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소년중앙] 각종 기념품 통해 보는 일상이 된 특별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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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주화부터 팬메이드 굿즈까지
나만의 설렘·감동 간직해요

우리는 삶의 순간순간을 잊지 않으며 기억하고 싶어 합니다. 기념품은 오래 간직하고 싶은 기억을 구체화하고 그 마음을 담은 작은 증거죠. 넘쳐나는 기념과 기념품 속에서 우리는 진정한 기념의 의미를 잊고 있지는 않을까요. 여러분에게 기념품이란 무엇인가요. 이번 주 소년중앙에서는 특별한 순간을 남기고 싶은 마음, 함께한 기억을 나누고 싶은 바람, 작은 물건 하나에 담긴 기념의 의미를 다시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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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품으로 기념의 의미와 삶의 가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 박지안·이서윤·최은서·이서준(왼쪽부터) 학생기자.

사람들은 늘 무언가를 기념하며 살아갑니다. 현재 법률로 제정된 공식 기념일만 150개가 넘는다고 해요. 가족·친구와 나누는 사적인 기념일까지 더하면 우리의 달력은 기념일로 가득 채워집니다. 사람들은 많은 기념일을 매개로 자신들이 소중히 하는 가치를 재확인하는데요. 익숙한 기념품을 집중해서 들여다봄으로써 기념의 본질과 우리 삶의 가치와 시간을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소중 학생기자단이 국립민속박물관 특별전 ‘오늘도, 기념: 우리가 기념품을 간직하는 이유’를 찾았습니다.

기념품으로 마주한 기억의 가치
생각할수록 묘한 물건이 기념품이죠. 사지 않으면 아쉬울 것 같고 막상 사면 짐이 되기도 합니다. 소중하지만 어딘가 애매하고 버리기엔 또 아깝죠. 그렇게 쌓이고 쌓인 기념과 기념품. 어느새 기념은 특별한 일이 아닌 일상의 한 장면이 되었습니다. 1부 기념의 일상은 우리 일상에 스며든 기념품들을 벽에 쭉 전시해서 기념의 일상을 시각적으로 만들어 본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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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품의 의미를 알아보기 위해 국립민속박물관 특별전 ‘오늘도, 기념: 우리가 기념품을 간직하는 이유’를 찾은 이서준·최은서·이서윤·박지안(왼쪽부터) 학생기자가 ‘인생의 기념품’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김승유 학예사가 “기념품이라는 게 옛날에는 특별한 순간을 기념하기 위해 구입했기에 좀 특별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굉장히 일상적인 물건이 돼버렸어요. 벽을 쭉 보면 여러분도 한두 개쯤 갖고 있거나 갖고 싶은 것들이 있을 거예요. 마그넷, 여행 기념품, 키링, 아이돌 응원봉 아주 다양하죠.” 중간중간 기념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시민들을 인터뷰한 영상들도 볼 수 있었어요. “어떤 분은 한국적인 느낌의 기념품이 좋다고 하고, 기념품을 봤을 때는 자기가 갔던 여행지가 떠오르며 기념도 되고 일상에서 쓰고 싶어서 기념품을 산다고 해요. 다양한 목적들, 요즘 사람들이 어떻게 기념품을 생각하는지를 여기에서 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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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기억 구슬을 차용해 기억들이 저장되고 기념화 되는 걸 영상으로 표현했다.

이서준 학생기자가 “요즘 사랑받는 기념품은 무엇이고 기념품을 사기 좋은 장소가 있나요”라고 궁금해했죠. “K팝 굿즈 시장이 가장 놀라웠어요. 소속사에서 공식적으로 만든 기념품이 아니라 가수와 연대하고 소통하기 위해서 팬들 스스로 만드는 비공식 굿즈가 인상적이었고, 요즘의 기념 문화를 설명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생각보다 기념품을 구입하기 좋은 장소는 마땅치 않았어요. 지금 여기에 진열된 건 제가 기념품숍을 돌아다니면서 산 건데 사기가 매우 어려웠어요. 그래서 이런 기념품들을 모아서 판매하는 곳이 앞으로 더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다음 공간에선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 등장한 기억 구슬을 차용해 한 개인의 기억이 담긴 구슬들이 차곡차곡 쌓이며 기억들이 어떻게 저장되고 기념화되는지 표현한 영상을 봤죠.

