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임윤찬 "두 인격체가 사투해 얻어낸 음악" 스승 손민수와 함께 한다

본문

17519520652118.jpg

2017년부터 함께 하고 있는 사제 지간의 피아니스트 손민수(왼쪽)과 임윤찬. 이달 한 무대에서 연주한다. 사진 목프로덕션

“오랜 시간 음악적으로 깊은 교감을 나눠 온 음악가.”
피아니스트 손민수(49)가 제자 임윤찬(21)에 대해 이렇게 칭했다. 8일 언론사들과 서면 인터뷰에서 그는 “제자이기 이전에 함께 음악을 사랑하고 나누는 동료”로 임윤찬을 거론했다. “이번 공연을 앞두고 어떤 것이 ‘좋은 음악’이며 ‘좋은 연주’인지에 대해 서로의 관점을 나누고 되짚으며 많은 대화를 나눴다.”

두 피아니스트는 이달 함께 무대에 선다. 두 대의 피아노에 나눠 앉아 브람스, 라흐마니노프, R.슈트라우스를 들려준다. 서울에서 스위스 베르비에까지 이어지는 여정이다.

둘은 2017년 처음 만났다.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영재교육원 오디션에서였다. 손민수는 13세의 임윤찬이 연주하는 리스트 ‘메피스토 왈츠’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는 2023년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엄청난 재능을 바로 알아챘다. 겸손하고, 악보 공부는 열심히 하는데, 표현이 지나치지 않았다”고 했다. 스승은 제자를 아끼고 국제 대회 참가를 자제시키다가 2022년 미국 반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에 내보냈다. “윤찬의 10대 시절 연주를 세상이 들어봐야 한다”면서. 임윤찬은 대회 역사상 최연소로 우승했고 세계적인 스타로 떠올랐다.

30세에 호넨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 등으로 주목을 받았던 손민수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2023년 미국 보스턴의 뉴잉글랜드 음악원으로 옮겨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임윤찬 또한 같은 해에 같은 음악원으로 유학을 떠났다.

이번 서면 인터뷰에서 임윤찬은 손민수에 대해 “어느 하나를 꼽을 수 없을 정도로 선생님은 제 인생과 음악 모두 다, 절대적이고도 전반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또 “선생님과 연주하는 것은 언제나 축복”이라고 했다.

두 피아니스트의 듀오 연주는 처음이 아니다. 2021년엔 포항 음악제에서 라벨의 ‘라 발스’를 두 대의 피아노로 연주했다. 임윤찬이 퍼스트 피아노를 맡아 저돌적으로 달려나갈 때 손민수 역시 같은 정도의 에너지로 밀어붙이는 해석이었다.

이후 두 피아니스트는 작품에 대한 취향을 공유했다.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손민수와 임윤찬이 비슷한 시기에 각자의 독주회에서 선곡했다. 이번의 듀오 연주곡 또한 두 피아니스트의 공통 관심 작품들이다. 둘은 라흐마니노프 말년의 작품인 ‘교향적 무곡’과 R.슈트라우스 오페라 ‘장미의 기사’ 모음곡의 편곡 버전을 들려준다.

17519520654445.jpg

2017년부터 함께 하고 있는 사제 지간의 피아니스트 손민수(왼쪽)과 임윤찬. 이달 한 무대에서 연주한다. 사진 목프로덕션

여기에는 둘의 깊은 교감이 있었다. “‘교향적 무곡’은 라흐마니노프 인생의 총결산 같은 곡이다. 윤찬이와 라흐마니노프의 육성이 담긴 녹음을 함께 듣고 감탄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죽음, 믿음, 그리고 초월. 이 모든 감정이 춤으로 고조된 이 곡은 윤찬이와 나 모두에게 자연스럽게 마음 깊숙이 남아 있던 음악이다.” 손민수가 언급한 녹음은 1940년의 것으로 2018년에야 세상에 공개됐다. 손민수와 임윤찬은 옛 음악가들의 오래된 녹음 마니아다.

임윤찬은 “어릴 때부터 내 마음속 어딘가에 숨겨져 있던 곡들을 꺼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어떤 연주를 하고 싶다기보다는 함께 노래하고 싶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고 했다. “우리는 스승과 제자의 관계인 동시에,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아온 사람 둘이다. 그 전혀 다른 두 명의 인격체가 만나 많은 시간 고민하고 사투해서 얻어낸 음악 그 자체로 이 연주의 의미가 있다.” 그는 또 스승과 연주가 부담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언제나 축복일 뿐”이라면서도 “선생님이나 내가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각자 세상살이가 다른 것이 굳이 부담이라면 부담”이라는 진지한 답변을 남겼다.

오랜 시간 함께 음악을 치열하게 고민한 사이다. 하지만 최근 바흐 골드베르크의 각각 연주에서도 드러났듯, 서로 분명히 다른 해석을 하는 피아니스트들이다. 손민수는 “듀오 연주에서는 자신의 소리로만 (음악이)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하고 상대의 소리를 감싸며 여백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며 “혼자만의 시간이 익숙한 피아니스트들에게는 공감과 신뢰가 요구되는 여정”이라고 했다.

이들의 듀오 공연에 대한 기대는 ‘노래’로 모인다. 임윤찬은 “피아노가 노래하게 만드는 듀오가 좋은 듀오”라고 했고, 손민수 또한 “서로 다른 영혼이 하나의 하모니로 노래하는 순간”을 이중주의 매력적인 순간으로 꼽았다.

스승은 제자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윤찬이가 무대 위에서 시간과 공간을 새로 그려내는 사람처럼, 듣는 이들의 호흡을 단숨에 끌어당기는 마법 같은 순간들을 좋아한다. 무대 밖에서는 늘 새로운 질문을 던지게 해주는 존재다. 때로는 잊고 있던 어떤 본질들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또 한 명의 음악가가 등장한다. 바로 임윤찬이 즐겨 소개하는 작곡가이자 홍진기 창조인상의 최초 10대 수상자인 이하느리(19)다. 손민수와 임윤찬은 오페라 ‘장미의 기사’ 모음곡을 두 대의 피아노로 편곡하는 작업을 그에게 맡겼다. 임윤찬은 “음악을 할 사람은 신이 선택한다고 믿는데, 하느리가 신이 선택한 음악가”라며 “그가 어릴 때 라흐마니노프 환상소곡집 4번을 친 영상에서 나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피아노가 노래하게 만들더라”고 했다. “좋은 피아니스트이기 때문에 피아노의 매력을 최대한 살려 편곡할 수 있었다고 본다.”

손민수ㆍ임윤찬의 듀오 무대는 12일 아트센터인천 콘서트홀, 14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15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25일에는 스위스 베르비에 음악제 무대다. 14ㆍ15일 공연은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30’ 중 하나로 열린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4,166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