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더버터] "다음 세대가 사라지면, 이 나라도 없습니다"
-
4회 연결
본문
행복한출생든든한미래 감경철 이사장 인터뷰

감경철 이사장은 종교시설을 돌봄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국토부 시행규칙 개정을 이끌었다. 그는 “종교시설을 아이들과 노약자, 장애인 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재 기자
한 사람의 신념이 국가 정책을 움직일 수 있을까. 30여 년 전, 감경철 행복한출생든든한미래 이사장이 저출산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고개를 저었다. 아이가 줄어든다고 나라가 사라지냐는 반응이 많았다. 당시 1990년대 초만 하더라도 합계출산율은 1.7명대로 지난해 기준 0.75명의 2배 넘는 수준이었다.
그는 기업가로 시작해 1990년대 유아교육연구소를 설립해 전문가들을 모으고, CTS 대표를 맡은 이후에는 종교계와 시민사회를 잇는 ‘출생 장려 운동’을 30년 넘게 이어왔다. 최근에는 국토부 법령 개정을 이끌며 전국 곳곳의 종교시설을 돌봄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도 열었다. 지난 3일 서울 동작구 CTS 사옥에서 만난 감 이사장은 “역대 정부마다 저출산 대책을 쏟아부었지만, 인구 감소 흐름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며 “이제라도 인구위기를 돌파할 국민운동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 정부도 막지 못한 인구 감소 문제에 집중하는 이유는 뭔가요.
- “기업을 경영하면서 사람이 나라의 미래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자연스럽게 다음 세대와 유아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됐지요. 시작은 1993년 ‘화곡유아연구소’ 설립입니다. 교육 전문가들 모시고 연구를 후원하고 교재를 만들었어요. 그러던 중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걸 보면서 위기감을 느꼈습니다. 경제·국방·사회 전반이 흔들릴 수 있는 국가 존립의 위기였습니다. ‘나라 살리기 운동’이라는 마음으로 해왔는데 벌써 30년 됐네요.”
- 당시는 지금보다 더 무관심하거나 비판적인 시선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 “그렇죠. 저출산 문제를 남의 일로 보는 분위기가 컸습니다. 냉소도 있었지만, 누군가는 해야 한다고 믿었어요. 2006년에는 ‘생명과 희망의 네트워크’, 2010년 ‘출산장려국민운동본부’, 그리고 2022년에는 종교계와 시민사회, 경제계, 교육계를 아우르는 ‘저출생대책국민운동본부(출대본)’도 출범시켰습니다. 멈추지 않으니까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었지요.”
- 단순히 “아이 낳자”고 말하는 걸 넘어서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 “청년들의 현실을 무시한 출산 장려는 오히려 역효과를 냅니다. 주거 불안, 일자리 불안, 육아 불안. 이 세 가지가 해결되지 않으면 출산은 고통이 됩니다. 특히 영유아 보육 문제는 심각해요. 3세 미만 어린아이를 맡길 어린이집이 없어서 부모들이 발을 동동 구릅니다. 작년에만 어린이집 1500곳이 문을 닫았다고 합니다. 전국에 어린이집이 아예 없는 읍면동은 600곳이 넘습니다. 이런 현실을 바꾸지 않으면 출산 기피는 계속될 겁니다.”
- 출산율이라는 수치보다 이면의 구조와 문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뜻인가요.
- “맞습니다. 출산율이 일시적으로 반등했다는 최근 통계는 반갑지만, 숫자에만 집착하면 본질을 놓칠 수 있어요. 문제의 뿌리는 주거난과 보육공백, 공동체 해체에 있습니다. 예전에는 온 마을이 아이 하나를 함께 키웠죠. 지금은 그게 무너졌어요. 주거 안정은 정부가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양육은 우리 모두의 몫입니다. 가정부터 학교, 종교기관, 기업까지 모두가 공동체로서 책임을 나눠야 합니다.”
- 최근 종교시설 유휴 공간을 돌봄시설로 쓸 수 있도록 법령이 바뀌었습니다. 이 과정에 깊이 관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 “아이를 마음 편히 맡길 곳을 만들려면 막대한 돈이 필요한데, 그게 쉬운 일은 아니지요. 그래서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야 합니다. 종교시설은 전국 모든 읍면동에 있습니다. 공간도 넓고, 평일에는 비어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종교시설을 돌봄공간으로 전환하자’는 제안을 했고, 전국 단위의 서명운동을 벌여 40만 명이 뜻을 모아주셨어요. 그 힘으로 국회를 설득했고, 올해 1월 건축법 시행규칙이 개정됐습니다. 전국 10만여 개 종교시설이 돌봄공간으로 바뀔 수 있는 길이 열린 겁니다.”
- 저출산 대응 사업은 많지만 대부분 단기 성과에 그칩니다. 지속가능성을 만들기 위한 핵심은 무엇일까요.
- “세 가지입니다. 진정성 있는 철학, 효율적인 모델, 그리고 일관된 정책. 돌봄공간을 위한 새 건물을 짓는 대신 종교시설을 활용하면 효율적입니다. 또 돈벌이가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일관된 정책으로 지원할 수 있습니다. 정부 차원에서도 저출산 대응을 총괄하는 통합 기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부처별로 각자 다른 접근을 하면 힘이 분산되거든요.”
- 마지막으로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 “지금 겪는 현실이 얼마나 고된지 압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마세요.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이 다시 ‘기쁨’이 될 수 있도록 바꿔 나가겠습니다. 여러분이 꾸리는 가정이 건강하고 든든한 미래가 되도록, 저와 같은 사람들이 앞에서 길을 닦겠습니다. 함께 힘을 냅시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