김 학예사가 기념은 기억 가치를 공유하려는 우리의 방식이라고 말했어요. 특별한 시간을 기억하고 함께한 마음을 나누고 지나온 발자취를 증명하기 위해 사람들은 기념품을 남겼습니다. 2부 우리가 기념품을 간직하는 이유 섹션은 총 3개의 공간으로 나뉘어 있는데 ‘특별한 순간, 빛나는 기념품’이라는 첫 번째 공간에서는 어떤 개인의 특별한 순간마다 어떻게 기념하고 기록했는지를 볼 수 있어요. 맨 처음 볼 수 있는 8폭 병풍 ‘평생도’는 19세기 말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기념될 만한 일들을 골라 그린 풍속화인데요. 돌잔치·혼례·과거급제·벼슬길·관찰사 부임·판서 행차·정승 행차·회혼식까지 기념하는 장면이 한 폭씩 담겨 있죠. 이 전시장은 평생도의 흐름처럼 생애 주기별로 출산부터 성장, 혼례, 은퇴, 경로로 내용을 구상한 게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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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발이탈 뒷면에 작별의 말이 적혀있는 졸업 기념 선물.

출산·돌잔치 섹션에서는 임신 기념 액자부터 아이의 100일을 기념해 손과 발을 본뜬 금형, 탯줄을 담은 100일 기념 액자, 돌잔치 초청장까지 다양한 기념품을 볼 수 있었어요. 고려시대 탯줄을 보관하기 위한 태항아리를 가리킨 김 학예사가 “과거 자료와 요즘 자료를 비교하며 옛날에는 어떤 식으로 기념과 기념품을 남겼는지 비교해서 보면 좋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습니다. 유치원을 졸업하는 아이들이 각자 손에 보육증서를 쥐고서 찍은 기념사진, 졸업 기념 사진첩, 탈춤반 학우들이 취발이탈 뒷면에 작별의 말을 적어 건넨 대학교 졸업 기념 선물 등 학교 관련 기념품도 만나볼 수 있었어요. 전역을 기념해 부대원들의 이름을 자수로 수놓은 전투복, 전역기념패 등 군대에서의 독특한 경험, 동료들과 끈끈한 시간은 다양한 방식의 기념문화와 기념품으로 남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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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산부의 부사를 지낸 이만기의 공덕을 기리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존경심을 담아 바친 만인산.

결혼할 때 어떤 기념품을 주고받았는지도 볼 수 있고요. 은퇴 관련 기념품에서는 만인산이 눈에 띕니다. 만인산은 초산부(현재 평안북도 초산군)의 부사를 지낸 이만기(1825~1888)의 공덕을 기리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바친 기념품이죠. 우산 형태의 천에는 제작에 참여한 2091명의 이름이 수놓아져 공로에 대한 존경의 마음이 담겨 있죠. “만인산에 이름 새긴 거와 군복이랑 느낌이 좀 비슷하죠. 군복을 만든 친구들은 이걸 몰랐을 것 같은데 어떻게 보면 기념품을 만들고자 하는 행위는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구나 하는 거를 저도 전시를 준비하면서 알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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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관료 사회에서 장수를 기념하고 예우하기 위해 제작한 국보 ‘기해기사계첩’을 살펴보며 김승유(왼쪽 네 번째) 학예사의 설명을 듣는 소중 학생기자단.

