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 주연 배우 스칼렛 요한슨이 주연을 맡았다. [사진 유니버설 픽쳐스]

"'쥬라기' 시리즈가 호러로 돌아왔다" vs" 호러까지는 아니고 이것은 서바이벌". "역시 공룡이 최고 " vs "공룡이 아니라 에일리언".
 같은 영화를 봤는데 생각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지난 2일 개봉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이하 '쥬라기 월드 4')를 놓고 관객들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장르에 대해서도 의견이 다르고, 관람 평도 긍정과 부정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그래도 역시 '쥬라기'인가? 이렇듯 말은 많지만, '쥬라기 월드 4'는 개봉 7일째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며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9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쥬라기 월드 4'는 누적 관객 수 120만(118만 4400명)에 달한다. 인간에게 경이와 공포의 대상인 '공룡'의 힘은 여전히 세다.

'쥬라기 월드 4'는 신약 개발을 위해 거대 공룡들의 DNA를 수집하기 위해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섬으로 향한 조라(스칼렛 요한슨), 헨리 박사(조나단 베일리), 마틴 크랩스(루퍼트 프렌드), 던컨(마허살랴 알리)의 이야기를 그린다. 1993년에 시작돼 지금까지 32년간 이어진 '쥬라기' 시리즈의 일곱 번째 작품이자 '쥬라기 월드' 네 번째 영화다. 그동안 '쥬라기 공원'은 93년과 97년 그리고 2001년에 나왔고, 이어 '쥬라기 월드'가 2015년과 2018년 , 2022년에 나왔다. 특히 이번 영화는 '쥬라기' 시리즈의 출발점인 '쥬라기 공원'에 참여했던 데이빗 코엡이 30여 년 만에 다시 각본을 맡았다. 여기에 '고질라'(2014),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2016), '크리에이터'(2023) 등 괴수와 SF영화로 실력을 인정받은 에드워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제작 총괄을 맡았다.

조나단 베일리와 스칼렛 요한슨이 주연으로 출연한 '쥬라기 월드"새로운 시작'. [사진 유니버설픽쳐스]

인간이 공룡의 공격을 받으며 맞서온 기존 시리즈와 달리 이번엔 처음으로 인간이 공룡을 쫓는다는 설정이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적도 부근의 섬에 있는 옛 '쥬라기 공원' 연구소에서 살아남은 공룡들의 생태계가 인간의 통제를 넘어선 지 오래다.

에드워즈 감독은 먹이 사슬에서 최상위 포식자 공룡이 불러일으키는 '공포'에 무게를 실었다. 감독은 지난 1일 열린 내한 기자회견에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연출했던 원작 '쥬라기 공원'의 분위기를 최대한 살리고자 했다"며 "이번엔 공룡들이 더 거칠고, 위협적이고, 사악해 보이길 원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이번 영화 속 공룡은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 살기 넘치는 눈으로 인간을 위협한다. 중간에 공룡을 '경이의 대상'으로 표현한 장면도 등장하긴 하지만, 대부분의 모습은 일말의 자비도 기대할 수 없을 만큼 사나운 모습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공룡의 위협은 육해공을 가리지 않는다. 구조 헬기마저 씹어버릴 정도다. 심지어 유전자 조작 실험으로 탄생한 공룡은 에일리언을 뺨치는 기괴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쥬라기 월드:새로운 시작'의 한 장면. 육해공을 넘나드는 공룡들의 위협이 그려진다.[유니버설 픽쳐스]

에드워즈 감독은 개봉에 앞서 할리우드 매체 '베너티(Vanity)'와의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쥬라기'는 공포 영화"라고 말했다. 그는 "어렸을 때 '쥬라기 공원'을 보며 티라노사우루스의 공격을 보았을 정말 무서웠다"며 "이 장면은 영화 역사상 가장 잘 연출된 장면 중 하나다. 관객 기대치가 높은 만큼 감독으로서 부담이 컸다"고 말했다.

또 내한 기자회견에서는 "새로운 것을 어떻게 보여줄 지에 대해 고민 많았다"며 "그대로 가면 원작을 답습했다고 할 것이고, 다르게 가면 '쥬라기'가 아니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완벽한 균형을 잡는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필버그는 나의 영웅이다. '쥬라기 월드 4'는 내가 스스로 '쥬라기' 팬이었던 나를 위해 이기적으로 만든 영화"라고 덧붙였다.

에드워즈 감독은 '쥬라기' 시리즈가 지난 30년 동안 인기를 이유도 분석했다. 그는 "인간에겐 다른 포유류 동물과 마찬가지로 상위 포식자가 와서 나와 가족을 해칠 것이라는 위기감을 안고 살아오며 진화했다"며 "우리 안에 내재한 이 원시적 본능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쥬라기'가 이 본능을 일깨우는 한 괴수 영화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 편에선 '쥬라기 월드 4'가 스릴 넘친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쥬라기' 특유의 재미는 덜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공룡이 공룡이 아니라, 거대 악령처럼 묘사됐거나 에일리언과 같은 거대 괴물로만 그려졌다는 비판도 있다.

스칼렛 요한슨이 특수 작전 전문가로 출연한 영화 '쥬라기 월드:새로운 시작'. [사진 유니버설픽쳐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쥬라기 월드 4'의 세계 흥행은 '쥬라기 팬덤'의 저력이 얼마나 견고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영화는 북미에서만 첫 주 1억 4730만 달러(한화 약 2012억 원)의 흥행 수익을 올리고, 세계 72개국에서 흥행 수익 3억 831만 달러(한화 약 4348억 원)를 돌파했다.

여기에 주연을 맡은 배우 스칼렛 요한슨(40)도 기록 갱신 중이다. 7일(현지시간) 외신 보도에 따르면 요한슨은 이번에 자신의 주연작들로 전 세계에서 누적 수익 146억1000만 달러(약 20조127억 원)를 올리며 전 세계 최고 흥행 수익을 올린 배우로 등극했다. 사무엘 L 잭슨(약 20조 원),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약 19조 6000억 원)의 기록을 제친 것이다. 요한슨은 1일 열린 내한 기자회견에서 "이번 영화 출연으로 내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꿈이 실현됐다. 나는 지금 이 꿈 같은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12세 이상 관람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