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1985년생 필승조’ KT 우규민 “내 생애 올스타전, 더는 없을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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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의 나이로 다시 KBO 올스타전 무대를 밟는 KT 우규민. 사진 KT 위즈

프로야구 ‘별들의 잔치’ KBO 올스타전이 12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막을 올린다. 팬들과 선수들이 직접 뽑은 베스트12를 포함해 감독 추천선수까지 모두 50명이 드림 올스타와 나눔 올스타로 나뉘어 한여름 밤을 수놓는다.

올해 올스타전에선 유독 베테랑들의 이름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LG 트윈스 외야수 김현수(37)는 역대 최다인 16차례 올스타로 선정돼 꾸준한 실력과 인기를 입증했다. 또, KIA 타이거즈 지명타자 최형우(42)와 삼성 라이온즈 포수 강민호(40)는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베스트12로 뽑히며 여전한 경쟁력을 자랑했다.

KT 위즈 오른손 언더핸드 우규민(40)에게도 올해 올스타전은 특별하다.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2007년 이후 모처럼 별들의 잔치를 밟게 됐기 때문이다. 최근 만난 우규민은 “사실 내 생애 올스타전은 더는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운 좋게 감독 추천선수로 나서게 돼 기쁠 따름이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올스타전인 만큼 동료들과 즐거운 추억을 쌓고 오겠다”고 미소를 지었다.

2003년 LG에서 데뷔한 우규민은 처음 출전한 2007년 올스타전에서 꽤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당시 롯데 자이언츠에서 뛰던 강민호와 ‘의도적’ 벤치 클리어링을 벌여 팬들에게 큰 재미를 선사했다. 그러나 우규민이 다음 별들의 잔치를 찾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16년까지 뛴 LG에선 더는 올스타로 뽑히지 못했고, 이듬해 삼성으로 이적한 뒤 2021년에야 초청장을 받았다. 그런데 이때 올스타전이 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되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우규민은 “2007년 올스타전에선 강민호가 3타수 3안타로 활약해 미스터 올스타를 노리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10할 타율을 유지하기 위해 내가 일부러 변화구 빈볼을 던진 뒤 서로 뛰어나와 얼싸안는 고의적 벤치 클리어링을 꾸몄다. 당시에는 그런 퍼포먼스가 잘 없던 시절이라 팬들이 즐겁게 봐주셨다”고 18년 전 추억을 떠올렸다. 이어 “필승조로 활약했던 2021년은 감독 추천선수가 아닌 베스트12로 뽑힌 올스타전이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의미가 컸는데 경기가 열리지 않아 정말 아쉬웠다”고 덧붙였다.

파릇파릇했던 20대 시절을 지나 어느덧 40대가 된 우규민은 이번이 마지막 올스타전일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아직 현역 은퇴까지는 시간이 남아 보이지만, 별들의 잔치는 실력과 인기, 운이 모두 따라야 해 다음 출전을 장담하기 힘들다. 올해 올스타전이 유독 남다르게 다가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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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수원 LG전 도중 KT 허경민(왼쪽)과 밝게 웃고 있는 우규민. 사진 KT 위즈

우규민은 “2007년 한화 이글스에서 뛰던 정민철(53) 선배님께서 나처럼 현역 말미 올스타로 뽑히셨다. 당시에는 같은 서군 소속이었는데 선배님이 버스에서 후배들과 일일이 하이파이브를 하시고, 나처럼 어린 선수들을 유독 살뜰히 챙기셨던 기억이 있다. 당시에는 선배님의 행동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했는데 나도 나이가 드니까 그때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 것 같다. 나 역시 감사함을 안고 이번 올스타전을 즐기고 싶다”고 했다.

1985년생 우규민은 올해 36경기에서 1승 1패 6홀드 평균자책점 2.43으로 호투하며 KT 필승조로 활약 중이다. 셋업맨 손동현(24)이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경기 막바지 승부처를 지켜내고 있다. 이강철(59) 감독과 제춘모(43) 투수코치가 우규민에게 선뜻 별들의 잔치 출전 기회를 선물한 이유이기도 하다.

우규민은 “이강철 감독님께서 올스타전 출전 의사를 물어봐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흔쾌히 나가겠다고 답했다. 감독님의 배려로 LG에서 한 번, 삼성에서 한 번 그리고 KT에서 다시 한 번 올스타가 됐다”면서 “제춘모 코치님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사실 코치와 선수 관계만 아니면 형과 동생으로 지냈을 선후배 사이다. 가끔은 형처럼, 가끔은 선배처럼 나를 잘 챙겨주셔서 내가 KT에서 편하게 적응할 수 있었다. 지금 순위 싸움이 한창인데 마지막까지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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