경로 코너에서는 조선 시대 관료 사회에서 장수를 기념하고 예우하기 위해 제작한 국보 ‘기해기사계첩’도 선보입니다. 1719년 숙종이 주관한 경로잔치를 글과 그림으로 기록한 자료로 이 잔치에 고령의 대신 11명이 참석했는데, 모두 12부를 만들어 1부는 관청에서 보관하고 나머지는 참석자들에게 나눠줬다고 해요. 진갑은 환갑 다음 해, 장수를 축하하고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특별한 생일입니다. 진갑을 기념하여 만든 수건도 전시되어 있었죠. “1965년에 만들었던 기념 수건인데 국립민속박물관에서 가장 오래된 기념 수건이거든요. 60년이 넘어 올해로 딱 환갑이 된 터라 제목도 환갑 맞은 진갑 기념 수건이라고 적었어요.” 조선 후기 혼인 60주년을 맞은 부부가 다시 혼례를 올리는 회혼례 장면을 그린 그림과 환갑 기념으로 리마인드 웨딩 사진을 찍은 2023년 기념품도 살펴봤죠. 삶의 전환점마다 남겨진 기록들은 시간을 넘어 우리의 기억 속에 이어진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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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라는 이름으로 함께 세운 기억과 팬덤 문화의 기념품들도 전시되어 있다.

두 번째 오늘이 되는 기억 공간에는 광복을 축하하는 우표와 배지처럼 개인의 기억을 넘어 ‘우리’라는 이름으로 함께 세운 기억과 기념품들이 가득했죠. 5년 사이에 제작된 세 장의 달력(1945·1946·1949년) 속 기념일을 보면 기념이 과거를 기억하는 일인 동시에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라는 점을 이해할 수 있는데요. “45년 달력은 일제강점기 마지막 시기인 44년에 만들어 우리 기념일이 없고 일본의 기념일들이 있어요. 기념하고 싶지 않았던 기념일로 가득했던 시대였던 거죠. 46년 달력은 45년 해방하고 나서 아직 정부가 수립되기 전에 만들었는데 어떻게 보면 무엇을 기념할지 아직 정하지 못했던 시기였죠. 49년 달력은 48년 우리나라 정부가 수립된 해에 만들어 1946년부터 기념일이 된 어린이날이 표기되어 있죠. 45년도에 만든 달력에는 어린이날이 없죠. 우리가 기념하는 날이 항상 고정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공동체이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자료입니다.”

1952년 달력에는 10월 24일 ‘국제연합일’이 공휴일로 표시되어 있어요. 유엔 창설을 기념하는 날로 대한민국 정부는 6·25전쟁 중인 1950년 9월 16일 이를 국가기념일로 지정하며 국제연합에 대한 감사를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1976년 북한의 유엔 산하 기구 가입에 항의하는 의미로 공휴일 지정이 철회되었고, 지금은 기억에서 멀어진 기념일이 되었죠. 기념의 의미가 시대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입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멀티미디어 속 달력에서 개인적인 기념일을 고르고 그날의 감정을 골라 이미지로 다운로드 받는 체험도 해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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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서울올림픽 기념 한국의 탈 장식 액자.

1980년대부터는 국가적인 이벤트를 하기 시작하죠. 1986 서울아시안게임 자원봉사자의 추억, 1988 서울올림픽의 설렘과 1993 대전엑스포와 2002 한일월드컵에서 느낀 자부심은 작은 기념품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최근 다시 나오며 화제를 모은 대전엑스포 마스코트 꿈돌이 기념품들이 시선을 모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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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베어스 야구단 어린이 회원 전용 모자.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 함께 응원했던 시간을 물건으로 만들어서 공유하고 연대하며 소통했던 기억, 흔히 말하는 팬덤의 굿즈도 소개하고 있어요. 프로야구 기념 메달, OB베어스 야구단 어린이 회원 전용 모자 등도 눈에 띄었죠. 프로축구 인천유나이티드 서포터즈가 제공한 자료들, 특히 고 유상철 감독을 추모하기 위해서 서포터즈에서 직접 만든 추모 티셔츠와 배지도 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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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응원봉인 아미밤.

