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日 밉보인 이유…"농산품 개방 어렵다" 이말에 트럼프 눈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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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에 달하는 상호관세 부과 서한을 전달하자 일본에서 후폭풍이 잇따르고 있다.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둔 가운데 일본 언론들은 미·일 관세협상이 난항을 겪게 된 배경으로 일본 정부의 오산이 있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당초 미국이 일본과의 교섭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타결에 이르지 못한 데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정권의 오판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16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린 캐나다 카나나키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나누고 있다. 출처 이시바 총리 X
마이니치신문은 9일 이시바 정권의 오판을 상징하는 주요 장면으로 지난 6월 캐나다 G7(주요 7개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열린 미·일 정상회담을 꼽았다. 일본 정부는 당초 양국 정상이 얼굴을 맞댄 자리에서의 합의를 기대했지만, 상황은 다르게 흘러갔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왜 일본은 농산품 관세를 내리지 않고, 미국의 관세를 낮추라고 말하는 건가”라고 운을 떼면서다. 이시바 총리의 측근이자 관세협상을 담당하는 아카자와 료세이(赤沢亮正) 경제재생담당상이 이를 맞받았다. “일본은 농업이 센서티브(sensitive)해서 어렵다”고 응수한 것이었다.
두 사람이 농산품 관세 이야기에 열을 올리는 사이, 약 30분에 달하는 협상은 성과 없이 끝났다. 일본 정부에 있어 가장 중요했던 자동차 관세에 대해 충분한 논의 역시 이뤄지지 못했다. 당시 회담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눈을 감고 거의 말을 하지 않았는데, 일본 정부 관계자는 마이니치에 트럼프 대통령이 “졸려 보였다”고 전하기도 했다.
지난 4월부터 7차례의 협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기회’도 있었다. 5월까지만 하더라도 일본 정부가 자동차 관세 철폐 요구를 취하하면, 미국이 자동차 관세를 인하할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아카자와 경제재생담당상이 대응해야 할 미국 측 파트너가 3명에 달했던 것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앞서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도 일본 정부를 대표하는 사람이 한명인데 반해, 미국은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그리어 USTR 대표까지 3명에 달해 협상이 어렵다고 분석한 바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에서의 ‘성공 경험’을 이시바 정부가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1기 트럼프 정권 시절에도 미국은 대일무역 적자 문제 해소를 위해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바 있다. 당시에도 미·일무역협정 체결까지 위기 상황이 있었지만, 미국의 주요 관심사가 미국산 소고기 등에 있었다는 점을 일본이 포착해 일본 자동차 산업 보호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아카자와 경제재생담당상이 사전 약속 없이 미국을 찾아가 협상에 임하다, 7차 협상에서는 결국 베센트 장관과 만나지 못한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8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총리 관저에서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담당상(오른쪽)과 함께 대책회의를 열고 있다. 교도·로이터=연합뉴스
마이니치는 일본 정부가 농산품 시장 개방 검토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간 ‘성역’으로 치부되던 쌀 시장과 관련해 미국산 쌀 수입 확대 등을 협상카드로 쓸지 들여다보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오는 20일 치러질 예정인 선거에서 연립여당(자민당+공명당) 과반의석 확보가 불투명해 이시바 정권으로서는 운신의 폭이 좁은 상황이다. 야당 공세가 이미 시작됐기 때문이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제1야당인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입헌민주당 대표는 선거 유세에서 “관세협상에 무대책인 이시바 정권을 용서해도 되냐”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이처럼 협상 타결은 안갯속이지만 일본은 내심 베센트 장관의 방일에 기대를 걸고 있다. 베센트 장관이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세계박람회에 미국 대표단의 일원으로 참석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날(6월 19일) 행사 참석을 위해 일본을 찾는 것이지만, 베센트 장관의 방일은 처음으로 미·일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다치바나 게이이치로(橘慶一郎) 관방부장관은 이날 회견에서 교섭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미국 정부 참석자는 현재 조정 중이라고 알고 있다”며 말을 아꼈지만, 양국 정부의 협상 가능성을 전면 부인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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