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상법 2R’ 드라이브 거는 민주당…재계 “글로벌 기준 방어 수단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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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이 3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마자 여당이 집중투표제 도입,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후속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재계에선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경영권 방어 장치가 없다면 외부 공격에 취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코스피5000위원회는 이날 기획재정부·법무부·금융위원회 등과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자사주 소각 의무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이재명 대통령 대선 공약 중 하나다. 그간 대기업의 자사주 매입은 주가 부양과 경영권 방어에 유용한 수단으로 쓰여 왔지만, 이를 소각하지 않고 장기 보유할 경우 총수일가의 지배력 유지 등에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위 내부에선 원칙적으로 자사주를 1년 이내에 소각하도록 하거나 기업의 자사주 보유량을 10%까지만 허용하는 등 다양한 방식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11일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 상법 후속 입법 공청회를 연다. 지난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엔 이사 충실의무를 기존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하고,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특수관계인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이른바 ‘3%룰’ 등이 포함됐다. 이번 공청회에서 추가 입법 사안으로 논의될 집중투표제는 이사 선임 시 1주당 선임하는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주주에게 부여하는 제도다. 이러면 소액주주가 지지하는 이사도 선임될 수 있다. 또 대규모 상장회사에서 감사위원 최소 분리선임 인원을 현행 1명에서 2명으로 늘리는 방안도 검토된다.
재계 “포이즌필 등 도입해야”…與 “설득력 없어”

차준홍 기자
경영계는 지배구조 개편 움직임에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경영권 방어 수단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3%룰, 집중투표제,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이 연달아 시행되면 외부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A그룹 관계자는 “만약 지주사 경영권이 외국 헤지펀드에 공격을 받게 되면, 지분 구조상 계열사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주며 그룹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자사주마저 무조건 소각해야 하면 사실상 모든 방어 수단이 사라진다”고 우려했다. 이에 경영계에선 포이즌필(기존 주주에게 낮은 가격에 지분 매입 권리 부여), 차등의결권(대주주·경영진 보유 주식에 더 많은 의결권 부여), 황금주(주총 의결 사항에 거부권 행사) 등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방어 장치를 제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여당은 이같은 요구에 단호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코스피5000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오기형 민주당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경영계가 (포이즌필 등) 방어권을 전가의 보도처럼 요구하는데, 설득력이 전혀 없다”며 “자사주 소각 이슈는 이미 윤석열 정부에서부터 논의됐는데, 정작 당시에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배임죄 완화, 경영판단원칙 명문화 등 상법 개정에 따른 보완책은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일선 기업들은 당장의 리스크 대응부터 서두르는 모습이다. 3%룰은 1년 유예돼 내년 7월부터 적용되지만,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는 공포 즉시 시행되기 때문이다. 소액주주 연대 플랫폼 액트는 “아직 통과되지 못한 핵심 법안들의 재추진을 위해 모든 역량 집중하겠다”며 벌써부터 적극적인 행동을 예고했다. B그룹 관계자는 “외부 법률 전문가 초청 강연,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 시스템 강화, 회사 내부 규정 정비 등 이사회 운영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을 이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C그룹 관계자도 “IR(투자자 대응) 조직을 강화해 주주 접점을 넓히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대표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오기형 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김성룡 기자
지주사株는 ‘훨훨’…“이 기회에 내부 거버넌스 정비해야”
지주사 주가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잇단 지배구조 개선 움직임과 주주환원 기대감이 작용해서다. 주요 대기업 지주사 주가를 분석해보니, 지난 1월 2일부터 이날(8일)까지 약 6개월간 코오롱(236.1%), 한화(228.7%), HS효성(157.9%), 두산(126.8%) 등 지주사는 세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HDC(91.5%), LS(89.7%), DL(69.7%), CJ(60.7%), SK(58.3%) 등도 큰 폭으로 올랐다. 증권업게에선 아직 지배구조 개선 이슈들이 남아있는 만큼 향후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이상헌 iM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 추가 입법이 이뤄질 경우 지주사들의 기업가치가 재평가될 여지는 더 커질 것”이라며 “기업 입장에선 이사회 투명성 강화, 주주와의 소통 확대 등 내부 거버넌스를 정비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효과적인 대응책”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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