이어지는 K팝존에는 다양한 가수의 앨범들부터 BTS의 응원봉인 아미밤, 샤이니의 첫 공식 응원봉 등과 사인 휴대폰, 역대 콘서트 티켓 모음 등 god 팬덤에서 제공해준 자료와 그들의 인터뷰 영상도 나오고 있었죠. “요즘에는 응원봉, 앨범, 슬로건 등을 각자 책상이나 어딘가에 전시하며 덕질존을 만든다는 얘기를 듣고 저희도 이렇게 전시를 해봤어요. 팬과 아티스트를 연결해 주는 중요한 기념품이라고 생각해요.” 예전의 아이돌과 요즘 아이돌의 자료를 비교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응원하는 마음을 담은 슬로건의 경우 예전에는 팬들이 직접 만든 플래카드가 많았다면 요즘엔 팬덤이 동일한 메시지를 작성한 슬로건을 제작하는 경우가 많죠. 소중 학생기자단은 여러 가지 팬덤 굿즈에서 눈을 뗄 수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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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훈공1등 팔괘대수정장, 고종황제 즉위 40주년 기념장 등을 단 대한제국 관료 이용익의 초상화가 전시된 공간.

훈장과 기념장을 따로 보여주기 위해 만든 포켓 전시 공간도 있습니다. 대한제국의 대표적인 친러파 관료 이용익의 초상화에서 서양식 제복을 입은 그의 가슴에는 훈공1등 팔괘대수정장, 고종황제 즉위 40주년 기념장, 러일전쟁 적십자사 구호기념장 등이 달려 있어요. 기념장은 대한제국 시기에 중요한 행사를 기념하고자 참가자에 나눠준 일종의 배지를 일컫죠. 초상화 속 실제 훈장과 기념장을 실제 유물로 볼 수 있는 게 신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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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는 순간의 감정과 풍경을 다시 불러오는 여행 기념품도 전시되어 있다.

2부의 마지막 손끝에 머문 여행에서는 여행하는 순간의 감정과 풍경을 다시 불러오는 여행 기념품을 소개하죠. 근대 철도가 생기면서 관광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는데요. 철도국에서 만든 안내서나 기념엽서들도 전시되어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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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조선의 풍경이 담긴 조선풍속인형세트.

예전에 공예품은 핸드메이드로 조금씩 직접 만들었는데, 일제강점기 이후로 기념품이라는 이름으로 대량 생산되기 시작했습니다. 궁중에서 사용되던 신선로는 일제강점기 관광 기념품으로 대량 생산되었는데요. 광화문·남대문이 그려진 신선로가 여럿 남아 있는 것은 기념품이 정형화되어 소비되던 흐름을 보여주고 크기와 재질을 달리한 다양한 상품은 기념품의 특징을 대변합니다. 관광 기념품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만들어진 이미지이기도 하죠. 외국인을 대상으로 제작된 기념품 속에는 조선의 풍경이 이국적이고 낯선 모습으로 반복되었습니다. 조선풍속인형세트도 장승, 지게를 멘 남자 등 당시 외국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조선의 풍경이 작은 인형에 담겨 있었죠.

이서윤 학생기자가 “외국인들도 알만한 우리나라 대표 기념품이 있을까요”라고 물었어요. “이 부분이 저도 고민이었어요. 외국 사람들이 봤을 때 딱 떠올릴 만한 우리나라 기념품이 조금 부족한 것 같아서 그런 것들을 전시할까 말까 많이 고민했었죠. 하지만 우리나라 기념품이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도 충분히 경쟁력은 있다고 생각해요. 꼭 전통 인형이나 전통 자료가 아니더라도 K팝 자료나 이런 것들이 나중에는 분명히 대표할 수 있는 자료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한국의 탈이나 이런 것들을 대표 기념품으로 만드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외국 사람들이 좋아하고 또 우리의 문화적인 대표성을 보여줄 수 있다면 된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는 하나에 집중하지 못해서 이것저것 만든 면이 있는데, 우리나라를 알릴 수 있는 대표성 있는 기념품도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고, 또 관광 기념품이 천편일률적인 면이 있었는데, 최근 많은 시도를 하는 것처럼 지역이나 관광지를 대변할 수 있는 관광 기념품도 좀 더 많이 만들어지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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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자손을 비롯한 대량 생산되던 관광 기념품 섹션.

