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백두대간이 가른 폭염, 서쪽은 39도 동쪽은 한풀 꺾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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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남산에서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한 서울 도심이 붉게 표시돼 있다. 온도가 높을수록 붉게, 낮을수록 푸르게 보인다. 정상 촬영한 사진(왼쪽)과 열화상 사진을 하나로 합성했다. [연합뉴스]

9일 이례적인 ‘7월 상순’ 폭염이 이틀째 수도권과 서쪽 지역을 강타했다. 이날 서울 낮 최고기온은 36도를 기록했다. 전북 정읍은 37.8도까지 오르며 7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기상청 자동기상관측장비(AWS) 기록에 따르면 경기도 파주시(광탄)는 39.2도까지 올랐다. ‘불면의 밤’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까지 서울은 10일째, 청주 11일, 전주는 5일째 열대야가 지속됐다.

전날에 이어 이날도 기상청은 수도권과 충청, 호남 전 지역에 폭염경보를 발령했다. 서해와 남해, 제주 연안엔 ‘고수온 비상’도 걸렸다. 해양수산부는 이날 오전 11시를 기해 고수온주의보 ‘경계’ 단계를 발령했다. 지난해보다 보름 이른 시점이다.

기상청은 “당분간 서쪽 지역과 내륙을 중심으로 최고 체감온도가 35도 내외로 오르고, 열대야도 이어지는 등 매우 무더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온열질환 예방에 힘쓸 것을 당부했다. 실제로 때이른 폭염에 사망자도 나오고 있다. 7일 구미의 한 아파트 공사장에선 20대 베트남 노동자가 앉은 채 숨진 데 이어, 8일 충남에선 논에서 일하던 80대와 90대가 사망했다. 서울시 등 지자체는 소방·의료·구호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했다. 이날 서울시는 161개 119 폭염구급대와 119개 ‘펌뷸런스’(소방 펌프차+앰뷸런스)를 온열 질환자 구조에 투입한다고 밝혔다.

김강하 기상청 영향예보지원팀장은 “특히 녹지가 없는 도심 생활 공간이나 공사장, 논밭 등 야외 온도는 표준화된 기상청 관측 기록보다 더 높을 수 있어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실제로 8일 오후 4시 기자가 방문한 서울 용산구의 한 공사장 주변 기온은 40.5도로 측정돼, 비슷한 시간에 기록된 기상청 용산구 AWS 지점 낮 최고기온(39.1도)보다 1도 이상 높았다.

이번 서쪽 지역의 폭염은 동풍이 일으키고 있다. 한반도를 덮던 고기압이 동해상으로 물러나면서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유입되고 있는데, 이 바람이 백두대간을 넘으며 뜨거워진 탓이다. 이로 인해 서울은 8일 37.8도까지 오르면서 기상 관측 이래 7월 상순 기준 최악의 폭염을 기록했다.

반면 7일까지 극한 폭염에 시달리던 백두대간 동쪽 지역은 동풍의 영향으로 기온이 낮아져 폭염특보가 완화하거나 해제되고 있다. 공상민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동풍은 12일까지 이어지겠으나 이로 인한 폭염의 강도는 차츰 약화할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10일 수도권 낮 기온은 최고 35도까지 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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