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34년만에 금 메친 김하윤 “롯데도 우승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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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유도 최중량급 김하윤(왼쪽)은 남자 코치들과 고강도 훈련을 거듭한 끝에 지난달 세계선수권대회 정상에 올랐다. 훈련을 도운 권영우(가운데)·김정훈 코치와 포즈를 취한 모습. 김경록 기자
“세계 정상에 오르면 만족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배가 더 고프네요.”(웃음)
한국 여자 유도 최중량급(78㎏ 이상급) 간판 김하윤(25·안산시청)은 올해 세계선수권대회를 제패한 이 체급 월드 챔피언이다. 지난달 20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일본의 아라이 마오(22)에 지도 3개를 뺏으며 반칙승을 거두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여자 선수가 세계선수권에서 이 체급 정상에 오른 건 34년 전인 지난 1991년(문지윤·당시 72㎏ 이상급)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김하윤을 지난 4일 서울 노원구 태릉선수촌 유도장에서 만났다. 그는 “4년에 한 번 열리는 올림픽도 아니고, 매년 열리는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했다고 들뜨면 안 될 것 같다. 오히려 이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부담감만 커졌다”며 웃었다.
김하윤의 우승을 전망한 전문가들은 거의 없었다. 지난해 8월 파리올림픽 이후 무릎과 어깨를 잇달아 다쳐 고전했기 때문이다. 치료와 재활에 전념하느라 지난 2월 프랑스 파리 그랜드슬램 이후 반 년 가까이 국제대회에 참가하지 못 했다. 설상가상으로 ‘괴물 고교생’ 이현지(18)에게 국가대표 1진 자리도 내줬다. 대한유도회가 여자 78㎏ 이상급을 전략 체급으로 정하고 2장의 출전권을 부여한 덕분에 2진으로 밀린 김하윤이 세계선수권 무대를 밟을 수 있었다.
김하윤이 부상 회복 이후 단시간에 기량을 끌어올린 배경에는 ‘남자 코치’가 있었다. 일반적으로 여자 유도대표팀이 훈련할 땐 남자 중고등학생 선수들이 파트너로 나선다. 성인 남자 선수와 맞붙으면 힘 차이가 커서 제대로 된 훈련이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하윤은 남자 코치 2명과 함께 하는 지옥 훈련을 자청했다. 현역 시절 각각 100㎏급과 81㎏급 국가대표로 활약한 김정훈(44) 코치와 권영우(44) 코치가 훈련 파트너로 나섰다.
체중 상한선이 없는 체급인 만큼 톱클래스 선수들은 대부분 체중 130㎏을 훌쩍 넘긴다. 김하윤은 113㎏으로 체격이 작은 편이지만 현재 120㎏인 김정훈 코치, 95㎏의 권영우 코치와 훈련하며 파워와 세기를 가다듬었다. 김정훈 코치는 “(김)하윤이와 훈련할 때마다 ‘나는 지금 현역 선수다’를 되뇌며 매트에 올랐다”고 했다.
독한 훈련은 성과로 이어졌다. 이번 세계선수권 8강에서 자신보다 20㎏ 이상 무거운 이현지(138㎏·동메달)를 꺾었다. 김하윤은 “코치님들과 훈련하며 체중을 늘리지 않고도 큰 선수를 상대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이젠 누구와 붙어도 이길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김하윤이 상승세를 타면서 이현지와의 경쟁 구도에도 다시금 불이 붙었다. 스피드·기술·경험을 앞세우는 선배 김하윤과 힘·체력이 압도적인 후배 이현지가 내년 아시안게임 출전권을 놓고 선의의 경쟁을 이어가다보면 서로가 긍정적인 효과를 주고 받을 수 있다. 김하윤은 “(이)현지와는 훈련이 너무 힘들어 눈물이 날 때 서로 격려할 정도로 친하다”면서도 “아시안게임 출전권은 단 한 장이다. 맞대결에선 꼭 이겨야 한다”고 의욕을 보였다.
큰 대회에 강한 것도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2023년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남녀 유도 통틀어 유일하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해 파리올림픽에선 지난 2000년 김선영(동메달) 이후 24년 만에 한국 유도 여자 최중량급 메달리스트(동)로 우뚝 섰다.
부산이 고향인 김하윤은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열성 팬이다. 세계선수권 우승 직후엔 오른손을 들어 올려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펴고 좌우로 힘차게 흔들며 롯데의 ‘약속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내야수 나승엽의 열성 팬인 그는 “내가 최중량급에서 우승한 게 34년 만이다. 롯데는 1992년 이후 33년째 우승이 없는데, 올해는 꼭 우승하길 바란다”며 활짝 웃었다.
김하윤
◦ 생년월일: 2000년 1월 7일
◦ 체격: 1m78㎝, 113㎏
◦ 체급: 여자 78㎏ 이상급
◦ 세계랭킹: 3위
◦ 주특기: 안다리걸기, 허리후리기
◦ 주요 수상: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금, 2024 파리올림픽 동, 2025 세계선수권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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