1970년대 이후 관광 기념품은 더 이상 특별한 물건이 아니었습니다. 플라스틱·나무·금속 등 다양한 재료로 실용적인 기념품들이 대량 생산되었고 싸고, 가져 가기 좋은 물건들은 관광지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했어요. 어느 관광지에나 있었던 효자손 기념품도 눈에 띕니다. 우리나라 기념품의 가장 큰 특징은 실용성인데요. 지도가 인쇄된 관광 기념 손수건도 쓰임과 정보, 기념의 의미를 한 장에 담았죠. 박지안 학생기자가 “최근 기념품 트렌드는 무엇인가요”라고 질문했어요. “실용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념품이라는 것이 사기에는 뭔가 애매하고 비싸기도 하죠. 그런 부분 때문에 기념품을 잘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는 예전부터 있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기념품을 만드는 사람들 사는 사람들도 이것이 쓸모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가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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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할 일을 함께한 이들에게 전하는 답례의 형식으로 널리 쓰였던 기념 수건 섹션.

기념 수건 섹션도 눈에 띕니다. 수건만큼 꾸준히 사랑받은 기념품은 많지 않은데요. 실용성과 상징성을 동시에 지닌 기념 수건은 기념이 일상 깊숙이 들어온 대표적인 예죠. 결혼식·개업·관광·체육대회·생일 등 어떤 일이든 수건은 기념과 함께한 이들에게 전하는 답례의 형식으로 널리 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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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로 수집한 내 인생의 기념품을 조명하는 공간에는 여행의 추억을 담은 트럼프 카드도 전시되어 있다.

3부에서는 공모로 수집한 다양한 내 인생의 기념품을 조명합니다. 김 학예사가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자료라고 소개했죠. 42.195km를 완주하고 받은 마라톤 메달, 홀인원 기념품,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성화 봉송 기념품, 팔씨름 대회 트로피, 여행지의 추억을 담은 트럼프 카드, 영화 기념품 등 서로 다른 여섯 개의 이야기와 그 속에 깃든 기념의 조각을 소개하죠. 단순한 기념품을 넘어 개인의 자부심이나 지나온 시간을 투영한 삶의 가치이자 증거입니다. “영화 티켓, 포스터, 관련 굿즈를 모은 분은 영화 기념품을 모으는 게 내 삶의 발자취를 보고 역사를 보는 것 같아서 나의 일기장이라고 표현해 주셨어요. 팔씨름 대회 트로피는 이것을 보면 우승했던 순간이 매번 떠오르고 그 자체가 어떤 행복했던 순간을 이끌어 오는 그런 매개체가 된다고 하더라고요. 작은 기념품 하나가 오늘을 행복하게 해주는 그런 물건이라고 설명해주셨죠. 여러분도 앞으로 어떤 기념품을 모을지 어떤 걸 기념하게 될지 이분들의 사연을 통해 한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요.”

기념은 우리 삶의 순간순간 스며 있죠. 우리는 소중한 사람과 함께한 시간, 오랜 노력 끝에 얻은 순간, 우연히 손에 쥔 특별한 기억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간직합니다. 기념은 거창하지 않아도 됩니다. 때로는 작은 물건 하나가 우리가 살아온 시간을 증명하고 서로의 마음을 이어줍니다. 여러분에게도 간직하고 싶은 인생의 한 장면이 있는지 생각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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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념품 공간에 전시된 영화 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한 소중 학생기자단.

