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경이 7일 열린 2025 동아시안컵 중국과의 1차전에서 왼발로 선제골을 넣고 있다. 쐐기골의 기점 역할까지 한 그는 손흥민 등 유럽파가 버티는 2선 공격수 경쟁에 불을 붙였다. 3-0으로 완승한 한국은 중국전 6연승을 달렸다. [연합뉴스]

중국축구가 한국만 만나면 힘을 못 쓰는 ‘공한증(恐韓症)’이 계속됐다. 군팀 김천 상무 소속 병장 이동경(27)이 ‘홍심(홍명보의 마음)’을 잡았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FIFA 랭킹 23위)은 7일 경기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1차전에서 중국(94위)을 3-0으로 완파했다. 이동경이 전반 8분, 주민규(35·대전)가 전반 21분, 김주성(25·서울)이 후반 11분 릴레이 골을 터트렸다.

EAFF 소속 4개국이 풀리그로 우승을 가리는 이 대회에서 한국은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한국은 중국을 상대로 최근 6연승 포함 6승1무를 거뒀고, 상대전적도 절대 우위(24승13무2패)를 이어갔다.

북중미 월드컵 본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홍 감독은 ‘새 얼굴 발굴’과 ‘모험적 전술 실험’이라는 2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이번 대회는 FIFA A매치 데이 기간이 아니라 유럽파 차출이 어려웠고, 홍 감독은 K리거 위주로 팀을 꾸렸다.

평소 포백을 즐겨 쓰던 홍 감독은 3-4-3 포메이션의 ‘변형 스리백 카드’를 꺼내 들었다. 양쪽 윙백 이태석(포항)과 김문환(대전)이 윙어처럼 상대 진영 깊숙이 올라가고, 양쪽 윙어 문선민(서울)과 이동경이 중앙 안쪽으로 좁혀 들어가는 공격적 전술이었다.

전반 8분 스리백 수비수 박승욱(포항)의 전진 패스를 받은 김문환이 패스를 내줬다. 이동경이 아크 오른쪽에서 왼발 감아차기 중거리슛을 때렸다. 공은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골키퍼가 손 쓸 수 없는 골문 왼쪽 구석 상단에 꽂혔다. 별명이 ‘도쿄 리’인 이동경의 ‘미친 왼발’이 터졌다. 이동경은 2021년 스리랑카전 이후 4년 만에 A매치 2호 골을 뽑아냈다.

이동경은 2-0으로 앞선 후반 11분 왼발 코너킥으로 쐐기골의 기점 역할도 했다. 박승욱의 헤딩슛이 골키퍼를 맞고 나오자 김주성이 차 넣었다. 이동경은 손흥민(토트넘) 등 유럽파가 터줏대감으로 있는 2선 공격수 경쟁에 불을 지폈다.

앞서 전반 21분 왼쪽 윙백 이태석이 택배처럼 정확한 왼발 크로스를 올렸고, 문전에 있던 주민규가 헤딩골로 연결했다. 최전방 공격수 오현규(헹크)에 밀려 대표팀과 멀어졌던 주민규는 이번 대회 엔트리가 23명에서 26명으로 늘며 추가 발탁됐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전반 33분 가오톈이가 이동경 발을 고의로 밟는 등 중국 특유의 ‘소림축구’는 여전했다. 홍 감독은 후반에 미드필더 강상윤(전북)을 윙어로 기용하는 등 멀티 플레이어 실험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