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할리우드 영화인 줄"…대낮 LA공원 덮친 무장군인들, 무슨 일
-
2회 연결
본문
지난 7일(현지시간) 오전 10시30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도심에서 서쪽으로 3.2㎞ 떨어진 맥아더 공원에 군복 차림의 무장한 이민당국 요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군복에는 ‘국경순찰대’와 ‘국토안보수사국’이라고 적혀 있었다.

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맥아더 공원에서 말을 탄 연방 요원들이 순찰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날 LA타임즈는 “이민 단속 요원들이 호위 차량을 대동하고 마치 할리우드 영화처럼 세력 과시를 하면서 맥아더 공원을 에워쌌다”며 “그들은 말과 장갑차를 동원했으며, 소총과 전술 장비를 갖추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민당국 요원들은 한시간 동안 공원에 배치됐다가 철수했으나 평일 오전 한산한 공원에 무장 병력이 들이닥치면서 지역 사회는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소셜미디어 상에선 말을 탄 연방당국 요원들이 공원을 가로지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확산하고 있다. 캐런 배스 LA 시장은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공원에 연방 군용 차량이 있는 것은 충격적”이라며 “그들이 아이들이 노는 지역을 무장한 채 가로지르고 있었다”고 성토했다.

7일 로스앤젤레스 맥아더 공원 인근 윌셔 대로를 천천히 주행하는 미국 세관국경순찰대(CBP). AFP=연합뉴스
이날 이민당국이 맥아더 공원에서 펼친 단속 작전에는 군용차 17대와 구급차 4대, 수십명의 연방 요원들과 약 90여명의 주 방위군이 동원됐다. 지난 6월 LA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본격적인 불법이민 단속 작전으로 이에 반발하는 도심 시위가 촉발한 이후 LA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시로 주 방위군과 해병대가 머무르고 있다. 중앙에 커다란 호수를 끼고 조성된 이 공원은 인근에 사는 멕시코를 비롯한 라틴아메리카 이민자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LA타임스에 따르면 이날 단속으로 체포된 불법 이민자가 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에 민주당 소속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이민자들을 겁주기 위한 정치적 쇼”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미 노동자조직네트워크(NDLON)의 법률 책임자 크리스 뉴먼도 AP에 “이건 단속의 수위를 한층 높이겠다는 시위였다”며 “실제 단속이라기보다 리얼리티 TV쇼 같은 연출이었다”고 꼬집었다.

7일 로스앤젤레스 맥아더 공원에 배치된 연방요원들. AP=연합뉴스
같은날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은 1999년부터 온두라스와 니카라과 출신 8만명에게 부여했던 임시보호지위(Temporary Protected Status·TPS) 조처를 지난 5일자로 만료한다고 공고했다. 놈 장관은 “미국은 1998년 허리케인 피해를 본 온두라스와 니카라과에 대해 1999년에 TPS 대상 국가로 지정하고 해당 국가 출신 주민들의 미국 내 체류를 허용했다”며 “두 나라 정부가 재해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처를 했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이들이 귀국길에 오르지 않은 경우 추방 대상자에 오를 수 있다고 경고한 셈이다. 다만 실제 효력이 발휘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가 앞서도 아이티인 50만명과 베네수엘라인 35만명 등의 TPS 종료를 공식화했으나 지난 1일 법원은 아이티인의 TPS 만료에는 제동을 걸었다.
불법 이민자 추방과 관련해 갖가지 비판이 제기되면서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에서 대규모 불법 이민추방계획을 설계한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에도 다시 한번 눈길이 쏠린다. 뉴욕타임스는 7일 “이민자 단속으로 시작된 항의 시위부터 이를 진압하기 위한 군사 작전까지 이번 사태는 거의 전적으로 밀러가 주도한 결과물이었다”며 “다만 밀러의 이민 정책이 인기를 끌지 못할 경우 (트럼프와) 더 큰 균열이 생길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