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서울 37.8도, 광명 40.2도…7월초부터 극한폭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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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7.8도까지 오르는 등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경보가 내려진 8일 경북 고령군 다산면의 한 들깨밭에서 잡초를 뽑던 농민이 땀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수도권기상청은 7일 서울·경기도교육청에 “학생들이 하교할 때 양산을 쓰도록 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수도권에 강한 햇볕과 함께 때이른 폭염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윤기한 수도권기상청장(직무대리)은 중앙일보에 “예전 같으면 장마철이라 구름이 많이 끼거나 비가 왔지만, 올여름에는 방학도 하기 전에 폭염이 시작됐고, 일사도 매우 강한 상황”이라며 “학생들이 하교할 때 직사광선에 오래 노출되면 피부 온도가 오르고 심하면 화상을 입을 수도 있어 양산이라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8일 수도권 곳곳에 40도에 이르는 극한 폭염이 닥쳤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37.8도로 평년(28.8도)보다 9도나 높았다. 이는 공식 기록으로 삼는 종로구 송월동 서울기상관측소 기준이다. 7월 초순으로는 1907년 10월 서울에서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역대 최고치다. 7월 전체로 봐도 다섯 번째로 높다. 1~4위는 모두 7월 20일 이후였다.

기상청 자동기상관측장비(AWS) 기준으로는 서울 광진구가 39.6도를 기록했다. 경기도 광명시는 40.2도, 파주시 광탄면과 안성시 양성면은 40.1도를 찍었다. 수도권에서 자동기상관측장비 측정 기온이 40도를 넘긴 건 지난해 8월 4일 이후 처음이다. 당시 경기도 여주시 점동면의 기온이 40도를 기록한 바 있다.

퇴근길인 저녁 무렵에는 시간당 최대 60㎜가 넘는 물폭탄 수준의 소나기가 수도권 곳곳에 쏟아졌다. 서울 서부와 경기 일부 지역에는 한때 폭염경보와 호우경보가 동시에 내려지기도 했다. 직장인 정모(35)씨는 “마치 동남아에 온 기분이다. 여기가 서울인지, 동남아인지 헷갈린다”고 말했다.

초복까지 열흘 넘게 남은 상황에서 벌써 극한 폭염이 나타난 건 한반도가 ‘이중 열돔(Heat Dome)’에 갇혔기 때문이다. 아래로는 북태평양 고기압, 위로는 티베트 고기압이 이불처럼 한반도를 덮으면서 열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고온건조해진 동풍의 영향으로 수도권의 기온이 급등했다. 김해동 계명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2018년에도 이중 열돔으로 역대급 더위가 나타났는데, 올여름에는 같은 현상이 더 일찍 나타났다”며 “특히 동풍이 육상을 타고 갈수록 더 가열되면서 풍하 측에 있는 수도권의 폭염 강도가 가장 강했다”고 설명했다.

때이른 폭염에 열사병 등 온열질환자도 급증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5월 20일~7월 7일 기준 온열질환자 수는 961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같은 기간(478명)의 두 배가 넘는다. 7일 하루에만 환자 98명이 발생했는데, 지난해 같은 날(9명)의 10배 수준이다. 온열질환에 따른 것으로 추정되는 누적 사망자 수(7명)도 지난해(3명)보다 많다. 전날 오후 5시24분쯤에는 경북 구미시 아파트 공사장에서 베트남 국적 20대 노동자 A씨가 앉은 채로 쓰러져 있는 것을 동료가 발견해 신고했다. A씨는 발견 당시 이미 사망한 상태였으며 체온은 40.2도였다. 이날 처음 출근한 A씨는 동료들에게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자리를 비웠지만, 퇴근 시간이 지나도 보이지 않아 동료들이 찾아나섰다고 한다. 이 같은 기록적인 폭염 속에 고용노동부는 근로자 휴식 의무화 조항 재추진에 나섰다. 고용부는 ‘2시간 이내 20분 이상 휴식’을 의무화하는 산업안전보건기준 규칙 개정안에 대해,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에 재심사를 요청하기로 했다.

기상청은 10일까지 동풍이 불면서 서쪽 지역을 중심으로 폭염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수도권 폭염의 기세는 이날을 정점으로 차츰 강도가 줄어들 전망이다. 공상민 분석관은 “11일부터는 동풍이 아닌 남풍의 영향으로 습하고 더운 공기가 남쪽부터 유입될 전망”이라고 했다. 이렇게 불볕더위가 극심할 때는 뜨거운 햇볕에 노출되는 걸 최대한 피해야 한다. 서울연구원은 “양산은 체감온도를 최대 10도까지 낮춰 주는 효과가 있다”며 양산과 챙이 큰 모자 이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해야 한다고 했다. 윤기한 청장은 “폭염과 열대야가 예년보다 길게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어린이, 노약자는 폭염 피해에 각별히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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