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삼매경' 연출 이철희, "관객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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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작품과 같은 외국 고전들이 지속해서 재생산되는 것처럼 한국 선배 작가들의 작품도 레퍼토리화할 만한 좋은 작품이 많습니다”
34년만에 '도념' 연기 지춘성, "책임감 부담 영광 느껴"

연극 '삼매경'의 이철희 연출(왼쪽)이 7일 서울 중구 국립극단에서 열린 라운드 인터뷰에서 미소 짓고 있다. 오른쪽은 주인공 '도념'을 연기한 배우 지춘성.뉴스1
연극 ‘삼매경’을 재창작·연출한 이철희(46) 연출가는 원작 ‘동승’을 새로 쓴 이유에 대해 “한국 연극사의 좋은 작품을 오늘날 관객에게 선보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오는 17일 ‘삼매경’ 개막을 앞두고 서울 장충동 국립극단에서 7일 진행한 라운드 인터뷰를 통해서다.
‘삼매경’의 원작인 ‘동승’은 한국 근대극의 대표 작가로 꼽히는 함세덕이 극작하고 유치진이 연출해 1939년 초연한 작품이다. 그해 연극대회 극연좌상(현 동아연극상)을 수상했다.
올해 국립극단의 첫 창작 신작이기도 한 ‘삼매경’은 한국 연극사 태동기 희곡 작품에 현대적 감각을 더 한 ‘한국적 고전’ 탄생을 목표로 기획됐다.
이철희는 ‘동승’ 외에도 한국 근대사 작품이나 설화와 같은 전통적인 소재를 현대적으로 재조명한 작품을 잇달아 연출하며 주목받고 있다. 1944년 초연한 연극 ‘맹진사댁 경사’를 원작으로 한 연극 ‘맹’으로 2023년 서울예술상 연극부문 최우수상, 지난해 백상예술대상 젊은연극상을 받았다. 지역 설화를 각색해 무대에 올린 ‘진천사는 추천석’으로는 지난해 K-씨어터 어워즈 대상을 수상했다.

국립극단 연극 '삼매경'의 이철희 연출이 7일 서울 중구 국립극단에서 열린 라운드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철희는 전통적인 소재를 현대적 맥락으로 재조명한 작품을 연이어 연출하며 주목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철희는 “선배 극작가들이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의 깊이는 저를 포함한 오늘날 극작가들과는 확연히 다르다”라며 “과거 선배들의 작품을 소환하며 선배들의 좋은 글을 오늘날 관객과 만나게 하는 것은 우리 것에 대한 자부심을 키우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동승’은 자신을 두고 떠난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동자승 ‘도념’의 이야기를 그렸다. ‘삼매경’은 ‘동승’의 줄거리를 뼈대로 둔 ‘극중극’ 형태의 작품이다. 34년 전 자신의 연기를 실패로 여기고 그 시공간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채 사는 배우가 주인공이다.
주인공은 지춘성(60)이 맡았다. 1991년 박원근 연출 ‘동승’에서 ‘도념’으로 분했던 그 배우다. 이 작품은 지춘성에게 각별한 의미다. ‘도념’을 연기하며 그해 서울연극제 남우주연상,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 인기상을 받았다. 그에게 ‘영원한 동승’이란 수식어도 안겼다.

국립극단 신작 연극 '삼매경'의 배우 지춘성이 7일 서울 중구 국립극단에서 열린 라운드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지춘성은 34년만에 '도념'을 연기한다. 연합뉴스
지춘성은 이날 인터뷰에서 “제 실제 이야기와 연극적 이야기가 잘 버무려져 있는 작품”이라며 ”제 삶이 ‘동승’으로 인해 이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 당시를 다시 들여다보는 계기가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34년 전에는 젊은 혈기에 ‘이건 나밖에 못 한다’고 생각는데 지금 와서 보면 회한이 들기도 한다”라고 전했다.
그는 34년 만에 ‘도념’을 연기하는 소회에 대해 “책임감·부담감·영광스러움이라는 세 단어로 정리가 되더라”라며 “막막하기도 하고 영광스러운 자리인데 아내가 ‘한 살이라도 더 어릴 때 (도념 역을) 하는 게 좋지 않겠나’라고 하더라”라며 미소 지었다.

지춘성 배우가 1991년 '동승'에서 주인공 '도념'을 연기하는 모습. 사진 국립극단
이철우는 “지춘성이라는 배우의 심상과 무의식을 따라가다 보면 한 인물, 한 배우를 넘어 오늘을 살아가는 자기 자신을 보여줄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라며 “이 작품을 보는 오늘날 관객들이 ‘나는 이렇게 뜨거워 본 적이 있나’, ”내가 나 다웠던 적이 있나‘라는 질문을 가지셨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이 작품에는 고용선, 광석은, 김신효, 서유덕 등의 배우들도 출연한다. 이들은 각자 역할 이외에 ‘언땅에 부는 초록’, ‘바람의 울리는 풍경’, ‘겨울의 딱새’와 같은 자연물도 몸으로 표현한다.
‘삼매경’은 이달 17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관객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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