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모든 지방에 'n분의 1' 지원은 한계…제2·제3 수도권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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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 주도로 설립된 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인 라피더스는 홋카이도 치토세시에 공장을 건설 중이다. 일자리가 늘면서 치토세시 인구는 약 9만8000명에서 2036년 10만3000명 가까이로 늘어날 전망이다.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가 일상화한 일본 비수도권에서 이례적인 현상이다. TSMC는 미국 애니조나주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이를 두고 “반도체 등 투자를 대규모로 유치하며 미국에서 인구 유입이 가장 빠른 수준으로 증가중”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의 대기업 반도체 공장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삼성전자는 경기 용인·화성·평택시에, SK하이닉스는 경기 이천·용인시에 공장을 운영 중이다. 중소기업을 포함해 봐도 반도체 관련 공장의 수도권 집중도는 80.7%(2021년 기준, 통계청 집계)에 달한다.
9일 한국은행의 2020년 지역산업연관표에 따르면 국내 경제 총산출액의 수도권 비중은 2015년 46.8%에서 2020년 49.9%로 올랐다. 같은 기간 총부가가치 수도권 비중은 50.7%에서 54%로 상승했다. 이 때문에 갈수록 비수도권 인구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심화하고, 수도권 대 비수도권의 부동산 양극화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장인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모니터링평가센터장은 “대기업의 수도권 공장 신설을 금지하는 규제가 2005년 이후 사실상 폐지되면서 수도권에 산업 기반이 몰렸고, 이를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앞으로 신산업 기반은 비수도권에 조성하도록 법·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지난달 SK그룹이 “울산에 국내 최대 규모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짓겠다”고 발표했는데, 유사 사례가 이어지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이번 사업을 통해 경제 파급효과가 25조원, 고용 유발은 7만80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남기찬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정권 교체 때마다 세종 행정수도 건설, 공공기관 지방 이전 등 공공부문 분산 정책의 연속성이 떨어지는 점도 개선해야 한다”며 “여·야·정 합의로 중장기 로드맵을 만들고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지방을 지원하기보다는 몇 개의 거점 도시를 ‘선택과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정민수 한국은행 지역연구지원팀장)도 나온다. 한정된 예산을 모든 지방이 ‘n분의 1’ 식으로 나누는 현재 방식으로는 어떤 지방도 살리지 못하고 예산만 낭비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예를 들어 공공기관 이전을 위한 혁신도시 수는 전국에 10개에 달하는데, 이 팀장은 “한국과 인구밀도가 유사한 해외 국가들의 비수도권 거점 도시 수(단위 면적당)는 한국의 절반 이하”라고 말했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수많은 비수도권 지자체들이 각자도생식 경쟁을 멈추고 몇 개의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제2·제3의 수도권을 형성하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뒷받침하도록 행정 체계 재편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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