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SKT ‘해킹 후폭풍’은 지금부터”…고객·신뢰도·AI투자 ‘삼중위기’ [팩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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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SKT) 해킹 사태 ‘후폭풍’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민관합동조사단 결과 발표로 공식적인 조사 절차는 일단락됐지만, 업계에선 “고객, 신뢰도, 투자 등 3가지 측면에서 SKT의 진짜 위기는 지금부터”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가 4일 서울 중구 SKT타워에서 열린 해킹 사태 관련 입장 및 향후 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스1
통신시장 재편되나
SKT는 지난 4일 고객 신뢰 회복 방안을 망라한 후속대책을 발표했다. 그간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미뤄왔던 계약 해지 위약금 면제 방안이 포함됐다. 해킹 사태 이후 SKT 계약을 해지한 고객, 그리고 오는 14일까지 해지하는 고객들은 약정 파기로 인한 위약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회사 측은 이미 위약금을 낸 고객들을 위한 위약금 환급 조회 페이지를 열었다.
통신업계에선 위약금 면제 조치가 가져올 파급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해킹 사태 이후, 지난달 말까지 65만명 이상이 SKT를 떠난 상황인데, 위약금 면제로 더 큰 규모의 이탈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오는 22일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 이후 통신사간 경쟁이 더 치열해지면 해킹 대응에 실망한 고객들이 ‘탈 SKT’ 행렬에 추가 합류할 가능성도 있다. ‘1위 사업자’ 타이틀은 몰라도, 점유율 40%선(4월말 기준)은 이미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SK텔레콤이 해킹 사태 이후 통신사를 변경했거나 오는 14일까지 변경하는 가입자에 대해 위약금을 면제하기로 했다. 6일 서울 시내의 한 KT 매장에 SK텔레콤 위약금 면제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는 모습. 연합뉴스
더 뼈아픈 것은 신뢰도 하락이다. 정부 조사를 통해 SKT가 2021년부터 해킹 공격을 받았고, 2022년엔 특정 서버 비정상 재부팅을 확인하고도 신고조차 하지 않은 점이 드러났다. 또 보안 인력이나 투자액 역시 경쟁사 대비 적었다는 점도 향후 고객 유지나 신규 고객 유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SKT의 가입자 100만명당 정보보호 인력은 15명, 투자액은 37.9억원이다. 통신 3사 평균인 17.7명, 57억4000만원에 못 미쳤다. 통신 3사를 모두 취급하는 한 대리점주는 “SKT는 정보 유출 후에도 자료 보전 명령을 어기고 서버 2대를 포렌식 불가능 상태로 제출해 앞으로 추가 수사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위약금 면제 여부를 떠나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며 통신사 이동을 문의하는 고객이 많다. 여기에 단통법 폐지까지 이어지면 가입자 이탈이 가속화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AI투자 위축 우려도
재정적 타격 역시 막대할 것으로 보인다. 유영상 SKT 대표는 지난 5월 국회 청문회에서 “위약금을 면제하면 최대 500만명의 고객이 이탈할 수 있고, 1인당 위약금을 10만원으로 가정했을 때 향후 3년간 7조원 이상의 매출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힌바 있다. SKT의 지난해 영업이익(1조8234억원)의 4배 수준이다. 또 전 고객 유심 무상 교체 비용, 8월 요금 50% 할인 비용, 대리점 손해에 대한 보상 비용, 해킹 사태로 인한 과징금 등도 재정적 부담을 키우는 요소다. SKT는 4일 공시를 통해 올해 매출 전망치를 기존 17조8000억원에서 17조원으로 하향 조정했고, 영업이익 전망은 ‘전년 대비 개선’에서 ‘전년 대비 감소’로 바꿨다.

임봉호 SK텔레콤 이동통신(MNO) 사업부장이 4일 서울 중구 SKT타워에서 열린 해킹 사태 관련 입장 및 향후 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위약금 면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용 부담이 단기적 실적 하락을 넘어 SKT가 그려온 미래 사업 계획까지 흔들 수 있다. 통신 3사를 비롯한 전체 정보통신(IT) 업계가 AI 전환 시장을 두고 각축을 벌이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로 동력을 잃을지 모른다는 우려다. 실제 유 대표는 4일 “사실 뼈아프다. SKT가 선두적으로 AI 피라미드 전략을 통해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준비하던 와중에 이번 사태가 터졌다. 매출과 이익이 급감하게 되면서 AI 투자에 있어서도 일정 정도 선택과 집중이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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