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4kg 조끼 입고 땀 줄줄…모진 욕설 듣고도 아스팔트 지킨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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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10시쯤 서울 강남구 청담동 경기고 사거리 동호대교 인근에서 서울 강남경찰서 한주현 경사(35)가 뙤약볕에서 땀을 훔치며 단속을 이어가고 있다. 오소영 기자

40.9도. 9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청담동 경기고 사거리 인근 불법 차량 단속을 위해 경찰이 서있던 보도블록 위 온도였다. 이날 강남경찰서 교통과 한주현(35) 경사는 총과 수갑, 휴대용 프린터 등이 들어있는 3~4kg 무게의 경찰조끼를 입고 윤덕기(34) 경사와 함께 신호위반 차량 단속에 나섰다. 오전인데도 끓는 듯한 아스팔트 복사열로 조끼 안에는 땀이 찼고 모자 속 머리칼도 푹 젖었다. 한 경사는 “도로 근처에서 단속을 하다 보니 그늘에 서있어도 지열이 올라온다”며 “발바닥부터 뜨거워지고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줄줄 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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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10시20분쯤 서울 강남구 청담동 경기고 사거리 인근, 서울 강남경찰서 한주현 경사(35)가 교통 단속을 하던 보도블록 위 온도가 40.9도를 기록했다. 오소영 기자

경찰 혹서기 근무 지침은 체감온도가 33도를 넘으면 현장 근무 자제를 자제하고 35도가 넘으면 금지하도록 한다. 8일 기상청에 따르면 당분간 서울 최고 체감온도는 35도 내외로 무더울 전망이다. 교통 경찰들의 무전에서도 “체감온도 35도 이상에선 야외 단속을 주의해야 한다”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시민 안전과 직결된 업무 특성과 오락가락한 기온 때문에 현장에 나오는 경우가 잦다. 이날 한 경사가 머무른 경기고 사거리는 영동대로와 코엑스 방면 도로가 교차해 강남구에서도 오전 시간대 통행량이 가장 많은 곳으로 꼽힌다. 1시간 동안 7대가 신호위반 단속에 걸렸다. 한 경사는 “바로바로 불법 유턴 차량을 잡아야 하다보니 직접 나와서 단속·계도하는 게 마음 편한 면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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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10시쯤 서울 강남구 청담동 경기고 사거리 인근에서 서울 강남경찰서 한주현 경사(35)가 교통 단속을 하다 까맣게 탄 팔 소매를 들어보이고 있다. 오소영 기자

가로수 아래서 잠시 숨을 돌리던 한 경사는 정지 신호에 역주행하던 오토바이를 쫓아가다가 뜨거운 햇볕 아래서 더운 숨을 내쉬었다. 3년째 교통경찰로 일을 하고 있는 한 경사이지만 이런 폭염은 올해 처음이라고 했다. 그는 “계속 밖에 있다 보니 팔이 벌써 까맣게 탔다”고 했다. 쿨링 패치와 같은 온열질환 방지 용품도 써봤지만 거추장스러워 안 하고 다니게 된다고 한다. “단속에 집중하면 매번 체감온도를 신경 쓰기 어렵다”고도 말했다. 이날 오전 11시 한 경사가 쓴 모자의 표면 온도는 36도를 웃돌았다.

폭염과 폭우가 하루에도 여러 차례 바뀌는 가운데 이들은 늘 아스팔트 위를 지킨다. 예민해진 시민들에게 모진 소리도 듣는다. 윤 경사는 신호 지시를 위반하고 불법 유턴하던 한 택시의 딱지를 떼다 5분간 모진 욕설을 들었다. 윤 경사는 “날씨가 덥다보니 경찰에게 유난히 짜증을 많이 낸다”며 “그래도 누군가는 해야하니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지난 8일처럼 갑자기 폭우 몰아치는 날도 예외는 아니다. 윤 경사는 “비가 오면 대리 운전이 안 잡혀 음주운전을 하는 경우가 는다”며 “사고 위험성이 높아 밤새 적발해도 모자라다”고 했다. 한 경사는 “비가 갑자기 내릴 때를 대비해 캠코더를 계속 지니고 있다”며 “비가 내리면 휴대폰 접촉이 잘 안 돼 차 안에서 캠코더로 단속을 이어가는 방법으로 대비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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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10시30분쯤 서울 강남구 청담동 경기고 사거리 동호대교 방면 도로에서 교통 단속을 하던 서울 강남경찰서 윤덕기 경사(34)가 그늘에서 숨을 돌리며 모자로 부채질을 하고 있다. 오소영 기자

이들이 더운 날씨를 견디는 힘 증 하나는 시민들의 격려다. 윤 경사는 “‘경찰 아저씨’라고 부르며 차에서 인사하는 아이들을 보면 꼭 마이크로 화답해준다”며 “무더위로 지친 마음도 달래진다”고 했다. 한 경사는 “시민들의 교통 안전을 위해 늘 나와 있다”며 “단속하는 우리에게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워주는 시민을 보면 힘이 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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