국립민속박물관 특별전 ‘오늘도, 기념: 우리가 기념품을 간직하는 이유’

기간 9월 14일(일)까지
장소 서울 종로구 삼청로 37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 1
관람 시간 오전 9시~오후 6시(매주 토요일 8시까지)
관람료 무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관광 기념품 개발 이야기
최근엔 특색 있는 관광 기념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고, 지역 특유의 다양한 기념품도 개발되고 있죠. 특히 기념품 관련 공모전도 많이 개최되는데, 그중 우리나라 및 전국 각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 기념품을 발굴하기 위해 1998년 이후 매년 개최되는 대한민국 관광공모전 기념품 부문을 빠트릴 수 없습니다. 한국과 지역별 역사·문화·자연·관광지·먹거리 등 다양한 관광 콘텐트를 소재로 하여 관광 기념품을 공모하고 있죠. 소중 학생기자단이 한국관광공사 쇼핑숙박팀 김민진 대리에게 대한민국 관광공모전에 관해 물어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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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고유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기념품도 다양하다. 국내 여행에 활용할 수 있는 교통카드 기능을 넣은 한글 문양 반지.


서윤: 요즘 다양한 곳에서 기념품 공모전을 개최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이고 또 대한민국 관광공모전만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기념품은 단순한 물건을 넘어 역사·문화·관광자원을 담는 중요한 수단입니다. 이에 지자체 및 박물관 등에서도 자체 공모전을 통해 고유의 문화 자산을 기념품화 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대한민국 관광공모전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관광 기념품 공모전으로 28년간의 역사와 더불어 상품화, 유통 판로, 마케팅 등 실질적인 후속 지원이 이뤄진다는 점이 가장 큰 차별점입니다. 예를 들어 2023년 수상작이었던 ‘금속 입체 마그넷’은 현대백화점과 협업을 통해 디즈니 협업 마그넷으로 상품화되어 백화점 및 온라인몰에서 실제 판매되는 성과를 거두었죠.

지안: 학생도 기념품 공모전에 응모할 수 있나요. 출품 자격과 입상 특전도 궁금해요.
공모전 취지는 관광 기념품 발굴을 넘어 실질적인 상품화 및 유통 판로 확대 지원입니다. 참가 연령에는 제한이 없으나 제품의 유통 및 판매를 위하여 사업자등록증을 보유한 경우에 한해 출품이 가능해요. 공모전 수상작은 상금만큼 일정 수량을 구매하여 수상작 도록 촬영, 영상 제작, 제품 전시 등 수상작의 홍보 마케팅을 위해 활용됩니다. 또한 비즈니스 교육, 1:1 전문가 컨설팅, 온·오프라인 유통채널 입점, 홍보마케팅을 통해 실제 상품화 및 유통 판로 지원을 받게 되며, 한국관광명품 브랜드 로고 사용권, 정부지원 사업 연계 우대, 관광진흥개발 기금 융자 신청 자격 부여 등 실질적인 혜택과 상장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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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종이 색동 복소라 풍경은 업사이클링 장식품으로 친환경성과 심미성을 동시에 반영했다.


은서: 공모전 수상작 중 참고할 만한 작품이나 수상 트렌드가 있나요.
과거에는 전통 공예품이나 수공예 중심의 기념품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인센스·스피커·조명 등 실용성과 감성을 갖춘 제품으로 다양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MZ 세대 소비 성향에 부합하는 감각적이고 실용적인 제품이 증가하는 추세죠. 전통과 현대의 조화, 지역 특산물 활용, 환경친화적 소재, 디지털 기술 접목 등 다양한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2024년 대통령상을 받은 ‘감선옥 오리지널 세트’의 경우 경상남도 산청의 특산물인 곶감을 재해석한 고급 디저트로 현대적 패키지와 결합하여 심사위원의 호평을 받았으며, ‘재생종이 색동 복소라 풍경’은 업사이클링 장식품으로 친환경성과 심미성을 동시에 반영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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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청의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취향에 맞게 키보드의 키캡을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는 제품.


서준: 개인적으로 수상작 중 인상적인 작품을 소개해주신다면요.  
2024년 수상한 ‘한국의 미 단청 키캡 & 키보드’ 작품이 인상 깊었습니다. 단청의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제품으로, 키보드의 키캡을 개인의 취향에 맞게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는 제품이죠. 최근 젊은 세대에서 유행하는 데스크테리어의 트렌드에도 부합하여 소비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또 외국인들에게 인기 있고 쉽게 인식되는 것은 한복·한글·전통문양을 활용한 제품인데요. 최근에는 한국 고유의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인테리어 제품(부뚜막 인센스), 액세서리(한글 품은 교통 반지) 등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어 주목받아요.

