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더버터] 슈가의 50억 빅벳, 그 뒤의 설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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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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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원 더버터 편집장

‘빅벳(Big Bet)’ 소식이다. BTS 슈가(민윤기)가 세브란스병원에 50억원을 기부했다.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청소년을 위한 치료센터를 설립한다고 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베팅하듯 큰돈을 내놓는 자선 활동을 빅벳이라고 한다. 단순히 액수가 크다고 빅벳이 되는 건 아니다. 기부자가 사회문제 해결에 대한 목표와 의지를 가지고 하나의 단체, 혹은 단일 프로젝트에 기부해야 한다는 게 빅벳의 조건이다. “이 문제 하나만큼은 끝장을 보겠다”는 생각으로 해야 한다는 뜻이다.

세상 어느 누가 자기 돈이 헛되이 쓰이길 바랄까. 빅벳 기부자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유능한 설계자를 찾는다. 문제를 정확하게 정의하고 전략을 세워 효과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전문가. 이게 가능하다는 ‘신뢰’가 생겨야 기부자는 돈을 내놓는다.

그 이후엔 신뢰로 쭉 간다. 영수증? 중요하지 않다. 목표가 최고의 빵을 만드는 것이라면 밀가루를 100원 주고 사든 95원을 주든 그건 큰 문제가 아니다. 기부자가 바라는 건 최고의 빵. 자신의 돈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그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다.

슈가가 왜 이번 빅벳을 결심했는지 궁금했다. 세브란스가 제공한 기념사진을 보고 바로 이해가 됐다. 아는 얼굴이 있었다. 천근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 말하자면 그가 이번 프로젝트의 설계자인 셈이다.

인터뷰한 지는 10년도 넘었다. 그때도 이미 유명한 교수였다. 아동청소년 ‘마음건강’에 관한 열 권짜리 학습만화를 기획했다고 해서 인터뷰를 했다. 출판사에서 만화책 감수를 부탁했는데 본인이 나서서 전체 기획을 맡았다고 했다. 마음이 힘든 아이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고 싶었다고 했다. 적당히 이름만 올려달라는 전문가들도 있다던데 이 사람은 거꾸로네, 생각했다.

한국에서 빅벳이 좀처럼 성사되지 않는 이유는 좋은 기부자가 없어서도, 좋은 기부처가 없어서도 아니다. 그 좋은 둘이 서로 만나기 어려워서다. 이번에는 잘 만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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