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한국 최초’ 도스토옙스키 4대 장편 완역...김정아 박사 “도스토옙스키 되어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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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아 박사는 자칭 '도스토옙스키 전도사'다. 그는 "만약 도스토옙스키에게 사람이란 무엇인지 묻는다면 '호모 소스트라다니에' 즉 '연민하는 존재'라고 규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동 기자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성실한 번역을 했다고 자부합니다.

7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번역자 김정아(56)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전 번역본들에서 발견한) 오역을 모두 고쳤고, 도스토옙스키의 삶의 궤적, 당시 사회와 경제 상황, 개인적 사상 변화까지 고려하여 번역했다”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이번 출간으로 지식을만드는지식(지만지) 출판사에서 『죄와 벌』(2020), 『백치』(2021), 『악령』(2023)에 이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2025) 번역본으로 러시아의 대문호 표도르 도스토옙스키(1821~1881)의 ‘4대 장편’ 번역을 완수했다. 그는 서울대 노문과를 나와 미국 일리노이 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은 도스토옙스키 전문가다. 동시에 패션기업 스페이스 눌 CEO라는 타이틀도 갖고 있다.

그는 “도스토옙스키의 작품 중 단 한 권만 고르라고 하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라며 “4대 장편에서 전하려는 메시지가 모두 이 책에 있다. 2부까지 고려하고 작성한 1부이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마스터피스”라고 극찬했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1880)은 도스토옙스키의 유작이다. 표도르 카라마조프의 아들 드미트리, 이반, 알렉세이가 주인공인 이 소설은 살인 사건을 둘러싼 법정물이면서 신과 인간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도스토옙스키의 4대 장편 중 가장 인기가 높은 작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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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아 박사가 4대 장편을 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10년. 3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 그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쓰기 시작할 때 도스토옙스키의 셋째 아이가 간질로 사망했다. 간질은 도스토옙스키가 가진 병이었다. 그 슬픔을 안고 글을 썼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김현동 기자

한국에서 도스토옙스키의 4대 장편을 모두 번역한 것은 김 박사가 최초다. 이는 해외에서도 흔치 않은 일이다. 러시아 정부는 러시아 문화 확산에 기여한 인물에 수여하는 ‘푸시킨 메달’의 내년 후보로 그를 올렸다.

그는 “도스토옙스키 4대 장편을 한 사람이 번역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며 “『죄와 벌』 출간 후엔 너무 힘들어서 다음 권을 번역하지 못하겠다고 생각했다. 이번 작품까지 오니 목과 허리, 손목은 물론 관절 이곳저곳이 쑤셨다”고 전했다. 김 박사가 번역해 낸 4대 장편은 가죽양장본 기준 죄와 벌(886쪽), 백치(1072쪽), 악령(1130쪽),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1373쪽)로 총 4461쪽에 달한다.

김 박사는 4대 장편 번역을 마치기까지 걸린 시간에 대해 “편역본을 쓴 2년의 시간까지 포함하면 2017년에 작업을 착수한 『죄와 벌』을 시작으로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번역을 마치기까지 약 10년”이라고 밝혔다.

도스토옙스키를 ‘도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김 박사는 자칭 ‘도스토옙스키 전도사’다. 그는 대입을 위한 논술 공부를 하던 18세에 처음으로 『죄와 벌』을 만났다. 특히 주인공 소냐의 아버지이자 알코올 중독자인 마르멜라도프라는 인물을 연민 어린 시선으로 그려낸 도스토옙스키의 태도가 어린 그에게 충격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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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기업 '스페이스 눌'의 대표인 그는 오후 8~9시에 잠에 들어 새벽 1시에 일어나 아침까지 번역작업을 하는 삶을 산다. 그는 "번역과 패션은 나에게 다르지 않다"며 "번역은 나의 내면을 단단하게 만들고, 패션은 나의 외면에 자신감을 불어넣는다"고 말했다. 김현동 기자

그는 “지만지 출판사의 박영률 대표가 ‘4대 장편을 모두 번역해줄 것’을 계약 조건으로 제시했다”고 밝혔다. 김 박사에 따르면 그의 편역본을 본 박 대표가 ‘도스토옙스키와 김정아의 영혼이 탯줄로 연결되어있는 것 같다. 김정아 박사의 번역으로 국내 독자들에게 도스토옙스키의 4대 장편을 읽히고 싶다’고 말하며 먼저 번역을 제안했다.

4대 장편을 번역하는 동안 김 박사는 도스토옙스키가 되려 노력했다. 출판사는 『죄와 벌』 출간 이후에 인지도가 높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번역을 제안했지만, 김 박사가 거절했다. “4대 장편이 발표된 순서대로 번역하며 도스토옙스키의 생각, 사고, 발전의 결을 그대로 따라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총 12장으로 구성된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중 5, 6, 7장을 꼽으며 “도스토옙스키는 5장에서 신을 받아들일 수 없는 자신의 이성(理性)적 자아에 대해 고해성사를 하고, 6장에서 후대에 남기는 유언을 했다. 7장에선 알료샤라는 주인공을 통해 사랑을 이야기한다”고 평했다. 이어 그는 “사랑과 연민의 중요성을 다루는 도스토옙스키의 메시지가 지금 현대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김 박사의 도스토옙스키 4대 장편 번역을 완결하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가죽양장본 한정판 300부와 총 3권으로 구성된 일반제본판으로 10일 출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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