지안: 공모전 수상작 상품들은 어디에서 구입할 수 있나요.
한국관광공사 관광 기념품 공모전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며, 자사몰 및 온라인 커머스 등을 통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제품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에서는 한국관광명품점, 현대백화점 기념품숍 ‘더현대프레젠트’, 청와대 사랑채 기념품숍에서 ‘대한민국 관광공모전(기념품 부문)’ 수상작을 테마로 다양한 제품을 한눈에 보고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으니 방문해 보시길 추천드려요.

은서: 어떤 기념품들이 공모전에 참여하면 좋을까요.
우수한 제품력을 갖추었음에도 유통과 홍보에 어려움을 겪었던 제품이 공모전을 통해 조명되기를 희망합니다. 다양한 기념품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유통 판로 지원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또한 K-콘텐트가 주목받고 있는 상황 속에서 대한민국과 지역의 문화적 가치를 담은 기념품이 더 많이 등장하길 기대합니다.

서윤: 사람들이 기념품을 간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념품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여행의 감정과 추억을 담는 소중한 매개체입니다. 사람들은 여행의 설렘과 감동을 잊지 않고, 일상 속에서도 여행을 추억하기 위해 기념품을 간직하는 것 같아요.

동행취재=박지안(경기도 위례중앙중 1)·이서윤(서울사대부초 5)·이서준(경기도 평촌중 1)·최은서(경기도 행정초 5) 학생기자

소중 학생기자단의 내 인생의 기념품

나의 추억을 담은 기념품은 누구나 한 개쯤 있을 겁니다. 그걸 통해서 어딘가에 떨어져 있던 기념의 조각을 끄집어내는 계기도 되는데요. 소중 학생기자단의 기념품을 통해 여러분도 어떤 걸 기념할 것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박지안 학생기자의 내 인생의 기념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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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3학년 겨울방학 때 평창으로 여행을 갔습니다. 눈썰매를 타고 맛있는 것도 먹고 즐거운 여행을 마치고 집에 오던 중 알파카 카페를 가게 되었죠. 귀여운 알파카들에게 사탕수수로 만든 먹이 주기 체험을 할 수 있었지만 무서워서 못했어요. 슬퍼하고 있는데 외할머니께서 예쁜 알파카 인형을 사주며 괜찮다고 위로해 주셔서 다시 기분이 좋아졌죠. 흰색의 알파카 인형이 너무 귀여워서 4년이 지난 지금도 제 책상 위에 올려놓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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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집 곳곳에서 기념품들을 찾을 수 있었어요. 용띠인 제가 세상에 나올 날을 기다리며 엄마가 한땀 한땀 만들어 주신 배냇저고리와 속싸개 턱받이 발싸개, 아빠가 초등학교 때 쓰신 피아노책과 게임기도 저의 소중한 기념품입니다.

이서윤 학생기자의 내 인생의 기념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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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최애 기념품은 바로 아이브 응원봉이죠. 아이브 팬이 됐을 때 엄마가 생일 선물로 사주셨어요. 콘서트도 한번 못 가봤지만 응원봉이 제게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이브 찐팬이 된 거 같고 뿌듯해 행복합니다. 언젠가 응원봉을 흔들며 아이브 콘서트장에서 노래를 따라 부르는 저의 모습을 상상해 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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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소중히 여기는 기념품은 일본 여행 때마다 모은 마그넷이에요. 볼 때마다 그곳에서 먹었던 맛있는 음식들과 장소, 즐거웠던 순간들이 마구마구 떠오르죠. 마지막으로 세상에 하나뿐인 기념품! 제가 태어나 일 년이 된 것을 기념하는 핸드타월입니다. 엄마는 제 돌잔치 때 손님들께 보답하는 마음으로 준비한 선물이라고 말씀하셨죠. 이름과 생일이 수 놓인 세상에 하나뿐인 이 타월을 평생 간직할 거예요.

