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더버터] 공공기관 경영평가, ‘사회공헌’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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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경영평가단장
곽채기 동국대 교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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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경영평가단장을 맡고 있는 곽채기 동국대 행정학과 교수. 김용재 기자

A등급 받은 곳은 웃었고 D·E등급 받은 곳은 낙담했다. 지난달 20일 발표된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에 희비가 엇갈렸다. 평가를 진행한 곽채기 동국대 행정학과 교수(공기업 경영평가단장)를 2일 만났다.

그는 “사회공헌 활동이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7월 18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리는 ‘사회공헌 파트너십 포럼’에서 이 주제로 기조 발표를 할 예정이다. 포럼은 보건복지부가 주최하고 한국사회복지협의회와 더버터가 주관한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사회공헌’ 항목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2010년에 조직의 사회적책임에 대한 국제 가이드라인 ‘ISO 26000’이 발행됐다. 그때 처음 ‘사회적책임’이라는 지표가 공공기관 경영평가 지표로 도입됐다. 이후에 점점 사회책임경영 요소가 확대되다가 폭발적으로 커진 게 문재인 정부 때다. 2017년 집권한 뒤 ‘사회적가치’ 영역을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핵심영역으로 들였다. 100점 만점에 무려 30점. 공공기관의 핵심 역할이 바로 ‘사회적가치 구현’에 있다는 의미다. ‘상생협력 및 지역발전’ 지표도 이때 처음 독립된 지표로 들어왔다. 배점은 5점. 이 지표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회공헌’ 영역이다.”
새 정부에서는 어떨까. 사회공헌에 대한 기준이나 평가가 달라질까.
“윤석열 정부 때도 ‘상생협력 및 지역발전’ 항목은 여전히 5점 정도의 가중치를 유지했다. 정권 변화와 관계없이 공공기관의 핵심 역할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재명 정부의 평가 지표 개편은 올 하반기가 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 때 사회적가치를 강화했듯이 이번에도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사회공헌 영역에는 정량적 요소도 있지만 정성적 요소도 있다. 이건 어떻게 평가하나.
“‘상생협력 및 지역발전’ 항목을 보면 계량 지표와 비계량 지표가 있다. 계량화된 실적으로 평가할 수 없는 것을 비계량 지표라고 해서 따로 평가한다. 기관이 사회공헌 활동에 관한 비전과 전략을 가졌는지, 의미 있는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에 기여하는지 등을 본다.”
비계량 영역에서 평가하는 것들을 구체적으로 알려달라.
“▶사회공헌 사업이 기관의 핵심역량이나 업과 잘 연결돼 있는지 ▶비전·미션·핵심가치 등 사회공헌 전략 체계를 갖췄는지 ▶차별화된 대표 프로그램이 있는지 ▶지속가능하고 장기적인지 ▶브랜딩이 되는지 등을 중요하게 본다. 사회공헌 사업은 기관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지역 사회에도 도움이 돼야 한다. 윈-윈이 중요하다.”
평가하면서 ‘사회공헌 사업을 잘한다’는 느낌이 들었던 곳이 있었다면.
“한국수력원자력이 모범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한수원은 사회공헌을 전담하는 ‘상생협력처’라는 독립된 조직을 가지고 있다. 외형적으로 예산 규모도 크고 프로그램 질도 좋은 편이다. 지난해 기준 한수원이 사회공헌 활동에 투입한 예산이 100억원이다. 2025년에는 120억원을 돌파했다. 단일 공기업 중 예산이 가장 많다.”
예산이 적은 곳들은 어떻게 해야하나.
“실제로 한수원처럼 예산을 많이 쓰는 곳이 별로 없다. 정말 많아야 연 30억~40억원 정도? 이럴 때는 협력해서 같이 하는 것도 방법이다. 같은 지역에 있는 공공기관들이 함께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10개 공공기관이 모여 200억~300억원 규모 펀드를 만들면 지역 발전을 위해 실질적으로 도움되는 일을 할 수 있다.”
기업들은 같이 하는 게 익숙지 않을 텐데.
“지방혁신도시의 경우 같은 건물에 모여 있기 때문에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올해 평가에서도 공공기관들이 사회공헌 사업을 할 때 지자체·지역주민·시민사회·기업이 함께 ‘협력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얼마나 했느냐가 중요한 평가 착안 사항이었다.”
‘상생협력 및 지역발전’ 안에 ‘기부·자원봉사’ 항목이 새로 생겼다. 부담을 느끼는 공공기관들도 있다.
“2024년 편람에 추가되면서 올해 처음으로 기부·자원봉사에 대한 평가가 진행됐다. 봉사활동 부분이 특히 약한 것 같다. 공공기관들은 의무공시 항목에 이미 기부·자원봉사가 들어가 있었지만 신경 쓰는 영역은 아니었다. 그런데 경영평가에 기부·자원봉사가 포함되면서 갑자기 중요해졌다. 역으로 생각해 보면 경영평가에 들어간 것 자체가 인센티브가 될 수도 있다. 기관 입장에서도 임직원의 봉사활동을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사회공헌 영역 점수 때문에 경영평가 등급이 바뀌기도 하나.
“당연히 그렇다. 평가에서는 0.01점 차이로도 등급이 갈린다. 이렇게 생각하면 ‘상생협력 및 지역발전’에 배정된 5점은 엄청 큰 점수다.”
경영평가를 준비하는 공공기관에 조언하고픈 말이 있다면.
“2025년 편람에 추가된 게 있다. 지방자치단체·지역대학과의 협력사업 발굴이 새롭게 들어갔다. 공공기관의 사회공헌 사업이 시너지를 극대화하려면 파트너들이 필요하다. 각개전투하지 말고 협력하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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