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커를 앞세운 T1은 e스포츠 월드컵 LoL 2연패를 노린다. [사진 LoL 챔피언스 코리아]

‘2025 e스포츠 월드컵(EWC)’이 8일 개막해 다음 달 24일까지 7주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다. 총상금 7000만 달러(956억원)로, e스포츠 역대 최대 규모다. 사우디국부펀드(PIF)가 소유한 새비 게임스 그룹의 자회사가 대회를 주최한다. 지난해 창설된 대회로, 올해가 2회째다. 온라인 모바일게임 스타크래프트2, 스트리트파이터6 등 기존 종목에 발로란트, 체스, 나라카 등이 추가돼 25종목으로 확대됐다. 전 세계 약 200개 팀, 2000여명이 참가한다. 사우디 프로축구 알나스르의 공격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대회 홍보대사를 맡았다. 지난해 EWC의 시청자는 연인원 5억명, 관람객은 260만명에 달했다.

한국 팬의 관심이 큰 ‘리그 오브 레전드’(LoL·롤)는 오는 16~20일 경기가 열린다. 총 12개 팀이 출전해 상금 24억7000만원을 놓고 겨룬다. 한국에서는 젠지, 한화생명e스포츠와 지난 대회 우승팀 T1이 나선다.

주최 측은 이번 대회 홍보영상에서 T1의 페이커(본명 이상혁)를 마이클 조던에 비유하며 ‘불사대마왕’이라고 소개했다. 페이커는 “EWC에는 LoL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의 잘하는 선수들도 오는 만큼 (대회) 장소가 의미 있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1회 대회에서 한국은 ‘LoL’ 외에 울산 임수훈이 ‘철권8’에서 우승했다. 종합우승은 사우디 ‘팀 팔콘스’가 차지했다.

사우디의 EWC 개최 배후에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있다. 그는 2016년부터 원유 수출에 의존하던 산업구조를 다각화하는 프로젝트 ‘비전2030’을 추진했다.

인구의 63%가 30세 미만일 만큼 젊은 나라 사우디는 ‘게임’을 미래 먹거리로 본다. 사우디 PIF 소유의 게임사 스코플리가 지난 3월 ‘포켓몬 고’로 유명한 나이언틱을 4조7800억원에 인수한 것도 그 일환이다. 리야드를 e스포츠의 글로벌 허브이자 메카로 만드는 게 빈 살만의 큰 그림이다. 게임산업 진흥이 인권 문제 등 부정적 이미지를 희석하려는 사우디의 ‘스포츠 워싱’이라는 국제적 비판도 있다.

사우디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손잡고 2027년 e스포츠 올림픽을 개최할 예정이다. 중국 역시 자국 기업 텐센트를 앞세워 e스포츠 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한국은 대중화에 앞장선 e스포츠의 종주국이지만, 엘리트 e스포츠 시장은 위축되는 분위기다. 이재명 대통령은 e스포츠 활성화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