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마른 장마에 맨바닥 드러난 저수지 “옥수수·감자 수확 물 건너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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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강원도 강릉시 오봉저수지 인근 도마천 일대가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냈다. [뉴스1]
“비가 오지 않아 옥수수, 감자는 바짝 말랐고 깨는 심지도 못했습니다.”
지난 8일 오후 강원 강릉시 성산면 오봉리 한 밭에서 유봉열(71)씨는 뜨거운 햇볕에 말라가는 옥수수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3300㎡(1000평) 규모의 밭에 옥수수와 감자를 심었다.
유씨는 “비가 안 와 저수지에도 물이 부족해 농작물이 말라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며 “올해 밭작물 수확은 물 건너갔다”며 한숨을 쉬었다. 오봉리엔 74가구 농가가 있는데 농민 대부분이 물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이 마을 용수원인 오봉저수지는 황톳빛 바닥이 드러난 상태다. 이 저수지 저수율은 9일 기준 30.9%(442만7700t)에 불과하다. 오봉저수지는 강릉지역 생활·농업용수의 90% 정도를 공급한다. 매일 생활·농업용수를 각 10만t씩 공급해왔다. 하지만 7월부터 생활용수는 기존처럼 공급하지만, 농업용수는 이틀간 10만t씩 보내고 3일은 공급하지 않고 있다. 저수율이 25% 아래로 떨어지면 생활용수도 제한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해서다. 김인열 농어촌공사 강릉지사 오봉 지소장은 “비가 오지 않으면 일주일 뒤 저수율이 25%까지 떨어져 생활용수 제한도 고려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마른 장마에 강원지역 지자체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이날 현재 도내 80개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은 49.5%다. 지난해 64.2%, 평년의 68.4%보다 낮다. 특히 강릉(11곳·34.1%), 속초(2곳·23.8%), 삼척(3곳·29.2%) 등은 20~30% 수준이다.
이에 따라 강릉시는 도심 지하에서 나오는 하루 4t가량의 용출수를 생활용수로 활용하기로 했다. 또 남대천에 임시 취수보를 설치, 하루 1만t가량의 농업용수를 확보할 계획이다. 김홍규 강릉시장은 “물 아껴 쓰기 캠페인에 전 시민이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제주도의 경우도 가뭄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하루 최대 5000L의 용천수가 분출되던 제주 서귀포시 하논분화구에 물이 말라 주변 논바닥이 쩍쩍 갈라진 상태다. 이어 지난해 여름 ‘단수 사태’로 홍역을 치른 경북 청도군 풍각면과 각남면 일대 2400여 가구 주민들은 올해도 단수 사태가 재현될까 불안해하고 있다.
전남도와 충북도는 아직 가뭄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긴장의 끈은 놓지 않고 있다. 전남지역 농업용 저수지 저수율은 61.4%로 평년(62.8%) 대비 97.7% 수준을 보인다. 충북지역 저수율도 64.1%로 평년(62.2%)보다 높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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