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혐오시설 집합지냐? 대룡마을 통째로 옮겨달라”…풍산 이전에 뿔난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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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룡마을 입구에 풍산 이전 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은지 기자
‘풍산금속 장안읍 이전 결사반대’, ‘안전하면 부산시청 앞으로 이전하라!’
7일 찾은 부산 기장군 장안읍 대룡마을에는 방산업체 풍산의 이전을 반대하는 문구와 함께 해골 그림이 그려진 현수막이 입구에 걸려 있었다. 마을 밖 5㎞ 인근 고리원전이 있는 마을에 2012년 명례산단과 2015년 오리산단까지 조성되자 대룡마을은 공장으로 둘러싸인 곳이 됐다.
대룡마을에 태어난 이정옥(63)씨는 “박정희 정권 시절 고리원전이 들어설 때는 반대도 못 했고, 산단이 들어올 때는 취업을 시켜주고, 땅값도 오를 거라더니 소음과 분진에 시달릴 뿐이다”며 “마을 앞에 공장이 빽빽하게 들어선 이후 바람조차 통하지 않아 숨이 턱 막힌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탄약 등을 만드는 풍산 부산공장이 들어온다는 소식에 마을 주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김진규(57) 대룡마을 이장은 “마을 뒤편으로 풍선 부산공장을 위한 산단이 조성되면 마을 3면이 공장에 둘러싸인다”며 “총알 만드는 풍산이 들어서면 안전문제를 비롯해 환경오염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며 풍산 이전을 반대했다.
풍산은 지난달 18일 대룡마을 일대 63만 6555㎡(19만2557평) 면적에 공장을 이전하겠다는 입주의향서를 부산시에 제출했다.
대룡마을 주민 대부분 쌀농사…수용 부지 소유주 80% 외지인

김진규 대룡마을 이장이 7일 풍산 부산공장이 들어서게 될 부지를 가르키고 있다. 이은지 기자
125가구, 170여명이 사는 대룡마을은 주민 대부분이 쌀농사나 밭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풍산 이전 부지 소유주 200여명 가운데 마을 주민은 40여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160여명은 외지인이다. 외지인 대부분이 풍산 이전에 동의하면서 땅 소유주의 53%가 찬성 의사를 표했다. 부산시는 이를 근거로 풍산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김 이장은 “지난 1월 풍산이 우리 마을로 올 수 있다고 했을 때 주민들은 반대 의사를 분명하게 표명했다”며 “그런데도 부산시가 무시하고 외지인에게 동의를 받고, 풍산 이전을 강행하고 있다”며 분노했다. 대룡마을 주민과 인근 마을 300여명은 지난달 6월 30일 부산시청 앞에서 ‘풍산 장안읍 이전 전면 철회’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마을 통째 이전할 경우 사업비 3634억원→8000억원 2배로 증가
대룡마을 주민들은 풍산 이전을 막을 수 없다면 마을을 통째로 이전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대룡마을에서 15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김모(54)씨는 “올해 말 쓰레기매립장이 들어오고, 이어 풍산까지 들어오면 더는 살 수가 없다”며 “마을을 통째로 옮겨달라”고 말했다.
풍산은 공장 이전 사업비로 3634억원을 책정했지만 마을을 통째로 이전할 경우 사업비는 2배 이상 늘어난 8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이 비용은 풍산이 부산도시공사로부터 받게 되는 이전·보상비로 충당해야 한다.
풍산 부산공장은 현재 부산시가 추진하는 ‘센텀2지구 도시첨단산업단지’(이하 센텀2지구) 사업 면적 191만 2440㎡ 가운데 절반이 넘는 102만여㎡를 차지하고 있다. 부산도시공사는 센텀2지구 사업비 2조411억원의 40%인 8300억원을 풍산 공장의 이전·보상을 위한 비용으로 책정했다. 첨단산업단지 사업이 2027년에 완성된다는 청사진 아래 계산된 예산이다. 풍산이 대체 부지에 2030년에 입주할 경우 풍산에 지급되는 이전·보상비는 총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센텀2지구 첨단산업단지 조감도. 사진 부산시
부산시는 센텀2지구에 스마트 선박, 로봇·지능형 기계, 정보통신(IT) 등 혁신 산단을 조성해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겠다는 계획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기존 테크노밸리와는 차별화된 ‘부산형 테크노밸리’로 조성해 수도권을 뛰어넘는 정보기술(IT)등 산업 유치의 전초기지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부산시는 늦어도 2027년에는 풍산 이전 공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조만간 주민경청회를 열고 요구사항을 들은 뒤 풍산에 전달할 계획”이라며 “주민 동의를 이끌어 늦어도 2027년에는 공장 이전 첫 삽을 뜨고 2030년에는 이전을 모두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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