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배당 증가 효과'와 '부자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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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지수가 연일 연고점을 경신한 1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코스피지수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49.49포인트(1.58%) 오른 3,183.23에 장을 마쳤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올해 세제 개편안의 핵심 사안 중 하나다. 배당소득은 따로 떼어(분리) 세금을 물리는(과세) 방식인데, 종합소득으로 묶어 계산할 때보다 세 부담이 덜하다. 그만큼 개인투자자의 기대가 커 배당주 등 관련 주가도 오름세다. 그러나 세제 개편안 설계를 맡은 기획재정부는 ‘배당 증가 효과’와 ‘부자 감세’ 딜레마로 고민이 깊다.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도 유사한 논쟁이 반복될 것으로 예상돼, 최종 통과까지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10일 기재부 관계자는 세제 개편안 중 하나로 검토 중인 배당소득 분리과세 법안과 관련해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배당 결정권은 결국 대주주에게 있다”며 “정책 효과를 내려면 대주주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있어야 하지만 세금을 조금만 깎아주면 효과가 없고 많이 깎아주면 개인주주보다 대주주에게 혜택이 더 많이 돌아가 ‘부자 감세’ 논란을 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배당을 유도하려면 대주주에게 세제 혜택을 줘야 하지만, 그 자체가 과도한 재벌에 대한 감세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이 정부 입장에선 부담이란 의미다. 그는 “세율이나 방식에 따라 수십 개의 안이 나온다. 최종까지 다수 안을 두고 고민할 것”이라며 신중한 검토가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현행 소득세법은 배당과 이자 등 금융소득이 연 2000만 원을 초과하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 포함돼, 최고 49.5%의 누진세율이 적용된다. 이소영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배당을 많이 주는 기업에 한해 세제 혜택을 주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지난해 배당성향(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금 비율)이 35% 이상인 상장법인으로부터 받은 배당소득에 대해, 고액이라도 종합소득에 합산하지 않고 별도의 분리과세를 적용하자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분리과세 세율은 ▶2000만원 이하 15.4%(지방세 포함) ▶2000만원 초과 3억원 이하 22% ▶3억원 초과 27.5%로 총 3단계로 설정했다.
이소영 의원안이 정부의 세제 개편안에 그대로 반영될 가능성은 작다. 해당 법안은 지난해 기준 배당성향 35% 이상 기업을 기준으로 제시했다. 이소영 의원실 측은 “배당성향 35%는 지난해 기준으로 대략 308개의 기업이 해당돼 전체 상장사의 상위 10% 수준으로 제안을 한 것”이라며 “1년간 배당성향은 주주 입장에서 계산하기 쉬운 지표이기 때문에 정책 효과도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배당성향과 배당성장률 중 어느 지표를 적용할지를 두고도 고심 중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배당성향을 기준으로 할 경우 업종 특성상 배당 여력이 높은 금융 등 일부 기업이 아무런 노력 없이 혜택을 받아갈 수 있고 지난 한 해만 볼 경우 당기순이익에 따라 변동성도 크다”며 “원래 공부 잘하는 아이(배당성향 높은 기업)와 열심히 공부한 사람(배당성장률이 높은 기업) 중 누굴 칭찬해줄지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과거 배당 기업에 혜택을 주는 정책에서 윤석열 정부에서는 배당성장률을, 박근혜 정부는 배당성향 배당수익률 배당증가율 모두를 활용한 바 있다.
더 큰 고민은 세금 혜택의 수준과 방식이다. 혜택이 과도할 경우 ‘부자 감세’ 논란은 물론, ‘세수 부족’ 우려도 제기될 수 있다. 실제로 이소영 의원안에 따르면, 대주주도 기존보다 세 부담이 절반 가까이(49.5→27.5%) 줄게 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도 시뮬레이션을 집중적으로 돌리고 있는 부분이 바로 구간과 숫자별 감세 효과가 얼마나 발생하느냐는 점인 만큼 최종 숫자는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과거 박근혜 정부의 배당소득증대세제와 달리 제도를 보다 단순하게 설계하겠다는 데 공감대가 섰다. 기재부 관계자는 “당시에는 각종 논란을 피하려다 보니 정부안이 지나치게 복잡해진 측면이 있었다”며 “이번에는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기준은 단순하게 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정책위원회를 중심으로 ‘배당소득 분리과세’에 대해 ‘부자 감세’라는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한 당 관계자는 “이소영 의원안도 부자 감세라는 우려로 공약에서 빠졌고, 정부안이 나와도 국회 논의 과정에서 논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과제를 조율 중인 국가정책위원회도 감세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정부는 대주주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을 기존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는 세수 부족을 보완하는 조치지만, 분리과세 혜택을 직접적으로 받는 대주주를 겨냥한 조치는 아니기 때문에 ‘부자 감세’ 논란을 차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한편 시장의 배당소득 분리과세에 대한 기대는 뜨겁다. 주가 흐름에서도 드러난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고배당 50지수는 올해 들어 36% 상승했고, 코스피 배당성장 50 지수는 41.85% 올라 같은 기간 32.66% 오른 코스피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와 함께 대표적인 고배당주로 꼽히는 증권주와 금융주들도 일제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연초 이후 59.4% 올랐고, KB금융도 연초 이후 40%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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