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에어컨의 계절 7~8월, 전기 화재도 연중 최다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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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G동에서 2023년 발생했던 화재는 에어컨 실외기실과 인근 세대 유리창 일부를 태웠다. [사진 강남소방서]

폭염·열대야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서울시가 냉방기기 화재 예방에 주의를 당부했다. 에어컨·선풍기 등 전기 사용량이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10일 지난 5년(2020~2024년) 동안 발생한 화재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매년 7~8월에 ‘전기적 요인’에 따른 화재가 가장 자주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7월 924건, 8월 919건이 발생하는 등 5년간 7036건의 화재 중 26.2%(1843건)가 7~8월에 발생했다.

서울시, 냉방기기 화재 현황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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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디셔너 본체에서 화재가 발생한 주택. [사진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단순 화재 건수만 놓고 보면 불은 여름보다 겨울에 많이 난다. 지난 5년간 전체 화재 건수(2만7760건) 중 7~8월 일어난 화재는 16.2%(4479건) 수준이다.

하지만 이중 ‘전기적 요인’에서 비롯한 화재 건수만 놓고 보면 다르다. 7~8월이면 전기 관련 화재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여름철이면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 각종 냉방기기를 가동하면서 전기 사용량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냉방기기 화재 중 ‘전기적 요인’으로 인한 화재는 총 191건을 기록했다. 구체적으로 ▶접촉 불량에 의한 단락 72건(37.7%) ▶미확인 단락 41건(21.5%) ▶전선 등의 절연 성능 저하 40건(20.9%) 순으로 많았다.

주거시설에서 발생한 화재도 여름철이 가장 많다. 총 1만586건의 주거시설 화재 중에서 7월에 발생한 화재가 1002건으로 9.5%를 차지하고, 8월(927건)이 8.8%로 뒤를 잇는다. 각 가정에서 사용 중인 콘센트·전선 등을 점검하는 등 안전관리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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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주거시설에서 발생한 화재의 월별 발생 건수. 그래픽=김영옥 기자

7~8월엔 주거시설 화재도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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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발식 콘센트를 사용해 실제 화재가 발생한 사례. [사진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특히 여러 개의 전선을 한꺼번에 꽂는 ‘문어발식’ 멀티탭은 여름철 화재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한 개의 콘센트에 여러 개의 전자기기를 동시에 꽂으면 전류가 과도하게 몰려 발열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 2일 부산 기장군의 한 아파트에서 9살과 6살 목숨을 앗아간 화재는 스탠드형 거실 에어컨이 연결된 2구짜리 멀티탭에서 전기적 요인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장에서 멀티탭 피복이 벗겨진 단락 흔적이 발견됐고, 이 멀티탭에는 에어컨뿐만 아니라 실외기도 함께 꽂힌 상태였기 때문이다.

소방청은 “멀티탭의 상태만 확인해도 화재를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멀티탭 외형이 멀쩡해 보여도 내부 배선이 노후했을 수 있어서다. 플러그를 뽑았을 때 탄 자국이 있거나 플라스틱이 눌린 흔적이 있다면 교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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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전기적 요인에 의한 화재의 월별 발생 건수. 그래픽=김영옥 기자

권혁민 서울소방재난본부장은 “최근 국내서 발생한 가정 화재의 원인이 냉방기기와 연결된 낡은 멀티탭에 의한 화재로 추정되는 만큼 냉방기기 멀티탭 점검, 문어발식 콘센트 사용 자제, 에어컨 실외기 주변 가연물 제거 등 여름철 냉방기기·전기 사용 안전 수칙을 지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소방청은 지난 4일 전국에 화재 위험 경보 ‘경계’ 단계를 발령했다. 폭염 특보로 냉방 기기를 과다 사용하는 지역이 증가하고 있어서다. 홍영근 소방청 화재예방국장은 “폭염에서 냉방 기기를 과도하게 사용하거나 노후한 전기 설비를 사용할 경우 전기적 요인에 의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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