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더버터] “보고서에 갇혀있던 CSR, 유튜브로 보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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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준 LG화학 글로벌CSR팀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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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글로벌CSR팀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대담해’의 기획 전반을 총괄하는 이영준 팀장. 그는 영상 콘텐츠 진행까지 맡고 있다. 김용재 기자

“우리도 유튜브 해야 하는 거 아니야?”

기업의 사회공헌 사업을 알리고 싶은 담당자들이 흔히 하는 고민이다. 큰돈 들이지 않고 대박을 친 충주시 공식 채널 ‘충TV’처럼 유튜브를 통해 홍보에 성공한 사례가 잇따르면서다. 잘 되는 채널들의 공통점은 끌고 나가는 ‘얼굴’이 있다는 것. 하지만 기업에서는 쉽지 않은 도전이다. 충주맨처럼 직원 한 사람을 지목해 앞세우는 일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최근 사회공헌 담당자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채널이 있다. LG화학 글로벌CSR팀이 운영하는 ‘대담해’다. 이영준 팀장이 채널의 얼굴을 맡았다. 업계 관계자들이 알아두면 좋을 글로벌 트렌드부터 ESG경영, 에너지, 환경, 정신건강, 저출산, 고령사회 등 사회 전반의 공익 이슈를 풀어낸다. 일종의 ‘CSR 지식채널’이다. 기획부터 출연까지 CSR 실무자가 직접 맡는다는 게 특징이다.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만난 이영준 LG화학 글로벌CSR팀장은 “기업 경영의 트렌드가 급변하면서 CSR이라는 말이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았다”며 “기업의 사회공헌이 얼마나 확장할 수 있는지, 또 얼마나 진정성 갖고 움직이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카메라 앞에 서는 건 익숙해졌나요.
“많이 어색하죠. 주제별 전문가들 모시고 대담 형식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포맷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부담이 확 줄었어요. 출연자들이 이끌어 주기도 하니까요.”
최근 채널명이 바뀌었나요.
“사실 ‘대담해’는 채널의 대표 코너 중 하나였는데, 최근 아예 채널명으로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여러 실험적인 시도를 한 결과인데요. 지난 몇 년간 과학 유튜버 궤도,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 건축가 유현준 교수 등을 모시고 대중 강연 형식으로도 진행해보고 대학생이 직접 출연하는 콘텐츠도 해봤어요. 그런데 조회 수가 가장 높았던 건 ‘대담해’였어요. 의외였죠.”
반응이 가장 좋았던 콘텐츠는요.
“전기차와 ESG 같은 전문적인 주제가 반응이 좋았어요. LG화학 CSSO(최고지속가능전략책임자) 고윤주 전무와 전기차 전문기업 이볼루션의 조현민 대표가 함께 출연했는데 글로벌 ESG 정책 변화가 기업 경영에 미치는 영향이라든가 미국의 전기차 전환을 촉진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축소 움직임과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간소화에 따른 변화 같은 내용이었어요. 상당히 어려운 주제인데도 조회 수 5만을 넘었죠.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접근하는 시청자가 많은 것 같아요.”
가볍고 말랑말랑한 콘텐츠가 인기가 좋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네요.
“난임 이슈를 다룬 콘텐츠도 반응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낮은 출산율이 사회문제로 여겨지지만 또 아이를 원하는 부부들도 많거든요. 그런데 난임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은 여전히 남아있죠. 그래서 난임 치료 경험자인 김여희 작가와 SC사업부의 조병욱 책임이 출연해 난임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현실적인 조언을 전달했어요. 사람들이 원하는 건 LG화학이 난임 치료 시장점유율이 1위라는 정보보다 난임 가족을 위한 응원과 공감의 메시지가 아닐까 싶었어요.”
댓글은 살펴보나요.
“영상마다 수백개씩 달리는데, 대부분 내용이 착해요. 나쁜 말들이 거의 없습니다.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대중들이 많이 본다면 거친 말들도 있을 텐데, 업계 관계자나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은 분이 주로 시청하는 것 같아요. 일반 대중들도 CSR에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시청자층을 넓게 확대하는 게 목표입니다.”
글로벌CSR팀에서 직접 유튜브 채널을 기획해 운영하는 사례가 거의 없는데요. 계기가 있었나요.
“사실 개인적인 동기가 컸어요. 글로벌 기업들을 보면 CSR 부문이 기업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는데, 국내 기업들은 한번쯤 ‘거쳐가는’ 부서로 인식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사회공헌 담당자들도 지쳐 있는 분위기였고, 10년간 CSR을 담당하면서 ‘이 일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기업 내부에서 글로벌CSR팀이 인기 부서는 아닌가 봐요.
“글로벌 기업 리더들은 CSR을 기업의 생존 전략으로 여기고 힘을 실어줍니다. 해외 사업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아무래도 현지 정부나 국제기구로부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굉장히 높은 수준으로 요구받으니까요. 국내에선 아직 그 정도 분위기는 아니지만, 기업이 해결해야 할 사회문제를 스스로 찾고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일이는 중요한 과업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내부 임직원과 대중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CSR 콘텐츠, LG화학의 산업과 사회공헌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콘텐츠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채널에 관한 가이드라인이 내려오진 않나요.
“채널 이름이나 코너에도 회사가 너무 드러나지 않으니까 ‘LG화학의 업과 연계해 콘텐츠를 기획해 달라’는 정도죠(웃음).”
유튜브 채널은 기존 홍보 방식과 어떤 차별점이 있을까요.
“유튜브는 열린 공간이에요. 누구나 들어와서 볼 수 있죠. 기업의 CSR이 더는 폐쇄적인 보고서 안에만 있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또 저희 팀 이름이 글로벌CSR팀이기도 하잖아요. 앞으로는 글로벌 이슈와 연결된 콘텐츠를 많이 다루고 싶어요. 전쟁·난민·기후위기 같은 주제에 CSR 관점과 산업을 엮는 식이죠. 평소 국제 문제에 관심 없던 사람들도 ‘나의 문제’로 느끼도록 하는 게 기업의 사회적 책임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어떤 방향으로 채널을 키워갈 계획인가요.
“채널의 누적 조회 수가 100만 회를 넘었습니다. LG화학은 B2B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대중을 직접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아요. 우리 채널이 단순한 홍보 수단이 아니라 대중과 소통하는 하나의 통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더 많은 사람이 ‘CSR을 보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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