가 남아 있다.
한국은 정책적 논의 전 국민 의견 수렴 단계다. 지난달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 설문조사(일반국민 1000명 대상)에 따르면, 당류 과다 식품 건강개선부담금 형태로 설탕세를 부과하는 방식에 대해 58.9%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당류 첨가 음료에 당 함량별 건강부담금을 부과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으나 논의가 진전되지는 못했다.
일각에선 현실적으로 도입하기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인도네시아는 당초 오는 7월 설탕세를 도입하기로 했다가 2026년으로 시행을 연기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페브리오 카차리부 인도네시아 재무부 정책국장은 "설탕세의 목표는 공중 보건이지만 거시경제 정책 우선순위와도 일치해야 한다"며 연기 이유를 밝혔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설탕세가 서민 물가에 미칠 영향을 정부가 고려해 연기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을 내놨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