이서준 학생기자의 내 인생의 기념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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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살 때부터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열심히 모은 포켓몬 카드가 1000장이 넘는데요. 봉지를 뜯을 때마다 어떤 카드가 나올까 두근두근했던 마음이 생각납니다. 친구들과 카드로 게임도 했고, 카드 교환도 했죠. 지금도 카드 앨범을 보면, 친구들과 놀았던 시간이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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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어렸을 때 모은 우표들을 보고 우표에도 관심이 생겨 모았는데, 우표 앨범을 들여다보면 항상 뿌듯해집니다. 또 해리포터 시리즈 안에서 살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해리포터에 빠져있었어요. 일본 오사카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방문해서 마법 지팡이를 샀는데, 스튜디오 내에서는 마치 마법사가 된 것처럼 공중부양, 불 피우기 등의 마법을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 기분을 간직하기 위해 아직 지팡이를 가지고 있죠. 마법사들의 간식인 ‘모든 맛이 나는 젤리빈’도 샀는데 코딱지 맛, 구토 맛 등 충격적인 맛이 인상적이었어요. 젤리빈 통도 계속 보관하려고 합니다.

최은서 학생기자의 내 인생의 기념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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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오산 교육장배 육상대회’를 위해 한 달 전부터 매일 아침 일찍 학교 운동장에서 800m 연습을 꾸준히 했어요. 대회 당일, 넓은 운동장과 저보다 키가 훨씬 큰 선수들을 보며 긴장했지만, 그동안 흘린 땀을 떠올리며 있는 힘껏 달렸습니다. 결국 바라던 동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죠. 결승선을 통과한 뒤에는 숨이 가빠 그 자리에 주저앉았는데 응원해 주신 선생님들과 교장 선생님의 부축을 받으며 이동했어요. 경험과 체력의 한계를 넘어 얻은 메달이라 저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한 기념품입니다.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이번 취재로 기념품의 의미와 종류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조선시대와 현재의 기념 문화가 비슷하다는 것이 너무 신기했습니다. 취재 전에는 그저 여행 갈 때 기념품 가게에서 산 물건들만 기념품인 줄 알았는데 우리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기념품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취재 전에는 집을 둘러보았을 때 기념품이라고 생각되는 물건들이 별로 없었는데 취재 후에 집을 둘러보니 저의 주변에는 정말 다양하고 많은 기념품이 있었네요.
-박지안(경기도 위례중앙중 1) 학생기자

기념품은 또 다른 나만의 추억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볼 수 있던 시간이었죠. 기념품들은 실용성이 있는 것과 상징적인 것으로도 구분되는데 우리 집에도 추억이 될 만한 것들이 참 많다고 생각됐죠. 기념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 같아요. 그러면 먼 훗날 추억할 게 더 많아질 테니까요.
-이서윤(서울사대부초 5) 학생기자

다양한 시대의 기념품 중 KBO 리그 관련 물건, 인천유나이티드 유니폼 등이 눈에 띄었어요. 평범한 물건도 특별한 순간을 회상할 수 있게 해준다면, 무엇이든 기념품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여행을 가면 소소한 기념품 하나는 꼭 챙겨오는 편인데, 짐이라고 버리지 않고 잘 모아두었다가 시간이 지난 뒤 꺼내보면 그때의 기억이 남을 것 같아서 기념품을 잘 간직해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서준(경기도 평촌중 1) 학생기자

‘기념품’을 주제로 열린 특별전을 보며 ‘이렇게 기념할 것들이 많았다니’ 생각이 들었죠. 그 안에 담긴 각자의 소중한 기억과 추억을 생각하니 물건 하나하나가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전시를 둘러보며 나는 어떤 기념품을 갖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죠. 소중 친구들은 어떤 기념품을 갖고 있나요?
-최은서(경기도 행정초 5)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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